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차그룹 사옥. 현대차그룹이 최근 국내외에서 어려움을 겪으며 위기론이 제기되고 있다. 일요신문DB
현대·기아차 모두 올해는 이렇다 할 신차도 없다. 게다가 현대차 단체협상도 예정돼 있어 노사불안이 되살아날 가능성도 크다. 유력 대선주자들이 저마다 재벌개혁을 외치고 있어 지배구조 개편이 더딘 현대차그룹이 가장 불리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현대차 위기론의 배경을 진단해봤다.
올 1분기 내수 판매량을 보면 현대차는 전년 대비 0.6% 성장하는 데 그쳤고, 기아차는 오히려 4.4% 뒷걸음질쳤다. 지난해까지 시장을 견인했던 개별소비세 인하 혜택이 사라진 상황에서 현대차는 제네시스와 그랜저를 제외하면 모델 노후화로 판매가 저조했다. 기아차는 주력 K7마저 그랜저에 밀리면서 전 차종에서 힘을 잃었다. 벤츠와 BMW 등 수입차들의 공세도 여전히 거세다.
수출에서는 현대차가 무려 8.8% 급감했고, 기아차도 0.2% 감소했다. 신흥시장은 물론 선진시장에서도 맥을 추지 못했다. 특히 3월 중국공장에서는 사드 후폭풍으로 전년보다 생산이 44%나 줄었다.
지난 2, 3월 골드만삭스의 지주사 전환 시나리오 덕에 반짝 상승했던 주가도 4월 들어 다시 하락세다. 현대차 주가는 올 들어 5% 가까이 떨어졌다. 지난해 25%나 급락했던 기아차 주가의 올해 낙폭은 9%에 육박한다. 현대모비스는 올 들어 13% 넘게 하락하며 가장 깊은 상처를 입고 있다. 현대건설을 제외하면 현대제철, 현대위아, 현대글로비스 등 비자동차 계열사 주가도 모두 내리막이다.
이미 현대차가 시가총액 2위 자리를 SK하이닉스에 내준 데 이어 그룹 시가총액에서도 SK(98조 원)에 밀려 3위(97조 원)로 내려앉았다. 4위 LG(81조 원)와 아직 차이가 크지만 현대차그룹 주력사들은 여전히 고전 중인 데 반해 LG화학, LG전자, LG디스플레이 등 사드 악재를 만난 LG생활건강을 제외하면 LG그룹 주력 계열사의 반등세는 뚜렷하다. 현대차그룹이 자칫 4위로 밀릴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특히 제조업에서 가동률 하락은 매출 감소와 함께 고정비 부담을 늘려 경영실적에 가장 치명적이다. 그동안 현대차는 판매 호조로 생산능력 확대에도 높은 가동률을 자랑했고 이 때문에 이익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었다. 그러나 반대 국면이 전개되면서 이익이 급전직하할 수도 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생산능력이 늘어난 상황에서 판매가 부진하다면 생산량 축소와 가동률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박상원 흥국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와 기아차는 오랫동안 고유가 환경의 지속이라는 경영적 가정(management assumption)만 믿고 승용차 위주의 제품 라인업 또는 포트폴리오 구축을 해왔고, 지난 2014년 이후 현재 배럴당 50달러를 넘나드는 저유가 환경에서 촉발된 세계적인 SUV 및 크로스오버 차종 인기라는 추세에서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다른 견해도 있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에 대해 “사드 여파로 순이익에 부정적 영향이 예상되나 지배구조개편 기대감으로 자산가치가 재조명되면서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전망이다”라고 평가했다. 또 기아차에 대해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지난 5년간 평균 판매가격을 보면 국내에서는 22.9%, 해외(원화 표시)에서는 1.8% 올라갔다. 소비자의 선호가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다만 그간 누적된 유로화 평가절하(지난 5년간 원화 대비 14.8% 하락) 탓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QE) 종료가 임박했다. 유로화 가치가 안정되면 그간 가려졌던 경쟁력이 주목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 사드 보복이라는 악재에 대해서도 유지웅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양사 중국 현지법인의 경우 중국 국영기업들과 50 대 50 지분 합작형태임을 감안하면 궁극적으로는 해결될 문제기 때문에 중장기적 관점에서는 회복이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지주사로의 지배구조 개편은 주주이익 강화를 수반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대개 호재로 꼽힌다. 현대차그룹 역시 지배구조 재료는 긍정적인 역할을 해왔다.
