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전시위을 벌이고 있는 마르가레테 럼스펠드. 피켓 위는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과 함께한 사진을 합성한 것. | ||
누구나 이런 생각은 한번쯤 해보았을 터. 우리나라처럼 한민족 국가인 경우에는 ‘족보’만 따져보면 어느 정도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나라들의 경우에는 조상을 찾는다는 것이 여간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미국처럼 다양한 민족들로 이루어진 나라라면 이야기가 더 복잡해진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미국인들 사이에서 이런 ‘뿌리 찾기’ 열풍이 불고 있어 화제다. 이들 중에는 먼 옛날 유럽에서 건너온 자신들의 조상을 찾아 직접 유럽으로 날아가는 경우도 부지기수며, 또한 여기에는 할리우드 스타를 비롯한 유명인사들도 포함되어 있어 더욱 흥미를 자아내고 있다.
지난 1976년 당시 미 국방장관으로 재임했던 도널드 럼스펠드(72)는 독일 브레멘 근교의 베이헤-주트베이헤라는 작은 마을에 들러 자신의 먼 친척들을 만났다. 당시 마르가레테 럼스펠드(85)는 “우리 집안의 자랑이자 무한한 영광이다”고 소감을 밝혔다.
럼스펠드는 작은 마을에서 벽돌공으로 일하면서 소박하게 살고 있던 사촌뻘되는 럼스펠드 부부를 두 차례 더 방문하면서 가족애를 쌓아갔다.
럼스펠드 조상이 미국으로 건너간 것은 지난 19세기 무렵. 고조부 하인리히 럼스펠드가 당시 ‘아메리칸 드림’을 품고 고향을 떠나자 서로 연락이 끊겼던 럼스펠드 일가는 이로써 근 1백 년이 지나서야 다시 한자리에 모이게 되었다.
그러나 지난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선두에서 지휘했던 럼스펠드 국방장관에 대한 독일 여론의 비난이 쏟아지자 반전운동에 참여했던 럼스펠드 가족은 “집안의 수치다. 앞으로 가족의 연을 끊고 살겠다”는 등 공개적인 비난을 퍼부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 존 본 조비(왼쪽), 히바우두 | ||
이탈리아 남부의 시칠리아 섬으로 간 그가 그곳에서 자신의 선조를 찾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리저리 문서를 뒤지고 수소문한 결과 곧 자신의 조상들이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어부’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 그는 “어부 집안에서 가수가 태어난 셈”이라고 말하면서 “그렇게 생각하니 묘한 기분이 든다”며 겸연쩍어 했다.
브라질의 축구 스타 히바우두(32)가 독일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지난 2003년 독일을 방문했던 히바우두는 보훔 시청을 찾아가 족보를 열람하면서 조상 찾기에 열중했다. 당시 알려진 바에 의하면 지난 19세기 마리아 마틸데 브뢰링이라는 한 독일 여성이 브라질 출신의 호아오 페이라와 결혼해서 브라질로 이주했으며, 이 여성이 바로 히바우두의 고조모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처럼 ‘조상 찾기’에 나선 미국인들을 위해서 현재 미국 내에서는 다양한 인터넷 사이트가 운영되고 있으며, 이밖에도 미 유타주 솔트 레이크 시티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족보 보관소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깊은 산속 200m 지하에 위치한 이 보관소에는 총 20억 명의 출생, 사망, 결혼 정보를 비롯해 조상들의 정보가 보관되어 있으며, 원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무료로 조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