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일 마지막 TV토론에 앞서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와 악수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주승용 국민의당 전 원내대표는 지난 5월 12일 기자간담회에서 “제 생각으로는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적극 검토했으면 좋겠다. 빨리 이뤄지면 8월에 통합 전당대회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폭탄발언을 했다. 그러자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는 주 전 원내대표와 회동하며 화답했지만 8월 통합 전당대회 가능성에 대해서는 “상견례도 없었는데 결혼식 날짜 잡자는 것”이라며 현실성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바른정당과의 통합 필요성에 대해서는 국민의당 창업자격인 안철수 전 대표도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민의당은 동교동계를 중심으로 한 당 내부 반발에 부딪혀 합당 논의를 진전시키지 못했다. 국민의당 고문단은 바른정당과의 합당론이 급물살을 타자 합당하면 탈당하겠다는 강경한 입장까지 내놓으며 반대하고 나섰다.
당시 동교동계가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하려 했던 정대철 국민의당 상임고문은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양당의 통합 논의가 상당히 진전되었다는 이야기는 전혀 듣지 못했다. 최근 박지원 의원이나 안철수 전 대표도 만났는데 그런 기색이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바른정당과의 합당을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정당은 정체성이 같거나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서 해야 하는데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정체성이 다르다. 또 지금은 대선 패배 이후 흔들리는 당을 바로 세워야 할 때지 누구랑 합당할 때가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정 상임고문은 “만약 통합을 해야 한다면 정체성이 비슷한 민주당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민주당에서 적극적으로 우리 당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제가 알기로는 당 내에서 절반 이상이 민주당과의 연대를 바라고 있다. 다수의 의견을 따르는 것이 민주정당의 길이다. 권노갑 고문은 바른정당과 합당하면 탈당하겠다고 이미 말했고 저도 탈당을 생각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당의 한 관계자는 “많은 당내 인사들이 민주당과의 연대를 바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쉬운 길로 가려는 것”이라며 “그런데 민주당과 연대하기 시작하면 대선 재수를 선언한 안 전 대표는 정치적으로 재기하기 힘들어진다. 그래서 친안(친안철수)계를 중심으로 바른정당과의 합당 논의가 계속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고 했다.
강한 내부 반발에 부딪히자 합당론을 주장했던 국민의당 인사들도 협치나 정책적 연대를 먼저 하자면서 한 발 물러선 모습이다. 바른정당과의 정책공조를 통해 신뢰가 쌓이면 합당까지 할 수 있다고 밝혔던 김관영 국민의당 의원은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아직은 합당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본다. 당 내부에서 그런 (합당에 부정적인)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바른정당과 합당까지 배제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면서도 “(합당은)어디까지나 장기적으로 내다보는 일이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주승용 전 원내대표가 8월 통합전당대회 이야기를 꺼내 오해가 있었다. 주 전 원내대표가 이야기가 잘못 전달된 것이라고 의원들에게 설명을 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당분간 국민의당은 바른정당뿐만 아니라 민주당과도 사안에 따라 정책적 연대를 하면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한다는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8월 통합 전당대회를 주장했던 주 전 원내대표의 입장도 듣기 위해 여러 경로로 접촉을 시도해봤지만 들을 수 없었다.
합당론에 불을 지폈던 국민의당이 당내 반발에 부딪혀 소극적인 자세로 돌아서자 바른정당도 선을 긋고 있는 모습이다. 이혜훈 바른정당 의원은 “제가 알기로는 (국민의당과의 합당론에 대해) 거의 다 부정적이라고 보면 된다. 고난의 행군이 되더라도 개혁보수의 길을 꿋꿋하게 가겠다는 생각이다. 현재는 다른 당과의 통합을 논의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국민의당과의 정책적 연대나 후보 단일화 등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 의원은 “특정 정당과 정책적 연대를 하기보다는 사안별로 (어떤 정당이든 상관없이) 협치를 하는 것이 가장 적절한 선이라고 생각한다. 후보단일화는 내년 지방선거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는데 그때 가서 결정할 일이지 지금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바른정당의 한 관계자는 “바른정당 소속 의원들 중 상당수가 수도권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데 수도권 지역구 의원들은 국민의당과의 통합에 긍정적인 입장이다. 지역구에서 국민의당에 대한 거부감이 별로 없기 때문에 자기 선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는 것”이라면서 “국민의당은 민주당이라는 선택지가 있지만 우리 당은 한국당 복귀가 쉽지 않다. 합당을 더 바라는 것은 바른정당 쪽 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총선까지 시간도 많이 남았고 국민의당 내부에서 합당론에 반발이 심하기 때문에 현재는 우리도 자강에 집중하자는 의견이 많다. 국민의당이 내부 반발을 잘 무마하고 협상에 나설 준비가 됐을 때 협상을 시작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 6월 1일에 바른정당이 개최한 토론회에 참여해 국민의당과의 합당이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라고 주장했던 양승함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는 “호남 기반의 국민의당과 영남, 수도권 중심의 바른정당이 합당하면 지역주의를 극복하는 최초의 정당이 될 것”이라면서 “바른정당이 적극적으로 연대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 교수는 양당이 통합할 경우 기존 국회의원과 지지자들이 대거 이탈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양당이 합당하게 되면 오히려 한국당 내 상당수 인사들이 탈당해 합류할 수 있다”고 전망하면서 “곧 한국당 전당대회가 있는데 친박(친박근혜) 세력이 여전히 강하다. 친박계가 계속 당을 흔들면 한국당에 미래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탈할 것이고 한국당은 대구경북 빼고는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양 교수는 “일각에서 양당의 정체성이 다르다고 하는데 안보 쪽만 조정하면 정책적으로 굉장히 유사하다. 양당이 합치면 단숨에 호남과 영남, 수도권, 충청, 강원에 지역구 의원이 있는 전국 정당으로 거듭난다.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면서 “40석, 20석 따로 떨어져 있어서는 캐스팅보트 역할도 제대로 할 수 없다. 그대로 가면 결국 민주당과 한국당에 흡수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양 교수는 “겉으로는 합당에 관심 없고 자강하겠다고 하고 있지만 양 정당에 합당파가 분명히 있다. 합당을 추진하고 있는 사람들을 알고 있지만 현재는 말할 수 없다”면서 “지금 당장은 서로 안하려고 하겠지만 내년 지방선거 앞두고는 합당론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