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루히토-마사코 부부와 딸 아이코 공주. 로이터/뉴시스 | ||
당시 왕세자는 “왕실에 마사코 왕세자비의 능력과 인격을 부정하려는 세력이 있다”며 마사코 왕세자비에 대한 왕실의 ‘견제’에 대해 불만을 표시했다. 이로 인해 왕세자비와 왕실 사이의 마찰이 처음으로 밖에 알려졌고, 왕세자비가 왕실에 적응하지 못해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잡지는 최근 눈에 띄는 왕세자비의 이상 행동을 구체적으로 들어가면서 왕세자 부부가 이혼의 수순을 밟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추측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소문이 퍼진 데 대해 “여성의 왕위 계승을 인정하는 ‘왕실전범’ 개정에 반대하는 수구세력의 책모가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어 왕실과 정가에 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장면 1. 지난 12월9일에 42번째 생일을 맞은 왕세자비는 오전에 국왕 부처에게 인사를 하고 오후 3시에는 친구들을 거처로 불러 다과회를 가졌다. 이날 저녁 7시에는 국왕 부처를 포함한 왕실의 식구들과 함께 식사를 할 예정이었지만 갑자기 불참을 통보했다. 식사시간까지 불과 1시간 30분을 남겨둔 상황이었다. 일반 가정에서도 웃어른과의 약속을 갑자기 취소하는 것은 대단히 실례다. 하물며 상대가 시아버지이자 국왕이라면 최소한 얼굴을 비추고 직접 사정을 설명해야 마땅한 상황이었다.
장면 2. 일왕의 생일이었던 지난 12월23일. 왕궁의 베란다 앞에는 왕실 가족들의 모습을 보기 위해 몰려온 시민들로 가득했다. 이날에는 보통 일왕 부처와 함께 왕실의 가족들이 함께 나와 시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주는 것이 관례. 오랫동안 공적인 자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마사코 왕세자비의 모습을 드러내자 시민들은 열광했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었다. 애당초 이 행사는 세 차례로 예정되어 있었지만 두 번째부터는 마사코 왕세자비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장면 3. 지난해 8월15일은 일본의 종전 60년 기념일이었다. 일본인들에게 매우 뜻깊은 날이었던 이날 왕세자 부부는 왕세자비의 요양을 구실로 테니스를 치며 하루를 보내 왕실 내에 비난의 목소리가 있었다. 마사코 왕세자비가 왕실의 행사에 모습을 보이지 않는 데 대해 우려가 들끓자 왕세자는 “참가하지 않아도 된다”고 딱 잘라 말했다고 한다.
<주간신조>는 이런 몇몇 사례를 통해 일본 왕실과 왕세자 부부 간의 대립관계를 엿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왕세자 부부가 거처하는 동궁의 의사들은 마사코 왕세자비의 생일날에 “왕세자비에겐 왕실에 있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의 원인”이라는 견해를 밝혀 왕실 안팎에 충격을 던지기도 했다. 의사들은 공식적으로 마사코 왕세자비의 병명을 ‘적응장애’라고 발표했다. 왕세자비가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세간에도 널리 알려진 얘기. 우울증에 걸린 여성의 70% 이상이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거부한다고 한다. 이 때문에 잡지는 이혼이라는 결정을 내리기 전에 왕세자비가 지방으로 요양 가는 식으로 별거에 들어갈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 왕세자 부부 이혼설을 보도한 <주간신조> 지면 | ||
지금은 평민이 된 노리노미야 공주와의 에피소드가 이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앞서 언급한 왕세자비의 생일날, 왕세자비가 갑자기 저녁 약속을 취소하는 바람에 노리노미야 공주 부부에게도 연락을 해야 했다. 그러나 동궁에서 노리노미야 공주의 연락처조차 몰라 일왕 처소의 직원들에게 물어 겨우 연락을 넣었다고 한다. 왕세자 부부와 노리노미야 공주의 사이가 멀어진 데는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다. 노리노미야 공주가 동궁 근처에 서식하는 매미를 연구하기 위해 동궁에 머문 적이 있었다. 몇 차례 묵고 나자 동궁에서 더 이상은 곤란하다는 연락을 하게 된다. 그때 노리노미야 공주는 충격을 받고 “이제 다시는 부탁하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주간신조>에 따르면 이러한 이혼설이 왕세자비의 ‘언론플레이’일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궁내청의 전직 직원은 “왕실에 있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라는 의사의 발언은 아마 전적으로 마사코 왕세자비의 의견일 수도 있다. 왕세자의 ‘인격 부정 발언’으로 왕세자비에 대해 동정론이 일었지만 최근 들어 그런 분위기가 가라앉자 다시 자신에게 관심을 돌리려는 메시지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사실 왕실과 동궁의 대립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외부활동이 차단된 상황에서 갑갑한 왕실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데다 아이코 공주 외엔 남성후손을 낳지 못한 마사코 왕세자비. 그런 왕세자비를 무조건 편드는 왕세자의 태도. 이런 이유로 왕실 내에서 왕세자 부부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한편 왕세자 부부 이혼설이 나돈 배경에 ‘수구세력의 의도’가 작용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최근 일본의 보수우익단체들과 일부 왕족들은 ‘왕실전범’의 개정에 대한 반대의사를 노골적으로 밝히고 있다. 전범 개정의 주요 골자는 여성 및 여계 국왕을 인정하는 것. 정부와 자민당은 이 개정안을 3월중에 의회에서 통과시킬 예정이다. 이는 남아 왕위계승에 미련을 못버린 수구세력들에겐 ‘발등의 불’이나 마찬가지. 이에 결혼 이후 13년째 남자아이를 생산하지 못한 마사코 왕세자비를 내치는 방안 중의 하나로 이혼설을 흘리고 있다는 얘기가 돌고 있는 것.
일례로 지난 11월18일 도쿄에서는 왕실전범 개정을 반대하는 집회가 열렸다. 단상에 오른 한 연설자가 “왕세자비는 자각이 부족하다”고 말하자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 연설자는 “왕세자비로서 나라나 국민, 왕실에 대한 책임은 멀리하면서, 오히려 그런 의무를 스트레스의 원인이라고 발표한 사람이 과연 장래에 일본의 왕비가 될 자격이 있느냐”며 열변을 토했다.
과연 일본 왕세자 부부의 이혼설은 어디까지가 사실일까. 분명한 것은 일본 왕실과 왕세자간의 대립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혼설도 쉽게 수그러들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박영경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