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쓰쓰미 세이부그룹 전 회장 | ||
쓰쓰미 전 회장은 그동안 정치권, 연예계, 왕실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들과 친분을 맺어왔다. 흥미로운 점은 그들은 모두 세이부그룹이나 쓰쓰미 전 회장한테 호의를 입은 사람들이지만, 누구 하나 앞으로 나서 위기에 빠진 쓰쓰미 전 회장을 두둔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쓰쓰미 왕국’의 몰락을 실감하게 되는 장면이다.
과연 쓰쓰미 전 회장 때문에 입장이 난처해진 사람들의 속사정은 무엇일까.
고이즈미
지난 날 쓰쓰미 전 회장은 정치인들과의 관계에 대해 “나는 한 사람과 깊은 친분을 맺어 나머지를 적으로 돌리기보다는, 열 명을 내편으로 만드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특히 정치인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더욱 그러하다. 때문에 파벌과 상관없이 많은 정치인들과 일정한 거리를 두면서 친분을 유지하는 것이 나의 방식이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하지만 고이즈미 총리와의 친분만큼은 각별했던 듯하다. 고이즈미 총리가 취임한 날(2001년 4월26일)부터 현재까지 세이부그룹 계열사인 프린스호텔에 머문 날이 무려 2백88일에 이른다. 공적인 일로 이용하기도 했지만 회식, 휴가, 영화감상을 할 때도 거의 프린스호텔을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총리 관저 관계자에 따르면 고이즈미 총리는 가까운 곳에 있는 관저를 놔두고 굳이 프린스호텔에 묵는 일이 잦았으며, 지방에 갈 때에도 항상 그 지역에 있는 프린스호텔에 투숙했다고 한다. 또한 고이즈미 총리가 소속된 파벌 ‘세이와카이(淸和會·현 모리파)’ 사무실도 아카사카에 있는 프린스호텔 별관에 있다.
쓰쓰미 전 회장은 “총리와는 야구나 문화, 연예계의 이야기를 주로 나눴으며 정치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았다”며 고이즈미 총리와 ‘이해관계와 상관없는 오랜 친분’임을 강조했다.
항간에는 고이즈미 총리가 ‘여성과의 은밀한 만남’을 위해 프린스호텔을 애용한다는 소문도 떠돌고 있다. 과연 고이즈미 총리의 프린스호텔 출입의 진실은 무엇일까.
마쓰자카
일본의 ‘괴물투수’ 마쓰자카 다이스케의 메이저리그 진출 꿈도 이번 사건의 유탄을 맞았다. 마쓰자카는 지난해 말 세이부 라이온즈와 재계약하면서 올 시즌 후 포스팅 시스템(비공개입찰)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가겠다고 요구했고 구단도 이를 받아들였다.
▲ 고이즈미 총리 | ||
안그래도 매각설이 나돌던 세이부 구단이 올 시즌이 끝난 후 팔릴 가능성이 점점 확실시되고 있는 것. 만일 매각이 성사된다면 마쓰자카와 세이부 구단의 약속은 물거품이 되고 만다. 게다가 바뀐 구단주가 팀의 기둥투수로서 관객동원력이 뛰어난 최고스타 마쓰자카의 해외진출에 선뜻 동의할 리도 만무하다.
단, 25세의 젊은 투수 마쓰자카라면 스즈키 이치로(시애틀 매리너스)의 1천3백12만5천달러(약 1백30억원)를 뛰어넘는 사상 최고의 낙찰금액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아 새 구단이 ‘돈’을 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일왕 여동생
현 아키히토 일왕의 여동생인 시마즈 다카코(66)가 프린스호텔의 이사라는 사실은 일반에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쓰쓰미 전 회장의 체포에 따라 프린스호텔 내부에서는 “수사가 더 확대되기 전에 사임을 시키지 않으면 왕실에 누를 끼치는 일이 될 것”이라는 염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히로히토 전 일왕의 다섯째 공주로 태어난 다카코는 1960년 은행원과 결혼하면서 평민의 신분이 되었다. 유행에 민감하고 재기발랄한 인물로 알려진 그녀는 1970년에 쓰쓰미 전 회장의 배다른 형인 쓰쓰미 세이지가 경영하던 세종그룹(Saison Group)에 들어갔고, 17년 동안 고급가구나 의류를 담당하는 어드바이저로 활약했다.
이후 1989년에 쓰쓰미 전 회장이 경영하는 프린스호텔 이사로 자리를 옮겨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일본의 한 신문사 사회부 기자는 “이사라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책임을 져야할지도 모른다. 프린스호텔측에서 ‘퇴로를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