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박계의 리더 격인 허태열 전 사무총장이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박근혜 전 대표. | ||
자연 박근혜 전 대표의 행보에 당 안팎의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던 상황. 이런 가운데서도 박 전 대표는 전당대회 기간 중 최대한 언행을 자제하는 ‘침묵 모드’를 지켰다. 그러나 이번 선거 유세과정에서 허 전 총장이 만만치 않은 세력을 과시하면서 박 전 대표도 ‘당내 영향력’을 다시 한 번 보여줬다는 평이 많다.
지난 4·9 총선 이후 여의도 정가에서는 박 전 대표의 거취와 관련해서 각종 ‘루머’가 끊이지 않았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의 측근 Y 씨를 통해 박 전 대표에게 총리직을 제안했다는 소문도 나돌았고, 수도권 K 의원을 비롯한 친이 소장파 그룹에서 박 전 대표의 당권 도전을 권유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돌았다. 싫든 좋든 이 대통령에게 박 전 대표라는 존재는 급박한 위기의 순간이 닥칠 때마다 도움을 요청할 만한 ‘구원투수’일 수밖에 없는 셈이다. 그렇다면 전당대회 이후 박 전 대표의 행보는 과연 어떻게 달라질까. 일단 당 안팎의 대체적인 의견은 현재와 같은 형태의 ‘비적극적 현실참여’를 계속할 것이라는 쪽이 많다. 박 전 대표 스스로 ‘복당 문제가 해결되면 출마하지 않겠다’고 언급했던 기조가 당분간 이어지리라는 것. 일부 인사들의 복당이 이미 이뤄지고 있는 만큼 당분간 정치 일선에 나서거나 국회 원 구성 과정에서 자기 계파 사람들을 위해 직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친박계 전체가 당분간 숨을 죽이며 정국을 관조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당 바깥 친박 인사들이 복당을 하더라도 엄연히 한나라당의 주류는 친이계가 차지하고 있기 때문. 친박계로서 낙천·낙선자들도 적지 않아 이들에게 공기업이나 정부산하 기관 취업 등 자리나 역할을 마련해주기 위해서라도 친이 측과의 갈등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는 셈이다.
여기에 ‘복당녀’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이 붙은 박 전 대표로서는 당분간 목소리를 최소화하면서 ‘계파 수장’의 이미지를 탈색시킬 필요도 있다. 20% 아래로까지 곤두박질쳤던 이 대통령의 지지도가 서서히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는 점도 박 전 대표 행보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연말까지 경기회복이 여의치 않고, 당이 대선공약으로 제시했던 국정 과제들이 좌초되기 시작하면 박 전 대표가 본격적으로 차기 대권 주자로서 현 정부와 차별화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새로운 당 지도부가 친박계에 대한 ‘푸대접’을 계속한다고 판단되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설 가능성도 있다. 이와 관련해 친이 측에서는 당의 화합을 위해서라도 국회상임위원장 배분 등에 있어 친박계를 배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준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