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미디어데이에 나선 10구단 감독과 선수들. 사진=KBO 공식 페이스북
[일요신문] 프로야구가 돌아왔다.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정규시즌이 3월 31일부터 대장정에 돌입한다. 지난해 가을 페넌트레이스와 포스트시즌이 끝난 이후 프로야구 10구단은 각각 전력 보강과 훈련으로 바쁜 겨울을 보내왔다. 어떤 구단은 FA 시장에 큰돈을 투자하는가 하면 특급 외국인 선수 영입에 열을 올리는 구단도 있었다. 언젠가부터 프로 스포츠에서 ‘돈으로 우승을 살 수 있는가’는 단골 논쟁거리가 됐다. 돈이 성적을 내는 중요한 방법 중 하나가 될 수 있지만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만능열쇠’는 아니다. <일요신문>에서는 프로야구 개막을 맞아 지난 스토브리그 기간 동안 각 구단의 투자와 그에 따른 시즌 전망을 살펴봤다.
# ‘FA 100억 시대’, 큰 돈 오간 스토브리그
지난 스토브리그는 역대 가장 뜨거운 비시즌이었다. 최초로 FA 계약 총액 100억 원을 돌파하며 화제를 모았다. ‘100억 원 시대’를 열어젖힌 첫 번째 주인공은 삼성 라이온즈에서 KIA 타이거즈로 소속팀을 옮긴 최형우였다. 3년 연속 30홈런-100타점, 2016년 타격 3관왕(타율 0.375·195안타·144타점)을 달성한 리그 최고 타자로 자리매김한 최형우는 지난 시즌을 마치고 FA 자격을 취득해 많은 관심을 받았다. 최형우의 최종 선택은 고향 연고팀 KIA였다. KIA는 최형우 영입으로 ‘대권 도전’이 가능한 팀으로 평가받고 있다. KIA는 이외에도 내부 FA 나지완과 양현종을 각각 4년 40억 원, 1년 22억 5000만 원에 계약하며 FA에만 160억 원의 지출이 있었다.
최형우의 100억 원 계약은 프로야구 역사를 바꿨지만 이 기록도 오래가지 못했다. 지난 1월 ‘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가 국내 복귀를 결정하며 친정팀 롯데 자이언츠의 품에 안겼기 때문이다. 롯데는 부산 야구의 상징이자 국가대표 4번 타자에게 최형우의 기록을 훌쩍 뛰어넘는 총액 150억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1년 연봉만 25억 원에 달하는 대형 계약이다. 롯데도 이대호의 합류로 단숨에 타선의 파괴력을 갖춘 팀으로 변모했다.
기록적인 FA 계약을 맺은 KIA와 LG 두 구단의 투자는 구단 연봉 총액 증가라는 결과로 나타났다. KBO 자료(신인·외국인 선수 제외)에 따르면 KIA는 지난해 대비 평균 연봉이 38.8%, 롯데는 30.8% 인상돼 인상률 1, 2위를 나란히 기록했다. 3위 넥센은 18.4%를 기록해 2위와 3위 간에 큰 차이를 보였다. 특히 KIA는 팀내 상위 27인 연봉 인상에서 62.3%를 기록, 폭발적 증가를 보였다.
KIA와 롯데는 대형 계약으로 평균 연봉 순위에서도 전체 2위와 3위에 올랐다. 1위는 최근 수년간 투자를 지속해온 한화 이글스였다. 한화 평균 연봉 인상률은 2.9%로 작은 폭이었지만 여전히 선수 연봉에 가장 많은 금액을 투입하는 구단으로 남았다.
마운드에서도 대형 FA 계약이 나왔다. 2006년부터 꾸준히 삼성에서 활약한 좌완 선발 차우찬이 FA 선언 이후 LG 트윈스로 팀을 옮기며 받게 된 금액은 95억 원이다. 이대호와 최형우의 100억 원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역대 투수 최고액을 기록했다. LG는 내부 FA 였던 베테랑 봉중근과 정성훈도 각각 2년 15억 원과 1년 7억 원으로 붙잡았다.
