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지진해일로 폐허가 된 인도 남부의 한 마을. 로이터/뉴시스 | ||
지진해일의 밀어닥친 남아시아 국가를 제외하고 가장 많은 희생자가 나온 나라는 의외로 북구의 스웨덴. 어째서 남아시아에서 멀리 떨어진 스웨덴에서 이렇게 많은 희생자가 나온 것일까.
지진 발생 4일 후 침통한 표정으로 기자회견에 임한 예란 페르손 스웨덴 총리는 2만 명이 넘는 스웨덴 사람이 태국에 머물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번 지진해일로 인한 스웨덴 사상자의 숫자는 날이 지날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행방불명자를 포함해 약 3천5백 명의 생존여부가 절망적인 상태. 스웨덴의 인구는 약 9백만 명으로, 최악의 경우 국민 3천 명 중 한 명이 이번 지진해일로 목숨을 잃었다는 계산이 된다.
이렇게 많은 스웨덴 사람들이 태국에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스웨덴에서는 요즘 같은 겨울이면 오후 2시만 돼도 어두워진다. 따라서 긴 유급휴가를 내고 따뜻한 곳으로 가는 것이 유행. 최근 들어서는 싼 가격으로 느긋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태국 등 아시아 국가가 인기를 끌어 왔다.
운 좋게 지진해일로부터 살아난 스웨덴 사람들은 인터뷰에서 “태국 국민들이 대단히 친절하게 도와주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큰 피해를 보기는 했지만 스웨덴 사람들의 ‘아시아붐’은 앞으로도 이어질 모양이다.
태국 남부의 피피섬에서는 3백 명 이상의 관광객이 목숨을 잃었다. 섬에 있는 유일한 마을은 순식간에 시체와 건물의 잔해로 뒤덮였다. 하지만 스노클링이나 다이빙 투어에 참가하고 있던 관광객들은 무사했다. 같은 장소에서 이들의 생사를 가른 것은 무엇이었을까.
현지의 여행사 관계자는 “지진이 났던 날 내 관광객들을 피피섬으로 보냈는데 해일이 들이닥쳤다는 뉴스를 듣고 희망이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모두 무사히 돌아와서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나중에 물어보자 해일이 발생했을 때 모두들 바다 속에서 스노클링을 즐기고 있었다고 했다. 큰 물결을 느끼기는 했지만 해안으로 휩쓸려 갈 정도는 아니었다고 한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일본의 지진 전문가에 따르면 “보통 해일의 피해를 입는 곳은 근해가 아니라 해안지역이다. 해일로 익사하는 일은 드물다. 대부분 큰 파도로 쓰러진 가옥이나 건물 등에 깔려 사망할 확률이 높다. 반면에 근해에서는 해일이 일어나도 해면이 상승할 뿐 다른 이상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어부가 바다에 고기를 잡으러 나간 사이에 해일이 일어나, 돌아와 보니 마을이 없어졌다는 거짓말 같은 경우도 있다고.
하지만 이 전문가는 “그렇다고는 해도 이 경우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해일이 온다고 해서 바다 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무모한 행동이라는 것이다.
지진해일로 큰 피해를 입은 태국의 푸껫에서는 사상자가 늘어남과 동시에 ‘괴담’도 퍼져나가고 있다.
그 출처는 바로 태국의 최대 유력일간지 <타이라트>. 발행부수 약 80만~90만 부의 이 신문은 지난 12월30일자 1면에 다음과 같은 기사를 실었다. ‘12월29일 경찰 20명이 피피섬에 상륙해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할 때 바람도 없는데 텐트가 흔들리더니 텐트 안에서 사람의 신음소리가 들렸다. 그날 밤 경찰부대는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또한 피피섬에서 딸을 찾아 나선 한 어머니는 한밤중에 바닷가에서 수영하고 있는 외국인들 유령도 보았다는 것.
경찰부대는 결국 그날로 야영을 그만두고 출퇴근하면서 구조활동을 하기로 했다며 기사를 끝맺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