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콜롬비아의 마약 단속반원이 한 농장에서 발견된 강아지를 급히 이송하고 있다. 이 강아지의 뱃속에서는 액체 헤로인이 나왔다. 마약조직들은 최근 이처럼 상상을 초월하는 수법을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 ||
날이 갈수록 점점 더 그 수법이 교묘해지고 악랄해지는 것은 비단 정치인들의 비자금 은닉수법만은 아니다. 이에 못지 않게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고 있는 것 중의 하나는 바로 마약조직의 마약 밀반입 수법. 가장 대표적인 예는 지난 2월 미국 마약단속국에 적발된 한 콜롬비아 밀매 조직의 수법이었다. 전세계를 충격과 공포로 몰아 넣었던 이들의 수법은 잔인하고 역겹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마약조직을 단속하고 검거하는 마약단속국 직원들은 “얼마나 그 수법이 다양하고 또 하루가 다르게 은밀해지는지 그저 혀를 내두를 따름이다”고 푸념한다.
“정말 ‘역겹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 2월 1일 콜롬비아의 한 농장을 기습 수색한 마약단속국의 직원이 현장을 둘러본 후 한숨을 내뱉으며 한 말이다.
이날 이들이 농장에서 발견한 것은 다름 아닌 강아지 열 마리. 우리 안에 갇힌 채 겁에 질려 있던 이 강아지들을 조사한 결과 놀라운 모습이 목격되었다.
이 중 여섯 마리의 강아지들의 배에서 수상한 흔적이 발견되었던 것. 마치 수술이라도 한 듯 배 한가운데에 길쭉한 실밥 자국이 또렷이 나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임신한 것처럼 배가 빵빵하게 부풀어 있으니 이상하지 않은가.
급히 병원으로 이송해 배를 갈라본 결과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배 안에서 나온 것은 다름 아닌 3㎏ 무게의 포장된 액체 헤로인이었던 것.
강아지들의 몸 속에 헤로인을 넣어 밀반입하려다 적발된 이 조직은 즉시 콜롬비아 경찰에 의해 체포되었으며, 강아지들은 병균에 감염된 세 마리를 제외하고는 모두 무사히 구출되었다.
이번 사건은 점점 교묘해져 가는 마약조직들의 밀반입 수법이 얼마나 기상천외하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한 예에 불과하다.
최근 유럽 각국의 마약 단속반에 검거된 마약조직의 수법은 실로 천차만별이다. 한마디로 통관이 가능한 물건들은 모조리 마약 운반에 사용하고 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얼마 전 벨기에에서는 한 콜롬비아의 마약조직이 플라스틱 바나나 속에 마약을 운반하려다 적발되기도 했다. 겉모양으로 봐서는 틀림 없는 콜롬비아산 바나나이건만 그 내용물은 전혀 달랐다. 가짜 바나나 안에는 모두 765㎏의 코카인이 들어 있었으며, 이는 약 700만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분량이었다. 금액으로 따졌을 경우에는 7000억 원이 훨씬 넘는다고 하니 그야말로 ‘금 바나나’였던 것.
▲ 액체 헤로인 | ||
프랑크푸르트의 공항에서는 골프 클럽과 공 안에 코카인을 넣어 반입하려던 남미의 한 마약사범이 검거되었는가 하면 뒤셀도르프에서는 관광객을 위장한 한 남미 승객이 서핑보드 안에 대량의 코카인을 넣어 입국하려다 체포되기도 했다.
최근 프랑스와 독일의 국경 지대에서는 화물트럭 안에 306㎏의 헤로인을 숨기고 있던 마약 조직이 검거되었다.
이처럼 다양해지고 있는 것은 비단 운반책뿐만은 아니다. 마약의 이동 경로도 기존의 남미에서 북미, 북미에서 유럽이라는 단순한 공식을 탈피했다. 미국이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남미, 특히 인접국인 콜롬비아에 대한 경계를 강화하자 다른 루트를 개척해나간 것.
세계 코카인 생산량의 80~90%를 담당하는 콜롬비아는 일단 아프리카를 거쳐 유럽으로 이동하는 우회로를 개척했다. 멀지만 그만큼 경비가 허술하기 때문에 훨씬 안전(?)하다는 이유로 주로 이용되고 있다. 또한 적발될 위험을 줄이기 위해 마약의 일부를 페루나 볼리비아로 일단 옮겨 놓았다가 그곳으로부터 이동하는 수법도 사용되고 있다.
주로 아프리카에서 들어오는 카나비(인도 대마)의 경우에는 아예 유럽 깊숙이 마약조직이 직접 뿌리를 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독일 벨기에 네덜란드에서는 카나비를 재배하는 농장들이 은밀하게 운영되고 있다. 이들은 겉으로 보아서는 평범한 원예 농가 같지만 사실 그 안에서는 무시무시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 마약단속반의 설명. 게다가 1년에 여러 차례 수확을 할 수 있는 데다가 품질도 훨씬 뛰어나기 때문에 굳이 밀수를 하지 않아도 유럽 자체 내에서 수요와 공급이 충분히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한 가정주부가 콜롬비아의 국제마약범죄조직인 ‘칼리 카르텔’과 연계해서 유럽으로 코카인을 운반하다가 프랑스에 구속되었던 사례가 발생해 충격을 던져준 바 있다.
비록 자신이 운반하던 보석이 마약류인지 몰랐다고는 하지만 분명 국제적인 점조직 형태로 활동하고 있는 콜롬비아의 마약조직이 국내에까지 뻗쳤다는 사실에 많은 사람들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우리나라라고 해서 결코 국제마약조직으로부터 안전하지는 못하다는 이야기다. 지금도 세계 각국의 국경에서는 마약과의 소리 없는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