올 시즌부터 유니폼을 바꿔 입게 된 우규민(왼쪽)과 차우찬. 사진=연합뉴스·일요신문DB
LG는 지난해와 비교해 선수 연봉지출이 큰 차이가 없었다. 선수단 평균연봉이 단 0.7% 올랐을 뿐이다. 차우찬에 큰 금액을 안겼지만 핵심 투수 우규민이 이탈했고 기존 고연봉 베테랑인 이병규의 은퇴, 봉중근·정성훈의 연봉 삭감 FA 계약 등으로 비용을 줄였다. 또한 지난 2010년부터 도입된 LG 특유의 ‘신연봉제’도 한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최형우·양현종과 함께 ‘FA 빅3’으로 꼽히던 김광현은 친정 SK 와이번스 잔류를 선택했다. SK는 비교적 경제적인 85억 원을 투자해 에이스를 잡았다. 하지만 김광현은 팔꿈치 수술로 올해 경기 출장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SK로선 핵심전력의 이탈이 아쉽기만 하다. 류중일 전 삼성 감독도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김광현이 빠져 빈자리가 크다. 감독 용병술에 따라 변수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형우와 차우찬을 놓치며 투타 핵심을 잃은 삼성은 이원석과 우규민을 영입했다. 계약 규모는 각각 4년에 27억 원과 65억 원이었다. 공백에 따른 적절한 대처라는 평가가 따르지만 최형우·차우찬의 팀 내 존재감을 메우기는 쉽지 않다. 류 전 감독은 “두 선수가 FA로 빠진 빈자리를 어떻게 메우느냐가 관건”이라면서도 친정팀에 대해 “잘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삼성은 지난해 9위로 구단 역대 최하위 기록을 세웠다. 이에 일부 선수들의 연봉 삭감이 있었고 고액 연봉자인 최형우와 차우찬의 이적, 안지만이 불미스러운 일로 팀에서 이탈하며 지난해 대비 선수단 평균 연봉이 10.4% 하락했다. 평균 연봉이 떨어졌지만 한화, KIA, 롯데에 이어 4위였다. 이전까지 삼성은 리그를 대표하는 ‘부자구단’이었고 2010년대 들어 5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며 연봉 상승이 지속돼 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페넌트레이스와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달성한 두산은 이원석을 내보내고 마무리 이현승을 3년 27억, 유격수 김재호를 4년 50억으로 ‘집안단속’을 했다. 적지 않은 금액이 들어갔지만 비교적 조용한 스토브리그를 보냈다. 한국시리즈 2연패를 달성한 선수단의 높은 고과 평가로 17.2%의 연봉인상이 있었지만 아직 연봉 총액 순위에선 중위권을 유지했다.
kt wiz와 넥센 히어로즈는 가장 적은 연봉을 지출하는 구단이다. 2017시즌 각각 평균연봉 7347만 원과 9613만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엔 kt가 근소하게 높았지만 올해엔 상황이 역전됐다. kt는 2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했고 넥센은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양 팀의 성적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 팀 전력의 절반, 특급 외국인 선수
한화는 최근 수년간 FA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며 프로야구 ‘큰손’으로 불려왔다. 한화는 내외부 FA 계약으로 2014년부터 이용규, 정근우, 김태균, 권혁, 정우람 등 투타를 가리지 않고 수백억 원을 투자해왔다. 올 시즌만큼은 FA 영입을 자제하며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일각에서는 ‘큰 성과를 내지 못해 투자가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하기도 했다.
한화 외국인 선수 3인방. 사진=한화 이글스 페이스북.
