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리커처=장영석 기자 zzang@ilyo.co.kr | ||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주식과 펀드로 쏠쏠한 재미를 보았던 투자자들은 지난 1년 동안 계속해서 쓰린 가슴을 달래야 했을 것이다. 이는 국회의원들에게도 마찬가지 상황인 듯싶다. 요즘 여의도에서도 주가 폭락으로 속이 타는 의원들이 적지 않다. 국회의원 중에는 ‘땅부자’ 만큼이나 ‘주식부자’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주가 폭락으로 인해 재산이 상당부분 줄어들었을, ‘속쓰린’ 의원들의 현주소를 들여다봤다(주식보유 현황은 지난 3월(신고 기준시점 1월 30일)과 7월(신고 기준시점 5월 30일) 공개된 국회의원 재산신고 내역을 토대로 한 것으로 실제와 다를 수 있다).
주가폭락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이는 한나라당 정몽준 최고위원이다. 정 최고위원은 얼마 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내 재산이 전부 주식인데 3분의 1이 됐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정 위원은 지난 3월 28일 공개된 18대 의원 재산내역에서 무려 3조 6043억 8075만 원을 신고했는데 이 가운데 주식평가액만 3조 6329억 3721만 원이었다.
재산 총액이 주식평가액보다 적은 것은 정 의원이 금융기관에 445억 원의 빚을 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 의원은 현대중공업 주식 821만 주와 한겨레신문사 주식 2000주(비상장)를 갖고 있는 것으로 신고했다. 현대중공업 주가는 지난해 말(12월 28일) 44만 2500원에서 10월 23일 현재 13만 5500원으로 무려 69%나 폭락했다. 현재 그의 현대중공업 주가 보유액은 1조 1124억 5500만 원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여전히 ‘압도적’인 재산규모지만 ‘주식부자’인 그로서는 최근의 주가 폭락을 바라보는 심정이 남달랐을 것이다.
지난 7월 28일 재산등록 당시 총재산 512억 6024만 원을 신고했던 한나라당 김세연 의원 역시 주식갑부다. 김 의원은 선친인 고 김진재 의원이 2005년 별세한 뒤 가업인 동일고무벨트를 물려받았다. 그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 중 대부분도 동일벨트의 주식(757만 5600주)이다. 김 의원의 어머니도 동일벨트 주식 97만 9400주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월 재산신고 당시 비상장 주식을 포함해 총 296억 941만 원의 주식 보유액을 신고했던 그는 최근 주가 하락으로 적지 않은 손실을 입은 상황.
▲ 김세연 의원(왼쪽), 강석호 의원. | ||
이밖에 보유 주식으로 신고했던 YTN 2000주, 나우콤 227주, 우리투자증권 126주 등도 최근 모두 주가가 하락한 상태다.
삼일그룹 부회장 출신인 한나라당 강석호 의원 역시 삼일그룹 주식을 상당수 보유하고 있어 주가 폭락으로 인해 적잖이 타격을 입었다. 강 의원은 본인과 배우자 명의로 된 삼일그룹 주식 총 376만 7401주와 함께 서희건설 1만 2263주, 현대제철 5000주, 포스코 1000주, 삼성증권 376주를 신고했다. 당시 주식 평가총액은 117억 7095만 원. 이중 삼일 주식은 2370원(5월 30일)에서 1370원(10월 23일)으로 떨어져 강 의원과 배우자가 보유 중인 주식 평가액도 다섯 달 만에 89억 2870만 원에서 51억 6134만 원으로 37억 6736만 원 정도 감소했다. 1년 전 주가가 2805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주식 폭락액이 무려 54억 629만 원 상당에 달한다.
이외에 서희건설 2370원→875원, 현대제철 8만 2700원→2만 9700원, 포스코 55만 9000원→27만 5500원, 삼성증권 7만 3900원→6만 4400원(5월 30일→10월 23일)으로 각각 폭락해 기타 주식 폭락액도 총 5억 7090만 원에 이른다.
민주당 정국교 의원도 지난 7월 재산공개를 통해 총 재산 389억 3600만 원 중 77억 7800만 원 상당을 주식으로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신고했다. 정 의원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은 자신이 대표이사이자 대주주로 있는 에이치엔티 주식 168만 1692주.
정 의원은 주가 폭락으로 인해 손해를 봤을 뿐 아니라 에이치엔티 주가조작 혐의로 구속돼 1심에서 징역 3년에 벌금 250억 원을 선고받았다. 또 에이치앤티 투자자들 161명은 정국교 의원을 상대로 83억 원의 투자 손실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태세여서 정 의원은 ‘주식부자’에서 ‘빈털터리’로 나앉게 될 처지다. 에이치앤티의 주가는 지난해 10월 9일 8만 1000원의 최고점을 찍은 뒤 계속 하락해 올해 10월 23일 1020원을 기록했다.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도 지난 3월 말 재산신고(기준시점 1월 30일) 당시 39억 1850만 원 상당의 주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신고했다.
