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식이나 과학용어를 쓰지 말고 초등학생이라도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 네가 발명한 걸 한번 말해봐.”
그가 곰곰이 생각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지금은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다 하나씩은 전자기기를 가지고 다니고 있어. 스마트폰을 가지고 다니기도 하고 컴퓨터가 들어간 시계 같은 걸 가지고 다니기도 하고 노트북을 가지고 다니기도 하고 하여튼 그렇잖아? 그런데 그 액정 화면들이 자주 깨지는 거야. 그리고 휴대폰을 물속에 들어가면 망가져. 그 속에 물이 들어가서 내부 부품들을 손상시키기 때문이지. 그리고 노트북은 무거워. 깨지면 안되니까 부드럽게 휘어질 수 있어야 하고 가벼워야 하겠지?”
“그러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동안 텔레비전에 나오는 전자기기 회사의 생산 장면을 한번 봐. 얇은 유리를 자르면 로봇이 흡입판 같은 것으로 그것을 붙여서 다른 공정으로 나르는 거야. 그 방법을 전면적으로 바꾸는 거지. 벌써 유리를 대신할 부드럽고 얇은 필름이 나왔어. 그 필름에 설계도 화면같이 회로를 프린트 하는 게 지금의 전자기계 부품 생산방식이야. 은 잉크나 구리잉크를 써서 프린트를 하면 그 회로를 따라 전류가 흘러. 그렇게 필름으로 전자기기 부품을 만들어 내면 유연해서 깨지지 않고 가벼워지는 거지.”
그렇게 말하니까 약간은 이해 할 것 같았다.
“김박사, 네가 지난 30년간 연구한 건 어떤 거야?”
“기존의 생산방법은 얇은 유리판을 잘라 로봇이 옮기고 거기에 전자회로를 프린트 하는 방법이었는데 나는 로울러 위에 베리 필름을 얹어 연속으로 회로가 정확히 프린트 되는 공정을 개발했어. 우리가 종이인쇄를 할 때도 예전에는 글짜가 겹치기도 하고 잘못 찍히는 수도 있었잖아? 어린시절 시골에서 꽃무늬 벽지를 보면 무늬 안에 색깔이 정확히 입혀져야 하는데 잘못 인쇄 되서 무늬선과 색깔이 엇갈리는 벽지를 보기도 했지? 전자회로가 워낙 민감해서 프린트 할 때 몇 만분의 일의 오차도 나지 않게 해야 해. 그렇게 하려면 그 아래 깔린 필름의 장력을 조절하는 게 핵심 기술인데 난 그걸 발명했어. 자세히는 말할 수 없지만 그런 필름위에 원자를 분사해 방수막을 만드는 기술들을 합치면
태양전지나 센서 디스플레이 어떤 전자기기에도 활용할 수 있는 부품들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거야.”
평생 기계연구에만 전념하던 그는 장인정신으로 자기세계를 이루어 낸 것 같았다. 그런 친구들이 많았다. 대학을 졸업하고 인천에서 공구를 만들어 내던 고교동창은 독일에서 배운 기술로 공구를 만들다가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독일로 자신의 공장에서 만든 공구를 수출한다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이런 숨은 일꾼들의 실적이 합쳐져 우리나라를 경제대국으로 만들어 가나 보다.
엄상익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