외국인 선수 개인 연봉 1위는 두산 더스틴 니퍼트다. 니퍼트는 210만 달러에 사인하며 역대 최고 기록도 갈아치웠다. 두산은 마이클 보우덴, 닉 에반스까지 지난해 통합우승의 주역 3인 모두와 재계약했다.
한화 오간도와 함께 외국인 연봉 2위에 오른 NC 다이노스의 제프 맨쉽도 주목받는 선수 중 한명이다. 맨쉽 또한 지난 시즌까지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했고 클리브랜드 소속으로 2016 월드시리즈에도 등판한 경험이 있다. NC는 맨쉽 외에도 해커(100만 달러)와 재계약하고 에릭 테임즈의 빈자리에 자비에르 스크럭스(100만 달러)를 영입했다. 3인 총액 380만 달러로 외국인 선수 연봉 지출 3위에 올랐다.
반면 FA 영입에 큰 지출을 했던 롯데는 외국인 선수에는 돈을 아꼈다. 투수 브룩스 레일리와 닉 애디튼, 2루수 앤디 번즈에 2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직전 시즌까지 빅리그에서 활동하는 등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앞의 선수들과 달리 레일리와 번즈는 메이저리그에서 10경기 내외만을 경험했다. 연봉 총액에서도 480만 달러의 한화와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소극적 투자로 팬들의 우려를 사던 롯데는 시즌 준비 중에 외국인 선수가 교체되는 악재가 겹쳤다. 롯데는 지난 27일 기존 외국인 투수 파커 마켈의 임의탈퇴 공시 신청 소식을 갑작스레 발표한 것. “마켈은 적응 실패와 개인적인 가정사로 컨디션 조절에 어려움을 겪어왔다”는 설명과 함께였다. 개막을 4일 앞둔 시점에 일어난 일이었다. 롯데는 29일 대체 외국인 선수 애디튼 영입 소식을 알렸다. 지난 시즌 대만에서 활약한 애디튼의 연봉은 52만 5000달러 규모의 계약이었던 마켈과 금액 면에서 큰 차이 없는 50만 달러다.
이외에도 SK와 kt가 외국인 선수에 비교적 적은 금액을 투자했다. SK는 메릴 켈리, 스캇 다이아몬드, 대니 워스 3인 연봉으로 215만 달러를 지출한다. 에이스 김광현을 FA 계약으로 잡고 국내선수 연봉 총액에서 10구단 중 한화, KIA, 롯데, 삼성에 이어 5위를 기록할 정도로 적지 않은 금액을 투자한 SK가 외국인 선수에도 많은 돈을 쏟아 붓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kt는 3명의 외국인 선수에 243만 달러의 연봉을 책정했다. kt는 국내선수 연봉 총액에서도 10구단 중 가장 낮은 순위를 기록해 적은 돈으로도 좋은 성적을 내는 넥센의 사례를 따라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이정후·장지훈…개막 엔트리 합류 5명의 루키 올 시즌 일낸다 지난 수년간 프로야구에선 ‘순수한 의미’의 신인 활약이 적었다. 프로 지명을 받고 곧바로 활약하는 선수보다는 일정 기간 이상 2군에서 훈련을 거치거나 군복무 이후 기량이 향상된 선수들이 신인상을 받곤 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만큼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개막전 엔트리부터 주목받는 신인선수가 포함돼 관심을 모은다. 개막전 엔트리 265명 중 5명의 신인이 포함돼 많지는 않지만 충분히 프로 무대에서 활약할 만한 선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시범경기서 맹타를 휘두르며 가장 주목받은 선수는 ‘레전드’ 이종범 해설위원의 아들로 ‘바람의 손자’라고 불리고 있는 넥센 이정후다. 이정후는 시범경기 12경기에 나서 33타수 15안타 타율 0.455를 기록 시범경기 전체를 통틀어 가장 주목받는 타자 중 한 명으로 등극했다. 특히 이정후는 지난 3월 22일 롯데와의 경기에서 4안타를 폭발시키며 더욱 잠재력을 인정받고 있다. 9회에는 2점으로 뒤진 상황에서 2타점 적시타를 때려내며 관중들의 환호를 이끌었다. 이날 경기는 아버지 이종범 위원이 해설을 맡아 더욱 뜻깊었다. 투수로는 삼성 장지훈, 두산 김명신, SK 김성민과 kt 외야수 홍현빈도 개막전 엔트리에서 살아남았다. 키 190cm의 당당한 체구를 자랑하는 장지훈은 삼성에 1차지명돼 계약금 1억 8000만 원을 받은 기대주다. 시범경기에서 5경기에 나서 7이닝 동안 1실점 방어율 1.29 7삼진 5볼넷을 기록했다. [상] |
