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이봉화 보건복지가족부 차관, 공정택 서울시 교육감, 구본홍 YTN 사장. | ||
정부 경제팀의 ‘수장’인 강 장관은 미국발 금융위기가 심화되면서 여당 내 ‘공공의 적’이 됐다. 한 중진은 “강 장관이 발언하는 모습이 TV에 나오기만 해도 가슴이 철렁한다. 지역구에서도 주민들이 ‘MB가 왜 강 장관을 감싸고도는지 모르겠다. 같은 소망교회 출신이라고 그러는 거냐’고 따지면 뭐라 할 말이 없어 난감하다”고 말한다.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이 그에 대한 ‘옹호’ 발언을 내놓고 있기는 하지만 강 장관에 대한 불만은 지도부에서부터 해당 국회 상임위(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의원들에 이르기까지 전 방위에 걸쳐 있다. “금리와 증시, 외환 등 경제사정을 종합 통제할 수 있는 사령탑이 없다”(허태열 최고위원)는 정도는 그나마 점잖은 편이고 “금쪽같은 외화를 과도하게 개입하지 않았다면 세이브할 수 있었을 것이다”(김성식 의원), “연초부터 원유·곡물·원자재 가격 폭등과 미국 등 선진국 경제의 위축, 국제금융시장 불안 가중이란 대외 악재가 가시화됐지만 정부의 선제대응은 매우 부족했다”(배영식 의원) 등의 성토가 줄을 잇고 있다.
문제는 MB의 태도다. 상당수 여당 의원들이 강 장관의 독선과 무능력을 질타하고 나섰지만 MB는 최근 청와대 참모들에게 “강 장관이 국감에서 소신 있게 잘하고 있다”는 취지로 말해 경질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고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당내에선 “MB의 강 장관에 대한 ‘엄호’가 도를 넘었다”는 불만까지 나온다. 박근혜계의 한 중진은 “MB는 서울시장 시절 최측근 경제참모였던 강 장관에 대해 ‘운명공동체’란 의식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며 “비판여론이 들끓어도 (강 장관을) 싸고돌기만 하니 소망교회니 어쩌니 하는 얘기가 나오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강 장관 못지않게 MB와 각별한 인연을 갖고 있는 이봉화 복지부 차관도 여당 내 고민거리가 됐다. 이 차관은 MB가 서울시장 재직시 여성가족정책관으로 신임을 받다 지난 1월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회교육문화분과 위원에 발탁돼 화제가 됐던 인물이다.
이 차관은 위장 전입해 산 경기도 안성의 농지에서 직접 농사를 짓지 않으면서도 ‘쌀 소득보전 직접지불금’을 신청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도덕성 논란에 휩싸였다. 여당 내에서조차 “개인의 도덕적 비리에 휩싸인 고위공무원을 여당 의원들이 막아주거나 감싸줄 수 없다”(홍준표 원내대표), “서울시 공무원으로서는 유능했을지 몰라도, 고위공직자로서 농사를 짓지 않았음에도 직불금을 신청한 것이 사실이라면 스스로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지 않겠느냐”(김정권 원내 대변인)는 등의 직설적인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 차관은 남편이 직접 농사를 지으려 했다며 억울하다고 주장했지만 여당 내에선 시선이 싸늘하다. 특히 이 차관이 직접지불금을 신청해 봐야 받을 수 있는 돈이 50만 원 내외에 불과하다는 점이 알려지자 ‘해도 너무 한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한 초선 의원은 “정부 부처 차관이 겨우 수십만 원을 타내기 위해 허위로 ‘자경 확인서’를 발급받아 직접지불금을 신청했다니 어처구니없는 일 아니냐”며 “가뜩이나 ‘S라인(서울시 출신) 인사’라며 말이 많았던 이 차관이 너무 생각 없는 짓을 저질렀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MB맨’인 구본홍 YTN 사장도 신중하지 못하게 해고·징계의 ‘칼’을 휘둘렀다가 자신이 벼랑 끝 위기에 처했다. MBC 기자로 보도본부장을 지낸 구 사장은 지난 대선에서 MB의 방송특보로 활동하다 올해 7월 YTN 사장에 임명됐다. 그는 임명 전후 YTN 기자들로부터 ‘낙하산 인사’로 지목돼 출근을 저지당하다가 10월 6일 노종면 노조위원장 등 노조원 6명을 해고하는 등 33명에 대해 중징계를 내려 파란을 일으켰다.
이른바 ‘YTN 사태’로 불리는 이번 사건의 후폭풍은 컸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의 국감이 파행을 겪는가 하면 여권의 ‘방송장악 음모’ 논란도 ‘언론 말살 시도’로 업그레이드되면서 주요 정국현안으로 부상한 것이다. 특히 한 여론조사에서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구 사장이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이 61%, ‘MB가 참모를 방송사 사장으로 임명한 것은 방송 장악 음모’란 지적에 동의하는 비율이 69%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자 여권의 고민은 깊어만 가고 있는 형편이다.
구 사장에 대한 한나라당 내 시선도 곱지 않다. 이경재 의원은 “과거 동아일보 사태 때도 노사 관계가 악화돼 백지 광고가 나가고, 사태가 국내외적으로 확산돼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상당한 외상을 입힐 정도로 파장을 일으켰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공성진 최고위원도 “충격적이었다. 사기업의 노사문제라고 하지만 언론이 갖는 특수성은 법적 요건에 관계없이 여파가 일파만파여서 신중했어야 했다”는 말로 구 사장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다. 한나라당 일각에선 YTN 사태가 악화될 경우 구 사장의 거취에 대해 당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의 경우는 한나라당 또는 MB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 그러나 그는 지난 시교육감 선거에서 사실상 ‘여당 후보’로 나선 데다 MB정부의 교육정책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공 교육감은 당선 직후 찬반 논란이 거센 국제중학교 설립 문제와 관련해 “대통령이 (국제중 설립) 소신껏 하라고 해서 ‘네, 소신껏 잘 할랍니다’라고 했다”며 면담내용을 밝히는 등 MB와의 친분을 과시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런 배경 탓에 공 교육감이 지난 선거과정에서 사설 학원들에게서 18억 원의 선거자금을 빌리거나 대출 보증인 역할을 하도록 한 사실이 밝혀지자 여당에 미치는 부정적 파장은 만만찮다. 특히 야권에서 공 교육감을 뇌물수수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고, MB의 대학(고려대) 동기로 평소 막역한 사이로 알려진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300만 원의 격려금을 공 교육감에 전달한 사실이 알려지자 당황해 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한 초선 의원은 “공 교육감의 평소 언행을 보고 위태위태하다 여겼는데 기어이 일이 터지고 말았다”며 “당과 직접 관련은 없지만 국민들이 공 교육감을 ‘한나라당 사람’으로 여기고 있어 문제가 간단치 않다”고 말했다. 한 핵심 당직자는 “당원이 아닌 데다 선출직인 만큼 (당에서) 이래라 저래라 할 수는 없지만 파장이 커지면 그냥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 조금만 더 추이를 지켜보자”고 말해 경우에 따라 공 교육감 거취와 관련해 ‘압박’을 펼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이준원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