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이징은 올림픽을 앞두고 도시 재개발을 위한 철거공사가 한창이다. 뒷골목 낡은 집을 허물고 있는 인부의 뒤쪽으로 고층 아파트가 올라가고 있다. | ||
가장 문제시 되고 있는 구역은 ‘후통(胡同)’이라 불리는 천안문광장 주변의 전통 골목. 오래된 베이징 서민의 생활상이 고스란히 남아있어 ‘살아있는 역사’의 골목이라고 불리는 이곳이 ‘올림픽 재개발’이라는 명목 하에 곧 사라질 전망이다.
중국어로 ‘골목’이란 뜻의 ‘후통(胡同)’은 단순히 골목 자체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중국인들에게 있어 ‘후통’이란 단어는 ‘옛것’, ‘구불구불한 전통 골목’ ‘재래시장’ ‘베이징의 살아있는 역사 박물관’ 등 여러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옛 베이징의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이곳은 화려한 도심 한복판에 위치해 있다. 번잡한 시내에서 한 발만 옮기면 바로 ‘별천지’가 펼쳐지는 것이다. 천안문 광장을 둘러싸고 있는 이 ‘구도시’는 지난 1950년대 마오쩌둥의 도시건설 계획안에 입각해 처음 형성되기 시작했다. 공장이 들어서면서 노동자들이 구도시로 몰려들었으며, 한때 포화 상태 지경에까지 이르기도 했었다.
하지만 주거환경은 예나 지금이나 형편없다. 대부분의 주택은 허름한 가건물이며, 수도는 나오지도 않고, 집집마다 변기가 없기 때문에 골목마다 마련되어 있는 푸세식 변기를 사용해야 한다. ‘후통’이 이렇게 아직도 개발되지 않은 채 남아있는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는 사유지가 없다는 데 있다. ‘내것’이란 개념이 없기 때문에 애착을 갖지 않게 되고, 또 ‘신경 써봤자 나라 좋은 일만 시켜준다’는 의식이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문제가 달라졌다. 베이징시 당국이 2008년 올림픽을 맞이하여 대대적인 도시 재개발 사업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이번 재개발로 인해 이주해야 하는 가구수는 약 10만. 집의 넓이에 비례해서 정부로부터 보상금을 받기는 했지만 이 돈으로 베이징 시내에 집을 얻기란 웬만해선 쉬운 일이 아니다.
길거리로 내몰린 서민들의 고충 외에도 각계의 학자들이 우려하고 있는 문제는 또 있다. 이들은 “베이징은 영혼을 잃게 될 것”이라며 시 당국에 항변하고 있다. 또한 리얀 교수는 “후통은 평범한 베이징 서민들의 일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지극히 중국적인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또 베이징 문화를 가장 잘 나타내는 특색 있는 지역”이라고 강조한다.
문제는 건축주로 선정된 건설업체가 과연 얼마만큼 도시 재개발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가 하는 데 있다. 리 교수는 “내가 걱정하는 것은 중국 대부분의 건설업체들이 문화의 ‘문’자도 모르는 문외한들이라는 점”이라며, “이들은 그저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일 뿐”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더 나아가 그는 이번 재개발 사업의 수주를 따낸 건설업체와 관료간에 모종의 뇌물 거래가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한편 새로 복원될 ‘후통’에는 고층 빌딩이 아닌 2층 건물들만 들어설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까지 절이나 고궁 등의 복원사업만 맡아왔던 이들이 과연 서민 주택가를 어떻게 건설할지 많은 베이징 시민들은 기대 반 걱정 반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