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호리에 다카후미 라이브도어 사장. 로이터/뉴시스 | ||
호리에는 IT시대의 총아로 불리며 지난 2년 동안 쉴 새 없이 굵직한 뉴스를 제공해온 ‘21세기의 미다스’였다. 이번 일제 압수수색으로 라이브도어의 시가총액은 하룻밤 사이에 1천억엔이 폭락했다. 뿐만 아니라 18일 도쿄 증권거래소는 밀려드는 팔자 주문으로 시스템 과부하를 우려해 시간을 앞당겨 거래를 전면중단할 정도로 초강력 핵폭탄이었다. 이제까지 마술 같은 연금술을 선보였던 호리에, 그의 추락에는 과연 날개가 있는가.
이번 수색의 목적은 증권거래법 위반(위계·풍설의 유포)을 밝혀내는 것. 간단히 말하면 자사나 그룹 계열사의 주가를 끌어올리려는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공표하거나, 있지도 않은 매출을 계상하여 이익이 난 것처럼 가장해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다. 위반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엔 이하의 벌금형이 과해진다.
지난 1996년 도쿄대학을 ‘별로 더 배울 게 없어서’라는 이유로 중퇴한 호리에는 6백만엔의 자본금으로 4평도 안 되는 싸구려 사무실을 차리고 중고 컴퓨터와 사무기기를 사들인 후 홈페이지 제작회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10년 후인 2005년 9월 말 호리에는 자본금 8백62억엔(주식 시가총액 7천3백2억엔)에 44개의 자회사와 5개의 관련기업을 거느린 거대 그룹의 총수가 돼있었다.
“현금 없이도 M&A는 가능하다”는 호리에 자신의 말대로 그는 자사주식과 대상기업의 주식을 맞바꾸는 ‘주식스와핑’ 기법으로 기업 매수를 거듭해왔다. 이 과정에서 허위로 자사기업의 매출과 이익을 부풀리도록 지시한 분식회계 혐의가 드러났지만 아무튼 이 기법으로 사세를 학장했다.
또한 주목받고 있는 것은 주가 상승 효과를 만들어낸 ‘액면분할’이라는 연금술이다. 액면분할의 취지는 주당 가격을 낮춰 개인 투자가들도 쉽게 매수할 수 있도록 저변을 넓히자는 것. 기본적으로는 많은 기업이 이용하는 합법적인 수단이다. 이론상으로 주식을 10분할하면 주가는 10분의 1이 되는 게 상식. 하지만 새 주식이 시장에서 돌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그 때문에 일시적으로 주가가 급등하게 되는데, 라이브도어는 이 점을 교묘하게 이용했다. 4회에 걸친 액면분할로 상장 전보다 주식수를 3만 배나 불리고 시가총액을 7천3백2억엔으로 뻥튀기 한 것.
뿐만 아니다. 호리에는 매스컴을 펄펄 달구며 머니게임을 거듭해왔다. 2004년에는 인기가 없어 재정난에 빠져 쩔쩔매는 프로야구단을 현금으로 사겠다며 말그대로 ‘어느날 갑자기’ 매스컴에 등장했다. 그때만 해도 무명이나 다름 없었던 라이브도어와 호리에 다카후미는 일약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타게 됐다.
지난해에는 닛폰방송(라디오)의 주식을 매입, 닛폰방송이 대주주인 후지TV의 경영권을 장악하겠다고 나섰다. “앞으로 기존 저널리즘은 다 죽는다. 신문이며 방송이며 다 쓸데없다. 인터넷이 기존 저널리즘을 대신할 것이다”고 호언장담하며 날마다 ‘앞으로 죽어간다던 TV’에 얼굴을 비췄다. 이제 웬만한 사람들은 싫어도 그의 얼굴과 이름쯤은 기억하게 되었다.
법정분쟁까지 벌이며 두 달 이상 후지TV와 주식을 놓고 밀고당기기를 하더니 결과적으로는 사모은 닛폰방송의 주식을 후지TV에 팔아넘겨 4백40억엔에 이르는 시세차익을 고스란히 챙겼다. 이를 밑천으로 지난해에는 대형 통신판매업체, 부동산 회사, 중고차 판매회사 등을 연달아 매수해 연말에 드디어 일본경제단체연합회에 당당하게 가입허가를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기존의 가치관으로 볼 때 호리에는 ‘머리만 덜렁 크지 하는 짓은 돈만 아는 어린애’ 정도로 폄하된다. 그에게는 ‘시건방지고 비즈니스 예의가 없으며 안하무인’이라는 표현이 항상 따라다닌다. 여기에는 재계의 시샘과 낯선 것에 대한 무조건적인 혐오감, 이중의 잣대 같은 것이 작용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예를 들면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회장이 반팔 티셔츠를 입은 채 인터뷰를 하거나 TV에 나오면 모두들 그러려니 한다. 그러나 호리에가 티셔츠 위에 셔츠까지 걸쳐 입고 구단 경영자들을 만나러 가면 넥타이도 안 매고 나타난 매너 없는 젊은이라며 비난하고 나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던지는 돌발적인 화두의 파괴력은 막강하다. 후지TV와의 주식 싸움이 결국은 ‘돈 놓고 돈 먹기’였다는 비난을 피해가지 못했지만 주식투자와 기업의 관계 같은 어려운 경제 이야기를 투자가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시청자의 수준으로 확 끌어내려 공부거리를 제공했다는 점에서는 이론이 없다. 거기에다 무한경쟁시대에서 살아남으려면 상장기업은 자기방어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는 시범케이스를 제공해 일본사회에 경종을 울리기도 했다.
이번에 도쿄지검이 뽑아든 칼이 어느 선까지 베어낼는지는 좀더 두고봐야 한다. 소문에 의하면 라이브도어뿐만 아니라 IT 졸부들이 모여있는 롯본기힐스 빌딩과 이들 졸부들 즉 ‘힐스족’ 전체로 칼날이 향하고 있다고도 한다.
힐스족들은 자기들만의 커뮤니티를 형성, 거의 매일 어디선가 누군가가 주최하는 파티를 통해 친교를 다진다고 한다. 이들 롯본기힐스의 겁없는 젊은이들은 이제까지 머니게임이라는 연금술로 내실도 없는 기업의 외형만 덜렁 키워왔고 주식시장은 이에 덩달아 춤춰왔다. 이런 상황은 서민의 투자감각이나 경제관념 같은 건 제쳐 놓더라도 건전한 자본주의의 경영 이념과도 거리가 먼 풍경임이 분명하다.
프로야구단 매수에 나섰을 당시 호리에가 내건 구단명은 ‘라이브도어 피닉스’ 즉 불사조였다. 호리에의 성공은 거품이었나. 다시 살아난다면 과연 어떤 모습으로 또 우리를 놀라게 할 것인가. 앞으로의 그의 행보가 궁금하다.
송미혜 일요신문재팬 기자 ilyo-japan@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