신임 감독 어떤 색깔 낼까…‘일본 시리즈 우승’ 힐만, 용병술 볼만하겠네 ‘사령탑 교체’도 2017 프로야구의 큰 변화로 꼽힌다. 10구단 중 넥센, SK, 삼성, kt 등 절반에 가까운 4구단이 새 사령탑을 자리에 앉혔다. 그 중 가장 큰 기대를 받고 있는 감독은 SK 트레이 힐만 감독이다. SK는 지난해 6위로 부진했던 지난 시즌을 마치고 김용희 전 감독과 작별하고 아시아무대 경험이 있는 힐만 감독을 영입했다. 힐만 감독은 닛폰햄 파이터스를 2006년 일본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다. 2008년에는 캔자스시티 로열스 감독으로 메이저리그에 도전했지만 좋은 성적을 거두지는 못했다. 류중일 전 삼성 감독도 “트레이 힐만의 용병술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넥센은 염경엽 전 감독이 한국시리즈 진출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감독직에서 사퇴하며 장정석 감독을 선임했다. 넥센이 ‘프런트 야구’를 추구하는 대표 구단인 만큼 신임 장 감독의 부임 이후 팀이 큰 틀에서 달라지는 점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2011년부터 장기간 팀을 맡아온 류중일 감독 대신 김한수 감독이 부임했다. 김 감독은 “젊은 팀컬러를 입히겠다”고 밝힌 바 있다. kt도 김진욱 감독이 새롭게 부임했다. kt는 새 감독 영입과 함께 스토브리그에서 전력보강을 노렸지만 성과를 내지 못해 김 감독의 지도력이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상] |
‘조선의 4번 타자 컴백’ 부산은 지금 흥분중 부산 야구팬들의 가장 큰 이슈는 이대호의 복귀다. 이대호는 KBO리그 타격 7관왕, 일본시리즈 MVP에 메이저리그 경험까지 한 명실상부 국내 최고 타자다. 그의 실력을 논외로 하더라도 부산에서 태어나 초·중·고를 졸업하고 줄곧 롯데에서 활약하다 해외진출을 했던 이대호는 ‘부산 야구의 상징’으로 불린다. 이대호 특별 티셔츠.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하지만 이대호 복귀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롯데 팬 커뮤니티 등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팬들은 “이대호를 보기 위해서라도 야구장에 가겠다”며 조선의 4번 타자를 환영했다. KBO리그 이전 고척돔에서 펼쳐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무대에서도 이대호가 타석에 들어설 때 경기 중 가장 큰 응원 목소리가 나왔다. 구단도 전력 외에 마케팅 면에서 이대호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롯데는 홈 개막전과 첫 주말 홈경기 사직구장 1루 베이스 가까이에 ‘이대호 응원존’을 마련했다. 입장 관객에게는 이대호의 타격 모습이 새겨진 이대호 티셔츠와 응원 타월도 배포된다. 이대호는 올 시즌 시범경기에서 타율 0.412, 7안타 1홈런을 기록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돌아온 이대호가 부산 야구 열기를 더욱 뜨겁게 달굴 것으로 보인다. [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