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소장에 해당하는 전 도쿄도 감찰의무원장으로 근무했던 우에노 마사히코씨가 그 주인공. 세계 최초의 ‘복상사 전문가’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는 우에노씨는 자신이 그동안 연구해온 복상사를 논문으로 발표해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번에 발표된 책 <남자와 여자의 슬픈 사체>에는 일본에서 발생한 복상사에 대한 자세한 통계와 실례가 실려있다.
우에노씨가 그동안 검사한 복상사 건수는 전부 1백70건. 그 중 부부 사이에 발생한 것이 86건이었고, 애인관계 또는 불륜관계에서 일어난 경우가 84건으로 수적인 면에서는 거의 같았다. 일반적으로 알려졌듯 복상사에서는 남자의 비율이 매우 높았다. 여성은 전체 복상사의 15% 정도에 불과. 사인은 남성의 경우 심근경색 등 심장사가 압도적으로 많았고, 여성은 지주막하출혈 등 뇌출혈이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 이런 경우가 있었다.
어느 바의 마담이 젊은 대학강사를 알게 되어 점차 밀애를 나누는 사이로 발전했다. 마담은 남자보다 7세 연상인 45세였으며 섹스에서도 훨씬 더 적극적이었다. 어느날 정사를 시작한 후 30분 정도가 경과했을 때 마담이 신음소리를 내며 가벼운 경련을 시작했다. 남자도 이에 맞춰서 폭발(사정)했다. 그러나 다음 순간, 마담은 입에서 거품을 내뿜으며 몸을 뒤로 젖힌 뒤 숨이 끊어졌다. 행위 도중 지주막하출혈에 의해 급사한 것. 하지만 남자는 그녀의 몸 위에서 꿈을 꾸듯 황홀한 기분 때문에 한동안 사태를 깨닫지 못했다고 한다.
고령자에게 많이 생길 것 같은 복상사는 그러나 통계상으로는 30대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40대, 50대, 20대, 60대 순으로 나타나 젊은 세대에서 많이 발생하고 있다는 놀라운 결과를 보여준다.
30대, 40대의 경우는 한창 일할 나이로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는 연령대다. 그러나 아직 자신은 건강할 것이라는 자만 때문에 식생활 개선 등 예방대책에는 소홀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자신도 전혀 모르는 사이에 심근경색이나 뇌출혈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런 상태에서 섹스라는 정신적 육체적 흥분과 소모가 한꺼번에 가해졌을 때, 잠재적 질환이 유발되어 돌연 사망에 이르게 되는 것.
또한 남녀의 연령차에서도 특징을 찾아볼 수 있었다. 남성 복상사의 평균연령은 남성이 46세, 상대방 여성은 33세로, 남성이 13세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차가 가장 컸던 사례는 74세의 은퇴한 노인과 23세의 누드모델이 관계를 가지다 사망한 경우로, 이들의 나이차는 무려 51세였다.
이에 비해 여성이 복상사한 경우는 평균연령이 남성 41세, 여성 42세로 오히려 여성이 한 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연상의 여성이 젊은 남성을 적극적으로 리드한다는 점에서 ‘사고’의 위험이 잠재되어 있는 듯보인다. 앞서 얘기했던 바의 마담도 이 경우에 들어맞는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도 건강한 사람이 돌연사하게 되면 경찰은 자살 타살 여부를 가리기 위해 우선 감찰의에게 검사를 요청한다. 복상사의 경우도 상대가 살해당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예외가 될 수는 없다. 하지만 복상사의 경우에는 경험상, 현장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복상사에서 가장 수사가 어려운 경우는 일반 가정에서 부부 사이에 복상사가 발생했을 때. 남편이 복상사한 경우 자녀들과 친척들의 체면 때문에 아내가 복상사 사실을 숨기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 와중에 침실의 어두운 불빛 아래서 당황한 부인이 급사한 남편의 팬티를 뒤집어 입히거나 앞뒤가 바꿔놓는 경우가 많아서 쉽게 알아챌 수 있다고.
우에노씨는 평소에 건강관리를 잘하고, 관계를 가질 때도 무리만 하지 않는다면 복상사로 죽을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섹스는 아니지만 자위 도중에 사망하는 사고도 의외로 많다고 한다. 한 30대 남성은 스트립쇼 극장 화장실에서 자위 도중 사망했다. 이 남자는 심장이 약해 부인과 관계를 안 가진 지 오래된 상태였는데 그런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 스트립쇼를 보러 갔다가 흥분한 나머지 화장실에서 자위하는 중에 심장발작을 일으켰던 것이다.
흥분상태에서 추락사한 특이한 경우도 있었다. 어느날 밤, 한 젊은 남자가 전봇대 위에 올라가 남의 집안을 훔쳐보고 있었다. 그 집에서는 젊은 부부가 한창 관계를 갖는 중이었다. 남자는 숨죽이며 이 부부의 방을 구경하면서 자위를 하기 시작했다. 남자는 자위 도중 클라이맥스가 가까워지자 전봇대를 붙잡고 있다는 것도 잊은 채 크게 흥분하고 말았다. 바로 그 순간 그 남자는 도로로 추락해 숨을 거두고 말았다.
특이한 것은 자위로 인해 사망하는 경우 그 사망 원인을 보면 심장발작보다는 질식사가 대부분이라는 점. 이는 목을 끈으로 조여 쾌감을 얻으려다가 질식하게 되기 때문이다.
한편 SM플레이(피학·가학적 성행위)로 사고사하는 경우는 그리 빈번하지 않다고 한다. 다만 부부 사이에서 종종 이런 SM플레이에 의한 사고가 일어나기도 한다. 남편이 아내의 목을 조이면서 관계를 갖다 도중에 멈추지 못해 질식시키는 경우가 많았다고 우에노씨는 적고 있다. 여성이 남성의 성기를 자르는 사건은 10년에 한 번꼴로 일어난다고 한다.
나운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