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 맨위드힐에 있는 에셜론 기지. | ||
어떠한 조직도 기업도 정부도 그리고 심지어 개인조차 에셜론 앞에서는 안전하지 않다. 이미 코피 아난 유엔사무총장을 비롯하여 한스 블릭스 전 유엔 이라크 무기사찰단장, 메리 로빈슨 유엔인권고등판무관 등이 에셜론에 의해 도청을 당했으며, 바티칸 교황청이나 테레사 수녀, 영국의 다이애나 전 왕세자비, 찰스 왕세자도 에셜론의 그물망을 피하지 못했다.
이처럼 전세계 통신망의 70%를 커버할 수 있는 에셜론은 유무선 전화는 물론 팩스, 이메일, 인터넷 페이지 등 가능한 모든 통신 수단의 내용을 엿들을 수 있다. 현재 1백20여 개 기지가 전세계에 있으며, 분당 1백만 건 이상의 대화 내용을 도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에셜론이 포착한 도청 정보는 크게 즉각 해독-번역-분석-정보 작성 등의 과정을 거쳐 대통령이나 장관 등의 책상 위로 배포된다. 또 필요하다면 일부 NSA로부터 정보를 지원받는 일반회사의 간부도 정보를 볼 수 있다.
에셜론에 잡힌 수백만 개의 통신정보는 분석 프로그램인 ‘MEMEX’를 통해 몇몇 키워드를 신속히 탐색한다. 가령 부시, 폭탄, 빈 라덴, 테러 등과 같은 것이 그것이다. 에셜론을 지원하고 있는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은 자국에게 필요한 개별적인 키워드를 작성해 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밖에도 에셜론은 세계 유명인사의 목소리를 즉각 잡아낼 수도 있다. 주요 인물들의 목소리 특징이 입력되어 있기 때문에 특정인의 목소리가 포착되면 자동으로 녹음기가 작동된다.
이렇게 전세계 기지에서 전화, 이메일, 팩스 등을 통해 수집된 모든 정보는 즉각 52대의 슈퍼컴퓨터에 저장된 후 개별 키워드나 의심스러운 정보별로 세밀하게 걸러진다. 슈퍼컴퓨터를 통해 신속하고 정확하게 가려진 정보는 비밀정보원들이 다음날 분석 및 번역한 후 미국 메릴랜드주 포트 미드에 위치한 NSA로 전송한다.
이러한 정보 도청은 이제 경제 분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지난 2000년 제임스 올시 전 CIA 국장은 유럽 기업들이 중남미, 중동 등지에서 뇌물을 풀어 수주를 따내려는 시도를 NSA를 통해 미국 내 기업들에 제공한 바 있다고 밝히며, 이러한 도청 정보가 정상적인 경쟁에는 절대로 사용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유럽은 이를 반박하고 나섰다.
특히 덩치가 큰 수주 건의 경우 미국업체가 유럽의 경쟁업체를 이길 수 있도록 에셜론을 통해 불법으로 수집된 경쟁사의 정보를 제공하면서 여러 차례 수주를 따내도록 도왔다는 것. 과거 사우디아라비아가 발주한 항공기 수주시 부딪쳤던 유럽의 에어버스와 미국의 보잉사 간의 각축전이 이에 해당한다고 한다.
하지만 몇몇 유럽 국가도 이런 감청시설을 이용하고 있긴 마찬가지. 소규모란 점이 미국과 다를 뿐이다. 프랑스의 경우 국제전화 감청용 네트워크를 비밀리에 운영하며 미국을 비롯한 외국의 정부기관과 주요 기업을 도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독일 역시 프랑스와 함께 위성 첩보수집능력을 공유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어 결코 떳떳하지만은 않다는 것이 미국측의 주장이다.
불법이라는 여론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미 국무부는 한발 더 나아가 최근에는 “VoIP(IP를 사용하여 음성정보를 전달하는 인터넷 폰)을 포함한 광대역 인터넷 서비스를 도청하겠다”고 밝혔다. FBI에 따르면 “기존의 전화도청을 의식한 범죄자들이 VoIP나 광대역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정보를 교환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현대판 ‘빅 브라더’의 영향력은 우리의 상상을 뛰어 넘어 앞으로도 막강한 파워를 자랑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