그런데 정의선 부회장의 자금원(源)인 현대글로비스의 주가 하락이 너무 심하다. 2014년 9월 33만 7000원이던 주가가 이제는 14만 원조차 위협받고 있다. 한때 3조 원이 훨씬 넘으며 기아차의 현대모비스 지분가치와 맞먹었던 정 부회장의 현대글로비스 지분가치는 이제 1조 2315억 원에 불과하다. 현재 기아차의 현대모비스 지분가치는 약 3조 7000억 원이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글로비스는 대표적인 일감몰아주기 기업이다. 새정부가 출범하면 다른 건 몰라도 재벌들의 특수관계인에 대한 일감몰아주기만큼은 강력히 제재할 가능성이 크다. 단기간에 현대글로비스 주가가 의미 있는 반등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장외시장에서 한때 1조 원에 달했던 정 부회장의 현대엔지니어링 지분가치도 현재는 6300억 원대로 뚝 떨어졌다. 현대글로비스 지분과 합쳐도 채 2조 원이 안 되는 셈이다.
최열희 언론인
“미세먼지야 고맙다” LG전자 주가 상승세 주목 LG전자의 주가 상승세가 주목받고 있다. LG그룹의 간판이지만 LG화학이나 LG생활건강 등에 밀리고, 심지어 동생 격인 LG디스플레이에 가려졌던 지난해와 다른 모습이다. 삼성전자처럼 반도체나 스마트폰 등 단일 아이템이 대박을 터뜨리는 상황도 아니다. 더욱이 좀처럼 높은 이익을 내기 힘든 가전 부문이 주도한 결실이라는 점에서 증시의 평가가 후하다. LG전자 주가는 올해 5만 1000원대에서 시작했지만 무려 37%가량 오르며 7만 원을 넘어서고 있다. 증권사들이 8만 원대 중반, 일부는 9만 원 이상을 목표주가로 제시할 정도로 기세가 여전하다. 특히 미세먼지 등의 여파로 세탁기, 건조기, 스타일러, 청소기 등 ‘클린’ 가전에서 LG전자 제품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고졸 출신의 ‘세탁기 장인’ 조성진 부회장이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셈이다. 노근창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원자재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HA(가전/에언컨) 사업부는 10.3%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되며, HE(TV) 사업부도 7.8%대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노 연구원은 “기존 프리미엄 생활가전 이외에 창의적인 제품인 트윈워시(Twin Wash, 세탁기), TROM스타일러(옷 보관 냉장고) 같은 차별화된 제품군이 확대된다”며 “특히 고부가 제품인 OLED TV의 출하량 비중이 여전히 미미하다는 점에서 내부 효율성 제고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노경탁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스마트가전과 인공지능가전을 활용한 마트홈 플랫폼 등 ‘제4차산업혁명’을 선도하고 있는 국내 가전업체(삼성전자, LG전자)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난 7일(현지시간) 프리미엄 스파트폰 G6의 북미 출시는 추가적인 주가 상승을 기대할 만한 ‘덤’이다. 김현수 토러스증권 연구원은 “북미 통신사업자들은 프리미엄 폰으로 애플․삼성전자 플래그십 모델을 배치하고 차상위 모델로는 중국 제품을 기피하는 성향이 있어 LG전자에 유리하다”면서 “G3(600만 대)와 G5(300만 대) 중간 수준만 유지하더라도 무선사업부 영업적자를 대폭 줄여 회사 실적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