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대표적인 윤락가로 손꼽히는 ‘야총회(夜總會)’에 자리한 술집에서는 일본인 손님이라는 사실을 알면 금세 얼굴이 경직되며 입장을 거부하기 일쑤다. 이 모든 것은 지난 9월16일 일본 오사카 지방의 한 건설회사가 주하이에서 벌였던 ‘집단매춘’ 사건의 영향 때문이었다.
이미 보도된 대로 9월26일 사건발각 후, 사건현장이 되었던 호텔은 영업정지처분을 받았고, 오사카 지방의 건설회사 직원들에게 호스티스를 알선한 중국인 마담과 약 50명의 호스티스가 중국 공안에 구속되었다. 또한 중국외교부는 일본공사를 불러 ‘강한 분노’를 표명하는 등 국제문제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통 때 같았으면 이곳에서 숙박하고 있는 일본인 남자들이 먼저 찾아오고는 했는데, 그 날은 아무도 이곳을 찾지 않아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한참 있으니까 못보던 호스티스들이 버스 6∼7대에 나눠 타고 호텔에 들어왔다. 서둘러 로비에 가보니, 일본인 남성들과 버스를 타고 온 호스티스들이 뒤범벅이 되어 있었고, 커피숍에서는 벌써부터 ‘밤 비지니스 이야기’가 시작되고 있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부터 호스티스 옷을 벗기려고 하는 일본인들도 있었다.” 호텔 앞에서 모든 사태를 지켜보고 있었던 중국인 호스티스의 증언은 실로 생생했다.
문제를 일으킨 일본 오사카 지방에 있는 건설회사 경영간부에 의하면 원래는 주하이가 아닌 사이판으로 사원여행을 떠날 예정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행사를 진행할 대형 연회장을 확보할 수 없었던 이유로, 여행사의 권유에 따라 목적지를 중국의 주하이로 바꾸었다고 한다. 그러나 주하이시의 특성을 잘 아는 사람들 중에 이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는다.
주하이시는 중국 광둥성 안에 자리한 도시로 마카오 바로 옆에 위치해 있다. 1980년 경제특구로 지정되면서부터 자본주의 시스템이 도입되었다. 특히 10년 만에 공업도시로서 급성장했고, 약 1백40개의 일본계 기업을 비롯해 외국기업 유치에도 성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사실 주하이는 공업도시로 부르기보다도 같은 광둥성에 있는 또다른 경제특구인 선전(심천)과 마찬가지로 중국 유수의 매춘지대로 더 유명하다. 경제특구이자 공업도시 주하이에는 잘 사는 외국인들을 겨냥해 중국 각지에서 매춘을 목적으로 하는 여성들이 몰려들고 있다. 중국에서도 매춘은 위법이지만, 베이징과 상하이와 달리 주하이에서는 당국의 눈이 비교적 엄격하지 않은 탓도 있다고 한다.
홍콩에 사는 일본인 저널리스트 사보 요코씨는 “주하이에 오락거리라곤 골프장과 매춘뿐이다. 게다가 매춘가는 중국에서도 ‘젊은 미인들의 보고’로 유명하다. 이번에 사건이 발생한 일본 여행사들도 충분히 이 사실을 알고 있다. 아무리 사내행사로 한 사원여행이라고 하지만 남자들끼리만 참가한 이번 여행의 목적이 매춘이 아닌 다른 것이라고 아무리 설명해도 이쪽에서는 믿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주하이 시내에는 어림잡아 50곳의 야총회가 있다. 이 야총회는 매춘클럽으로 중국술집의 대명사가 되고 있을 정도. 어느 술집이건 안으로 들어가보면 똑같은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스테이지가 있는 대형층과 가라오케 룸으로 구성된 개별실로 나뉘어져 있다. 일본인의 경우에는 우선 개별실로 안내된다. 요금은 3∼4명의 경우 2백위안부터 8백위안(약 2만6천원∼14만원) 정도를 받는다.
물론 이 가격에는 술과 안주값이 포함되어 있다. 그곳에서는 여러 명의 아가씨들을 대기해놓고 있기 때문에 손님들은 원하는 대로 마음에 드는 아가씨들을 몇 명이고 고르기만 하면 된다. 지명료는 2백위안부터 3백위안. 이곳에서는 술 상대와 가벼운 스킨십 정도밖에 허락되지 않지만, 1천위안부터 2천위안을 더 내면 호텔로 데리고 갈 수도 있다.
주하이의 거대산업답게 야총회 술집 한 곳에는 1백 명 이상의 호스티스를 거느리고 있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한다. 그동안 야총회의 여자들은 다른 외국인들보다 일본인을 선호해왔다고 한다. 무엇보다 일본인들은 돈 씀씀이가 좋기 때문이라는 것.
하지만 매춘한 남성도 똑같이 처벌하는 중국법이 이번 집단매춘사건에 제대로 적용된다면 앞으로 주하이의 밤거리를 찾는 일본인 손님을 보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나운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