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과 부인 낸시. | ||
<낸시:낸시 레이건과 함께 보낸 세월의 초상(Nancy:A Portrait of My years with Nancy Reagan)>이라는 제목의 이 책은 취재기자이자 로널드 레이건의 오랜 친구인 마이클 디버가 펴냈다. 그는 이 책에서 낸시가 알츠하이머병에 걸려 죽음을 기다리는 남편에게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는 안타까운 심정 등 낸시의 눈물을 세세히 적었다.
책의 내용은 무척이나 슬프지만 레이건 부부의 남다른 사랑이 잘 나타나 있다. 전 퍼스트 레이디 낸시가 남편 로널드의 상태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1994년이었다. 그때 로널드는 워싱턴에서 자신의 83번째 생일을 축하하고 있었다.
이날의 주인공 로널드는 파티장에서 연설을 할 때 많이 힘들어 보였다고 한다. 연설 시작 1분 정도 로널드가 말을 잘 못하는 충격적인 상황이 연출됐다. 낸시에게 그것은 10년과도 같은 시간이었다. 하객들이 웅성거렸고 다들 그에게 노환이 찾아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낸시는 그것이 알츠하이머일 것이라고 직감했다. 슬프게도 그녀의 예감은 정확했다. 병원에서 나온 진단은 알츠하이머 초기 단계였다. 이후 로널드는 자신의 최근 기억들을 차근차근 잊어 갔다.
로널드의 기억과 정신을 되살리기 위해 낸시는 아침마다 산책을 시켰고 계속 책을 읽게 했다. 그러나 별다른 소용이 없었다. 낸시는 남편이 너무나 사랑하는 산타 바바라에 있는 7백 에이커짜리 농장도 팔았다. 농장이 너무 광대해 로널드를 헷갈리게 한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남편의 상태는 더욱 나빠져 갔으나 낸시는 침착했다. 2001년 로널드는 걷다가 넘어져서 엉덩이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입고 병원에 실려 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로널드의 딸인 모린이 피부암 판정을 받고 투병에 들어갔다. 낸시는 두 병실을 분주하게 왔다갔다 해야 했다. 2002년에 맞은 결혼 50주년 행사는 아주 조촐하게 치러졌다.
낸시에게 끝까지 희망을 잃지 않게 만든 것은 아주 가끔씩 되돌아 오는 ‘정상인’ 로널드였다. 몇 년 전 로널드는 비밀기관 요원과 산책을 하다가 옆집에 피어 있는 장미를 보고 그 집에 들어가려 했다.
그때 비밀요원이 말리자 로널드는 “나도 이 집이 남의 집인 것은 알고 있어. 나는 그저 저 꽃을 나의 사랑스런 아내에게 주려는 것뿐이야”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 말을 나중에 요원에게 전해 들은 낸시는 감격과 슬픔의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책의 저자 디버에 따르면 정상인이었을 때 로널드가 자신에게 “우리 부부는 아주 웃겨. 그렇게 오래 살고도 나와 낸시는 누구도 먼저 ‘잘 가’라는 말을 하기 싫어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금 ‘잘 가’라는 고통스러운 말을 할 기회가 낸시에게 먼저 주어질 듯하다.
문암 해외정보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