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기반 인공지능 전문기업 다음소프트가 2014년부터 올 3월까지 인터넷에서 유통되고 있는 가짜 뉴스 양을 분석한 결과, 2014년에 1666건이었던 것이 2016년이 되자 1만 1239건으로 급격히 늘었다. 특히 박 전 대통령 탄핵 심판이 본격적으로 논의됐던 지난해 말부터 올해까지는 가짜뉴스가 7만 7257건으로 폭증했다.
가짜 뉴스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것은 물론 박근혜 전 대통령이었다. 그러나 그가 현재 탄핵돼 구속된 지금, 대선을 앞두고 가짜뉴스의 또 다른 희생양이 되고 있는 것은 역시 대선후보들이다.
현재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박 전 대통령에 이어 가짜 뉴스에 가장 많이 이름이 오른 대선 후보다. 최근 보수우익을 표방하는 한 미주 언론에서는 문 후보가 ‘박연차 게이트’에서 나온 1조 원 상당의 비자금을 돈 세탁하고 있다는 가짜 뉴스가 퍼지기도 했다. 이 가짜 뉴스는 한국바른언론인포럼 소속이라고 밝힌 한 기자가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주한인언론에 게시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박연차게이트’ 비자금 세탁과 관련한 가짜뉴스.
문 후보에 대한 가짜 뉴스는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신연희 강남구청장이 자신의 지인들과 함께 한 스마트폰 메신저 단체 대화방에서 문 후보에 대한 가짜 뉴스를 공유하다가 적발됐다. 이 대화방에는 김진태, 이인제, 조경태 자유한국당 의원,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 서석구 변호사 등 150여 명이 참여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 구청장은 이 대화방에서 “문재인을 지지하면 대한민국이 망한다. 문재인은 공산주의자다”라는 글과 ‘놈현(노무현)·문죄인(문재인)의 엄청난 비자금‘이라는 제목의 유튜브 동영상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과정에서 신 구청장이 공유한 가짜 뉴스의 첫 발원지가 전 국정원 직원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파장은 더욱 커지고 있다.
다만 검찰은 당시 신 구청장이 공유한 내용에 기자나 언론사가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등 ‘뉴스’의 형태를 띠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를 가짜 뉴스로 정의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신 구청장이 이 같은 허위 사실을 공유하면서 소위 ‘보수 우파’들이 결집해 있는 네이버 밴드(소모임)에 가입할 것을 종용하면서, 이 밴드에 가입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문 후보나 타 대선 후보에 대한 실제 가짜 뉴스가 공유되고 있을 가능성도 높게 보고 있다.
가짜 뉴스에 발목이 잡혀 대선 출마를 포기한 케이스도 있다.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의 이야기다. 반 전 사무총장은 그의 대선출마가 UN법에 위반된다는 가짜 뉴스에 휘말려 고역을 치러야 했다. 앞선 ’꽃동네 앞치마 논란‘ ’퇴주 음복 논란‘ 등에 이어 가짜 뉴스까지 이어지자 결국 반 전 총장은 대선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언론사까지 속게 만들었던 이 가짜 뉴스의 내용은 이렇다. 지난 1월 7일, 재유럽 한인을 위한 한 인터넷 매체가 “반기문, 한국 대통령 출마는 UN법 위반 ‘UN 출마 제동 가능’”이라는 기사를 올렸다. 현 UN사무총장인 안토니우 구테헤스가 반 전 총장의 한국 대선 출마가 UN법 위반이라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구테헤스 사무총장은 반 전 총장의 대선 출마에 대해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가짜 뉴스에는 정치인들마저 속았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지난 1월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기사를 언급하며 “반 전 사무총장은 대통령에 출마할 자격이 없다”고 지적했다가 몇 시간 만에 “확인되지 않은 사실에 기초한 발언”이라며 자신의 발언을 정정했다.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이 가짜 뉴스를 자신의 SNS에 올리며 “구테헤스 신임 UN사무총장의 일갈”이라고 반 전 총장의 대선 출마를 비판했다. 그러나 사실과 다르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정 의원 역시 “그 부분 인용은 정정 사과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 같은 가짜 뉴스는 스마트폰 메신저인 카카오톡을 통해 가장 많이 유포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팀 관계자는 “뉴스의 형태를 띤 유언비어들은 보통 조잡한 문서 형식을 하고 있었는데, 최근에는 글만 작성하면 기사 형태로 제작해주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등을 통해서 완벽한 뉴스의 형태가 돼서 공유되기도 한다”라며 “현재 검찰이 대선 전까지 가짜 뉴스에 대해 원 작성자는 물론 유포자까지 끝까지 추적할 방침을 밝힌 만큼, 잘 알려지지 않은 언론사발 뉴스이거나 포털 사이트를 통해 유포된 뉴스가 아니라면 먼저 의심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