전 의원의 보유 주식 중 가장 규모가 큰 것은 배우자 명의의 메리츠화재 주식(24만 6292주)이다. 전 의원은 지난 3월 재산신고 당시 이 주식의 평가액을 31억 4020만 원이라고 신고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28일 당시 주가를 기준으로 한 것. 당시 메리츠화재 주가는 주당 1만 2750원이었다. 하지만 10월 23일 현재 주가는 5850원으로 절반도 넘는 54%가량이 뚝 떨어진 상태. 현재 주식평가액은 14억 4080만 원으로 10개월여 만에 16억 9940만 원이나 손해를 본 셈이다.
▲ 정국교 의원. | ||
배 의원은 본인 명의로 된 주식은 단 한 주도 없고 대부분이 배우자 명의로 되어 있어 배우자가 적극적인 주식투자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배우자 명의로 된 주식은 SK증권(3만 2500주), 현대하이스코(1만 8770주), 현대증권(2만 7230주) 등 모두 41개 종목에 이른다. 이중에는 삼성전자(18주), 삼성화재(40주) 등 소규모로 보유 중인 주식도 있었다. 이 가운데 SK증권, 현대하이스코, 현대증권 등 대표적인 세 종목만을 비교해 봐도 지난 5월 30일 이후 주가하락으로 3억 760만 원가량의 손실을 입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도 지난 5월 30일 기준으로 총 22억 2100만 원 상당의 주식을 갖고 있다고 신고했다. 하지만 본인 소유의 주식은 KT(1320주), 유한양행(100주) 등 8100만 원 수준에 불과하고 대다수는 배우자 명의다. KTF(1100주), 포스코(650주), 삼성전자(2320주) 등 21억 1440만 원 상당의 주식이 배우자 소유로 신고돼 있다. 이들 대표적인 세 종목만 살펴봐도 5월 30일 이후 지난 10월 23일까지 주가 폭락으로 인한 재산감소액이 8억 830만 원에 이른다.
한나라당 박민식 의원도 총재산 25억 8900만 원 중 주식 보유액이 16억 9700만 원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박 의원은 STS반도체(1만 5000주), 현대하이스코(9000주), 쌍용양회(5500주) 등 7개 종목에 고루 분산투자를 했고, AGI동유럽주식, 삼성라틴아메리카주식 등 해외주식도 보유하고 있었다. 또 현대히어로ELS 등 주식보다 위험수준이 낮은 ELS(주가지수연계증권)에도 투자해 안정성을 높였다.
박 의원이 갖고 있는 주식 역시 대부분 폭락세를 면치 못했다. STS반도체, 현대하이스코, 쌍용양회 세 가지 종목만 살펴봐도 지난 5월 30일 재산신고 기준시점 이후 모두 하락해 주가 총액이 6765만 원 이상 하락했다.
지난 7월 재산공개 당시 정몽준 의원에 이어 의원 재산 규모 2위를 기록했던 한나라당 조진형 의원 역시 주가 폭락으로 타격을 입었을 것으로 보인다. 조 의원은 재산 총액(819억 1764만 원)의 3분의 2가량을 차지하는 것이 유가증권으로 전체 주식 평가액이 550억 2161만 원에 이르렀다.
특히 재산신고 당시 비상장 주식이던 단백질 의약품 생산기업 셀트리온 주식을 다수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그후 셀트리온은 지난 7월 우회상장을 통해 코스닥에 상장된 상태. 셀트리온은 상장 이후 1만 2000원대의 주가를 유지하다가 최근 하락해 10월 23일 7350원을 기록했다. 조 의원이 보유하고 있는 셀트리온 주식은 120만 4700여 주로 3개월 새에 역시 주가 하락으로 58억 원 가까운 손실을 입은 셈이다. 조 의원은 이밖에 대한개발공사(1만 8000주)와 인천일보(8334주)의 비상장 주식 등도 보유 중인 것으로 신고했다.
이렇듯 연이은 주가폭락으로 재산이 큰 폭으로 감소해 적잖은 타격을 입었을 의원들도 경기가 되살아나 주가지수가 다시 올라가길 바라는 마음은 마찬가지일 터. 소액투자자인 서민들 입장에선 언제나 거리감이 느껴졌던 의원들에게 어느 정도 ‘동병상련’을 느낄 수 있는 ‘몇 안 되는’ 부분인지도 모를 일이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