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모 살해 방화사건을 다룬 일본 주간지의 지면. | ||
“아버지는 날 너무 부려먹었어”
지난 6월20일 도쿄의 한 건설회사 사원주택의 관리인실이 굉음과 함께 폭발했다. 건물 안에서 관리인 부부가 시체로 발견됐다. 누군가 가스 호스를 절단하고 전열기구의 타이머를 맞춰놓은 것이 폭발의 원인이었다.
하지만 관리인 부부의 사인은 폭발이 아니었다. 남편은 머리를 둔기로 맞은 후 목 등 여러 곳을 흉기로 찔렸고, 부인도 온몸에 40군데 이상 흉기에 의한 상처가 있었다.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원한에 의한 범행이라고 추정했다. 놀랍게도 사건 이틀 후 체포된 범인은 숨진 관리인 부부의 외아들로 밝혀졌다. 사건 후 행방이 묘연했던 아들이 구사쓰의 온천에서 살인혐의로 체포됐던 것. 이 소년은 뉘우치는 기색도 없이 경찰의 조사에 자신의 범행과 그 후의 행적을 담담하게 진술했다.
범행 과정도 끔찍했지만 더욱 믿기지 않는 것은 범행 후 보인 소년의 태연한 행적이다.
소년은 부모를 죽이고 금고에서 돈을 빼낸 후 피로 물든 옷을 벗어버리고 근처의 약국에 가서 붕대와 소독약 등을 사서 상처를 치료했다. 증거인멸을 위해 관리인실에 폭발물을 설치한 후 지하철을 타고 번화가로 나가 혼자 영화를 보았다. 그리고 우에노 역에서 기차를 타고 휴양지인 가루이자와에 가서 호텔에서 1박을 한다. 그리고 다음날에 온천휴양지로 유명한 구사쓰로 갔다가 그곳의 온천에서 체포됐다. 구사쓰로 간 이유는 단지 “온천에 가고 싶다”였다. 이틀 전에 부모를 죽인 사람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는 믿기 힘들다.
소년이 다니던 고교의 교장은 기자회견에서 “조용하고 말이 없는 학생으로, 어째서 이런 일을 저질렀는지 모르겠다”며 소년에 대한 자세한 언급을 회피했다. 하지만 기자들이 질문이 이어지자, 범행 두 달 전인 지난 4월 소년이 중학교 때의 친구에게 자신의 ‘살인계획’에 대해 말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당시 연휴를 맞아 친구가 소년에게 놀러가자고 하자 “부모가 죽어서 안 된다”며 거절했다. 친구가 왜 거짓말을 하느냐고 묻자 자신의 ‘계획’에 대해서 털어놨다는 것. 그때 소년이 한 이야기는 폭발에 관한 부분을 빼면, 사용한 흉기의 종류나 금고에서 돈을 빼내 도망을 갈 거라는 얘기 등이 실제로 일어난 사건과 일치한다. 심지어 친구에게 “텔레비전에 나올 테니 곧 알게 될 거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년이 범행을 저지른 정확한 동기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친구들은 소년이 어렸을 적부터 아버지와 사이가 안 좋았다고 증언하고 있다. 소년의 아버지는 무척 엄격해서 걸핏하면 소년을 혼내고 때렸다. 소년은 중학교 때부터 아버지를 ‘그 녀석’이라 부르기 시작해서, 고등학교에 입학한 후로는 “부모를 죽이겠다”는 이야기를 주위에 했다는 것. 하지만 어머니와는 사이가 좋아서 함께 영화를 보러 가거나, 유원지에 가는 등 다정한 모자지간이었다고 한다.
경찰 조사에서 소년은 “아버지가 너무 부려먹었다. 주말이나 여름방학 때도 관리인 일을 도와야 했다” “사건 전날 아버지가 날 무시하고 욕했다”며 아버지에 대한 증오심을 드러내며, 자신이 한 짓에 대한 반성의 말은 없다고 한다. 반면 어머니를 죽인 이유에 대해서는 “어머니가 힘들게 일하는 것이 불쌍하다. 늘 ‘죽고 싶다’고 말해서 죽였다”고 애매하게 대답했다.
▲ 형제 살인사건을 다룬 일본 주간지의 지면. | ||
지난 6월23일 후쿠오카 교외에 있는 아파트의 욕실, 한 소년이 온몸에 피를 뒤집어쓴 채 멍하니 서있다. 욕조 안에는 소년의 형이 피를 흘린 채 죽어 있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조심스럽게 말을 걸자 “내가 형을 죽였습니다”라고 중얼거리며 아무런 저항 없이 경찰에 지시에 따랐다.
이 사건의 발단은 형제간의 싸움이었다. 사건 당일 소년은 기말시험 기간이라 집에 일찍 돌아왔다. 그날 형은 늦잠을 자느라 학교를 가지 않았고, 여동생에게 안마를 시키고 있었다. 형의 심부름으로 점심을 사러 갔다 온 소년은 형이 하는 말을 못 듣고 “뭐라고?”라고 되물었다. 그러자 형이 갑자기 주먹으로 소년의 얼굴을 때리기 시작했고 근처에 있던 접이식 톱을 들고 소년에게 덤벼들었다. 머리와 목, 어깨에 큰 상처를 입은 소년은 부엌으로 가서 부엌칼을 들고 형을 찔렀다. 예상치 못한 반격에 놀란 형이 톱을 버리고 도망치기 시작했지만, 소년은 맨발로 현관을 뛰쳐나가는 형을 뒤쫓았다. 형은 이웃집으로 도망쳤지만 동생의 공격을 받고 끝내 의식을 잃었다. 동생은 형을 그 집의 욕조에 넣고 물을 받기 시작했다.
이 사건의 배경이 언론에 알려지자 피해자인 형이 아니라 범행을 저지른 동생에 대한 동정론이 일고 있다. 그 이유는 뭘까. 일단 형에 대한 주위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형의 중학교 때의 동창은 “잘난 척하기 때문에 친구가 거의 없었다. 중학교 때 조각칼로 다른 학생을 찌르는 바람에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갔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형과 지난 연말까지 사귀었다는 14세 소녀는 “옛날에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어서 그런지, 자신이 강하다는 것을 과시하려는 경향이 있었다. 불량스러워 보이지만 다정한 면도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형은 평소 동생에게 밖에 나가지 말라고 명령했고, 나갈 때는 자신의 허락을 받도록 했다. 또한 동생들을 때리고 괴롭히는 형에게 주의를 주는 어머니에게도 소리를 지르거나 폭력을 휘두르는 등 사실상 집안에서 폭군으로 군림했다. 이를 뒷받침이라도 하듯 동생의 친구들은 입을 모아 형이 일상적으로 폭력을 휘둘렀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초등학교 때부터 때리고 발로 찬다고 형을 무서워했다. 또 형은 동생에게 자신을 ‘히틀러’라고 부르도록 시켰다.” “형이 심야에 하는 TV 프로그램을 녹화하라고 시키면 동생은 새벽 1~2시까지 깨어있어야 했다. 그 때문에 지각을 하는 일도 많았다.”
경찰이 이미 의식을 잃은 형을 욕조에 빠뜨린 이유를 묻자 동생은 “이번에는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내가 죽이지 않으면) 상처가 나은 후에 반드시 나를 죽일 거라는 생각이 들어 무서웠다”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현재 유치장에 있는 소년은 식사를 깨끗이 비우고 밤에도 숙면을 취하는 등, 마치 오랜 짐을 벗은 듯한 홀가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