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여당 지도부와 청와대의 행보가 잇따라 어긋나자 당 내부에서 점점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박희태 대표.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당 지도부라 할 수 있는 9명 최고위원회의 멤버 중 구설에 주로 오르는 인사는 ‘빅 3’다. 당권을 대표하는 박희태 대표와 원내 사령탑인 홍준표 원내대표, 그리고 전대에서 2위를 차지해 대표 궐위시 승계 1순위자인 정몽준 최고위원이 그 면면이다.
우선 박 대표는 대북 특사 파견 해프닝으로 스타일을 구겼다. 전말은 이렇다.7월 22일 한 일간지에 박 대표가 이 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대북특사를 포함한 전방위 접촉을 해서 (금강산 피격사건에 대한) 정확한 진상조사와 그에 따른 북한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는 내용이 실렸다. 이를 뒷받침하듯 차명진 대변인은 다음날(7월 23일) 브리핑을 통해 “박 대표가 한나라당에 계신 훌륭한 정치인을 대북특사로 파견토록 대통령께 건의할 예정”이라는 발표도 했다. 언론에선 당장 ‘박근혜 특사설’이 불거져 나왔다.
그러나 차 대변인의 발표가 있던 바로 당일 이명박 대통령은 청와대 출입기자간담회에서 “북한이 당장 (특사를) 받아들이기는 힘들지 않겠느냐”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상황이 묘하게 꼬이자 박 대표는 다음날(7월 24일) 대북 특사 문제에 대해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없다”고 말해 보는 이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당내에선 ‘백전노장’으로 당·청 간 소통을 누구보다 강조해 온 박 대표가 구설에 오른 배경을 놓고 설왕설래가 벌어졌다.MB계 한 중진은 “정치적 감각 하나만은 탁월한 박 대표인데 총기가 떨어지셨나…”라며 고개를 갸웃거렸고, 박 대표와 가까운 박근혜계 핵심인사는 “경위를 알아보지는 않았지만 박 대표가 애매하게 엮인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박 대표 측은 이른바 ‘말 바꾸기’ 논란에 대해 억울해 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한 측근은 “박 대표는 특사 얘기를 거론한 적이 없다. 인터뷰에서 특사 얘기를 꺼내길래 ‘그것도 괜찮겠다’고 말한 것이 전부다. 대변인이 있지도 않은 얘기를 해서 사고를 쳤는데 엉뚱하게 대표에게 불똥이 튀었다”고 말했다.
▲ 홍준표 원내대표 | ||
홍 원내대표의 위상은 18대 국회 원 구성 협상과정에서 결정적으로 흠결이 생겼다. 그는 지난 7월 31일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와의 회담에서 원 구성안에 합의한 바 있다.그러나 최종단계에서 청와대가 교육과학기술·농수산식품·보건복지가족부 등 3개 부처 장관 인사청문특위 구성에 거부 입장을 밝히면서 협상은 결렬됐다. 홍 원내대표를 향해 청와대와 야당, 심지어 한나라당 내에서조차 “정치력이 고작 그 정도냐”는 비판이 쏟아진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앞서 홍 원내대표는 독도 문제 대응 등을 계기로 정부 외교라인의 문책론이 일자 “문책할 일이 있으면 즉시 문책하는 게 맞다”(7월 30일 MBN 대담)고 말했다가 난감한 처지를 맞기도 했다. 같은 날 이 대통령이 “(사건이 터지면) 그때그때마다 인책을 해야 하느냐”며 문책론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기 때문. 당내에선 당장 “홍 원내대표가 대통령의 의중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말을 꺼냈다가 낭패를 본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후원금을 둘러싼 의혹이 확산되고 있는 것도 홍 원내대표를 괴롭게 만드는 대목이다. 구속된 김귀환 서울시의회 의장으로부터 500만 원의 후원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난 데 이어 민주당에선 홍 원내대표가 다른 서울시의원으로부터도 후원금을 받았다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민주당은 나아가 지방의원 공천과 관련해 국회의원들의 자금수수를 엄격히 제한하는 내용으로 정치자금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이 법안에 ‘홍준표 방지법’이란 이름을 붙이는 등 홍 원내대표를 타깃으로 전방위 공세에 나선 상태다.
▲ 정몽준 최고위원 | ||
정 최고위원은 7월 넷째 주에 최고위원회의를 일주일 내내 보이콧한 바 있다.독도·금강산 문제를 다룬 고위 당정회의(7월 20일)에 자신을 비롯한 최고위원들이 참석대상에서 제외된 것에 대한 반발이었다.
그는 당무에 복귀한 이후에도 “언론에 최고위원회의가 ‘봉숭아 학당’이라는 얘기까지 나와서 유감이고 걱정스럽다”,“원내대표는 주가 조작한 대기업 3,4세는 무기징역감이라고 말을 했는데, 당 대표는 8·15 때 기업인 사면이 필요하지 않느냐고 제안했다는 보도를 봤다. (당의 태도에) 일관성이 없는 것 아니냐”는 등 ‘아슬아슬한’ 발언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그러나 박근혜계를 능가하는 정 최고위원의 ‘강성’ 비주류 행보를 보는 당내 시선은 곱지 않다. 한 핵심 당직자는 “정 최고위원이 박 대표를 정점으로 한 주류를 치받아 당내 기반을 넓히겠다는 속셈인 것 같은데 번지수를 잘못 짚은 것 같다”며 “보수색채가 강한 한나라당 정서에서, 입당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정 최고위원의 최근 행태를 이해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느냐. 한마디로 (정 최고위원은) 자충수를 연발하고 있는 것이다”고 비판했다.
박근혜계 한 중진도 “이명박계와 박근혜계가 당을 양분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실상 ‘단기필마’인 정 최고위원이 지금처럼 행동하면 당내에 우호세력을 확대하기는커녕 거부감만 키워갈 것”이라며 “(정 최고위원이) 줄곧 혼자 정치를 해서 그런지, 6선이라고 하지만 정치력은 여느 재선 의원만도 못한 것 같다”고 혹평하기도 했다.
이준원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