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실에 사제폭발물을 던진 일명 ‘폭탄고교생’에 대한 일본 주간지 보도 내용. | ||
고등학교 3년생인 이 소년이 던진 폭발물은 유리로 된 음료수병에 화약을 채워 도화선을 넣은 사제폭탄으로 못을 함께 넣어 폭발할 때 파편역할을 하도록 만든 것이다. 굉음과 함께 폭발물이 터지자 갑자기 두려움을 느끼고 도망친 소년은 양호교사에게 잡혀 경찰에 넘겨졌다. 현행범으로 체포된 소년은 비슷한 폭발물을 하나 더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사건은 고등학생이 폭발물을 직접 만들었다는 것과 함께 미국의 무차별 총기난사 사건처럼 피해자 대부분이 소년과 직접적으로 관계없는 학생들이라는 점에서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범행을 저지른 소년은 평소 말수가 적고 조용한 성격으로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결석은커녕 지각도 한번 한 적이 없었다고 한다. 중학교 때까지는 성적도 좋은 편으로 특히 과학과 수학에 재능을 보여 나중에 우주공학을 공부하고 싶어 했다고 한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옆 반 학생에게 원한이 있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원한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한 것이 사건의 원인이 된 것만은 틀림없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그는 늘 친구들의 조롱거리였다. 한번은 신체검사 때 “머리를 매일 감지 않는다”고 말해 아이들로부터 “냄새난다”며 놀림을 당했다. 또한 몸에서 모기향이 난다고 해서 붙여진 ‘모기향’ 등과 같은 별명은 소년이 중학교에 갈 때까지 따라다녔다.
그나마 중학교 때는 동아리 활동도 하고 마음이 맞는 몇몇 친구와 게임 등을 즐겼지만, 친한 친구들과 떨어져 혼자 다른 고등학교에 입학한 후에는 점점 말수가 줄고 어두운 성격으로 변해갔다. 늘 혼잣말을 중얼거렸고 갑자기 책상을 ‘탕’ 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소리를 지르거나 크게 화를 내지는 않았다고. 중학교 때의 친구는 그가 언제나 폭발하기 일보 직전에 자신을 억눌렀다고 설명한다.
고등학교에 진학한 그는 반에서 회의를 하거나 옆에서 말을 걸어도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는 학생이었다. 그런 그를 보고 주위의 학생들은 ‘무시하는 거냐’며 화를 내거나 비웃고 조롱했다. 언제나 무표정한 그의 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해 반 아이들은 쉬는 시간이면 그의 곁으로 모여 장난을 치고 놀리는 모임까지 만들었을 정도였다. 별 생각 없이 그의 이름을 연호하거나 머리에 향수를 뿌리는 등 급우들의 장난은 점점 심해져갔다.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던 그가 달라지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 자신을 조롱하는 학생들을 무서운 눈으로 노려보거나 커터의 날을 빼들고 ‘씨익’ 웃고는 했다는 것.
사건 일주일 전 그는 중학교 때의 친구에게 “복수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친구는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마라”고 충고했지만 결과적으로 그의 머릿속에서는 이미 이때 폭발물에 관한 생각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의 컴퓨터를 압수해 조사한 경찰은 그가 인터넷에서 폭발물 제조 방법을 알아내 직접 만든 것으로 보고 있다.
범행 동기가 괴롭힘에 대한 복수라면 그는 어째서 직접적으로 관계 없는 다른 학생까지 끌어들인 것일까. 도호대학의 다카하시 교수는 “괴롭힘을 당한 기억 때문에 공격의 대상이 확대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예전에 그를 괴롭혔을지도 모르는 다른 학생들에게 모두가 보는 앞에서 복수하겠다는 공개메시지를 보낸 것일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그는 경찰에서 “죽이려는 의도는 없었다. 폭발물의 위력이 그렇게 대단할 줄 몰랐다”며 살인의도를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학교 내 집단따돌림과 그에 따른 끔찍한 결과를 접한 일본인들의 충격은 쉬이 가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