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당선자는 지난 11월 7일 이명박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안녕하세요”라고 한국말로 직접 인사를 건넸다. 오바마는 유세 기간 중 만난 한국인들에게 자연스럽게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했다. 유세 중에 자신의 한반도 정책을 묻는 어느 한인 대학생에게도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한 뒤 “한국은 강력한 우방이지만 북한과는 친구가 아니다”라고 해 한인들의 박수를 받은 일도 있다고 한다.
이 말은 정치인 신분인 그가 표를 얻기 위해 ‘일부러’ 배운 것이 아닌 어린 시절 자연스럽게 익힌 한국말이기에 더욱 의미가 크다. 오바마 당선자는 어린 시절 하와이와 인도네시아에서 성장하며 한국인들과 접할 기회가 많았다고 한다.
오바마의 여동생 ‘마야 소레토로-응’은 라이언 김 씨와 만났을 때 “오바마와 나는 1주일에 한 번은 비빔밥을 먹었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이명박 대통령과의 통화에서도 그는 “하와이에서 자라 많은 한국계 미국인을 접해 가까운 감정을 느낀다”면서 “불고기와 김치를 좋아하고 이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메뉴”라고 말했다.
또 오바마는 일리노이주 상원의원이었던 2001년에 태권도를 배워 청띠를 딴 것으로 알려지기도 한다. 그의 태권도 사범이었던 시카고의 투자업체 ‘캘더’사의 CEO 데이비드 포스너는 한 인터뷰에서 “당시 시카고 중심가에 위치한 이스트뱅크 클럽의 태권도 사범(5단)으로 일하고 있었는데 오바마가 태권도를 배우려고 나를 찾아왔다”고 밝혔다.
그가 하버드대학 재학시절에 쓴 자서전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에도 한국을 언급한 부분이 등장한다. 오바마가 하버드 법학대학원에 진학하기 전 시카고 남부의 흑인밀집 지역인 알트캘트에서 지역조직가로 활동했던 당시의 일이다. 오바마는 이 지역의 흑인사업가와 지역상공회의소장에게 직접 전해들은 이야기를 기술했다. 일각에서는 이 책의 내용에 대해 오바마가 한국인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기도 하지만 오바마는 자신의 ‘생각’이 아닌 ‘들은’ 이야기를 써놓았다. 책 속에 ‘한국’이 언급되는 부분을 그대로 옮겨본다.
“‘우리 공동체에 속하지 않는 외부인들이 우리 지역에서 장사를 해 돈을 벌면서도 우리의 형제자매를 우습게 여깁니다. 여기서 장사하는 사람들은 거의 다 한국인 아니면 아랍인입니다. 건물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유태인이고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단기적인 목표는 흑인의 이익을 최우선적으로 추구하는 것입니다. 아시겠습니까? 한국인이 고객을 우습게 여긴다는 소리가 들리면 우리는 당장 가서 따집니다. 우리는 그 사람들에게, 우리에게 존경심을 보이고 우리 공동체의 발전에 기여하라고 합니다. 우리가 추진하는 프로그램을 재정적으로 후원하라는 말이죠. 이게 단기적인 전략입니다.’…다음에는 지역 상공회의소를 찾아갔다. 전당포처럼 보이는 가게가 있는 건물의 2층에 사무실이 있었다. 안에서는 뚱뚱한 흑인이 바쁘게 짐을 꾸리고 있었다. 그 남자에게 물었다. ‘포스터씨를 찾습니다만…’ ‘내가 포스터요.’ 남자는 고개를 들지도 않은 채 대답했다. ‘제가 듣기로는 선생님이 상공회의….’ ‘예, 상공회의소 의장이었죠.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지금은 아닙니다. 그만뒀어요.’ 그는 우리에게 의자를 권한 뒤, 하던 일을 계속하면서 말했다. 자기는 15년 동안 문구점을 운영했으며 지난 5년 동안은 지역 상공회의소 의장으로 일했다고 한다. 지역의 상인들을 조직하려고 노력을 다했지만 협조를 해주지 않아서 실망했고, 그래서 그만뒀다고 했다. 그는 상자 여러 개를 문 옆에 쌓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래도 한국인을 욕하는 말을 나한테서는 듣지 못할 겁니다. 회비를 꼬박꼬박 낸 회원은 그 사람들뿐이니까요. 그 사람들은 장사를 한다는 게 무엇인지 알아요. 힘을 합친다는 게 무엇을 뜻하는지 안다구요. 그 사람들은 자기들 돈을 한데 모읍니다. 서로 빌리고 빌려줍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안 해요. 알잖아요. 이 주변에 있는 흑인 상인들은 모두 우물 안 개구리들입니다.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은 30년 전, 이탈리아 사람이나 유태인이 처했던 상황보다 더 어렵습니다. 요즘에는 나처럼 소규모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대규모 체인점과 경쟁을 해야 하지 않습니까. 한국인들처럼 하지 않고서는 아무리 해도 이길 수가 없는 싸움입니다. 한국인들요? 온 가족이 하루에 열여섯 시간씩. 그리고 일주일에 7일을 일합니다. 우리는 그렇게 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엄두도 내지 못합니다. 내가 보기에는, 단지 살아남기 위해서 허리가 부러지도록 일할 필요가 뭐 있느냐는 생각들을 하는 것 같습니다. 어쨌거나 우리는 아이들을 그렇게 가르칩니다. 물론 나도 다른 사람과 다르다고 말 못해요.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내가 하는 문구점을 물려주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말합니다. 번듯한 대기업에 들어가서 안락한 생활을 하면 좋겠다고 말하죠.’”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