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러한 상징적인 의미 외에도 ‘에어 포스 원’에는 또 다른 중요한 의미가 하나 숨겨져 있다. 완벽하게 외부와 차단된 밀폐된 공간에서 장시간 여러 사람들과 함께 보내야 한다는 특수 여건상 대통령의 특이한 개성이나 스타일 등 진면목이 그대로 드러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것이다.
때문에 한 인간으로서의 대통령의 모습을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곳 역시 바로 ‘에어 포스 원’이라는 것이 측근들의 설명. 이렇듯 지난 60년 동안 하늘을 가르며 미국의 힘을 상징해왔던 ‘에어 포스 원’에 숨겨진 뒷이야기를 케네스 T. 월시의 저서 <에어 포스 원>을 토대로 소개해 본다.
지금까지 ‘에어 포스 원’에 몸을 싣고 전세계 하늘을 누볐던 대통령은 모두 12명. 이들 중 가장 최장거리 비행 기록을 세웠던 사람은 빌 클린턴 대통령으로서 모두 1백33회에 걸쳐 약 2백26만7천7백km를 비행했다. 이것은 두 번째로 가장 많이 비행했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기록보다도 무려 두 배 이상 많은 것이었다.
또한 가장 먼저 ‘에어 포스 원’이란 명칭을 대외적으로 사용했던 것은 존 F 케네디 대통령이었다. 기존에 공군과 첩보부 사이에서 암호로만 사용되어 왔던 ‘에어 포스 원’이라는 별칭을 언론에 공개해 공식적으로 사용하도록 했던 것.
하지만 사실 ‘에어 포스 원’이란 명칭은 특정 비행기에만 붙는 것은 아니다. 대통령이 탑승하는 모든 비행기라면 무엇이 됐든 ‘에어 포스 원’이란 콜 사인이 붙게 되는 것. 이에 비해 백악관에서 워싱턴 외곽에 위치한 ‘에어 포스 원’ 비행장까지 대통령이 이용하는 군용 헬리콥터는 ‘마린 원(Marine One)’이라고 부른다.
▲ 지난 2001년 9월12일 ‘9·11테러’ 직후 전용기에서 비서실장과 대책을 논의하는 조지 W 부시 대통령. | ||
하지만 소아마비로 다리가 불편했던 루즈벨트 대통령을 위해 얼마 후 특수 설계된 ‘더글라스 C-54 스카이마스터’가 전용기로 대체됐으며, 여기에는 휠체어를 기내로 오르내릴 수 있는 전동식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었다.
하지만 불편한 몸을 이끌고 장시간 비행을 한다는 것은 사실 루즈벨트 대통령에겐 고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때문에 그는 기내에 오르자마자 바로 편안한 스웨터와 헐렁한 바지로 갈아 입곤 했으며, 비행중에는 항상 창밖을 바라보거나 네비게이션을 통해 항해 위치를 파악하는 것을 취미로 삼았다. 또한 그는 대통령답지 않은 소박한 면모로 승무원이나 수행원들에게 좋은 점수를 얻곤 했다.
대통령 전용기가 단순히 이동 수단의 임무 외에 다른 임무를 수행하기 시작했던 것은 다음 대통령이었던 해리 트루먼 대통령 때부터였다. “대통령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즉시 달려가 임무를 완수하겠다”는 ‘행동가’로서의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전용기를 홍보 무기로 삼았던 것.
또한 전용기를 통해 허세를 부리기도 했던 그는 처음으로 기체의 앞부분과 뒷부분을 각각 흰색과 푸른색으로 칠함으로써 전용기의 외관을 미국의 상징인 독수리 모양으로 꾸미기도 했다. 이러한 색상의 배합은 조금 변화되긴 했지만 현재까지도 사용되고 있는 디자인이기도 하다.
비행중에는 늘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고 복도를 서성대거나 승무원들이나 수행원들과 수다를 떨기 좋아했던 트루먼 대통령은 조종실에 들어가 파일럿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대화를 나누는 일도 빈번했다.
전용기를 제트기인 보잉707로 바꾼 것은 아이젠하워 대통령이었다. 그로부터 현재까지 줄곧 보잉사의 대형 여객기가 대통령 전용기로 사용되고 있으며, 오늘날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친숙한 디자인을 갖추기 시작했던 것은 존 F 케네디 대통령 때였다. 당시 부인 재클린 케네디의 조언에 따라 비행기의 외관을 점잖은 푸른색과 흰색이 어우러진 모습으로 디자인했던 것.
▲ 기내에서 수행원들과 포커를 하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 AFP/연합뉴스 | ||
전용기를 사용했던 대통령 중 가장 비행을 좋아했던 조지 부시 대통령은 승무원들에게 관대하고 자상했으며, 하늘에서 가장 인기가 많았던 대통령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앞서 말했듯 최장거리 비행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빌 클린턴 대통령에게 있어 비행기라는 공간은 다소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한 인터뷰에서 클린턴 대통령은 “기내에서는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특이한 동지애가 발생한다. 누구든지 더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기내에서 회의하는 것을 즐기는 편이다”며 ‘하늘 위에서의 회의’에 대한 예찬론(?)을 펼쳤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비행 중 유난히 수행원들과 수다를 떨거나 카드 게임을 즐기기로 유명했던 클린턴 대통령은 밤을 꼬박 새우는 일도 많았다.
취임 직후부터 에어 포스 원의 홍보 위력을 절감했던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전용기가 이착륙할 때마다 군악단에게 반드시 동일한 악주를 연주하도록 지시했으며, 지난 9·11테러 발생시에는 절박했던 순간에 중대 결정을 전용기 안에서 내림으로써 ‘공중 지휘 사령부’라는 명성을 얻기도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