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온라인커뮤니티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시디(크로스드레서) 형냐(형+언니야)들이 여자 화장실에 간다”는 글과 함께 사진 여러 장이 올라왔습니다. 사진 속 여성의 모습을 한 이들은 사실은 남성입니다. 긴 머리의 가발을 쓰고, 치마를 입고, 손톱에 매니큐어도 발랐지만 누가 봐도 대한민국의 건장한 성인 남성입니다.
#크로스드레서가 뭐길래
먼저, 그들의 세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크로스드레서란 다른 성별이 입는 복장을 착용(크로스드레싱, Cross-dressing)하는 사람들을 일컫습니다. 우리에겐 동성애자와 트랜스젠더보다는 조금 낯선 개념입니다.
우리가 봐온 여장·남장이란 방송인들이 웃음을 위해 긴 가발을 쓰고 치마를 입은 것이 전부였습니다. 그리고 대학교 엠티 때 남학생들이 여장을 하고 ’괴랄한‘ 춤을 추는 정도입니다. 이들이 ’예능‘이라면 크로스드레서는 ’다큐‘입니다. 남들을 웃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성적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한 행위라는 것이죠.
이들 역시 성소수자의 일부로 분류됩니다. 동성애자와 트랜스젠더와는 별개로 그들만의 다른 성 정체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레즈비언이냐 게이냐‘는 논쟁이 무의미합니다.
실제로 이 게시물을 올린 한 크로스드레서는 “(나의) 성향에 여성성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연애 대상으로도 여자가 좋다”고 밝혔습니다. 자신의 성적 성향을 동성애로부터 선을 긋고, 크로스드레싱이라는 활동은 취미활동 그 자체라는 것입니다.
출처= 온라인커뮤니티
온라인에서도 크로스드레서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들만의 온라인 커뮤니티도 있고 SNS에서도 활발하게 활동을 합니다. 크로스드레싱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트위터의 한 계정에서는 “여성복을 고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여장하는 것을 이해해주는 여성과 같이 오프라인 매장에 가는 것입니다. 가게 안에서도 자연스럽고 어떠한 의심을 받지 않고 몸에 맞추어 보거나 시착해볼 수 있습니다.”라고 자세한 팁을 전하고 있습니다.
또, “치크와 블러셔는 볼터치로 화장을 마무리할 때 볼에 바르는 파우더입니다. 조금 밝은 색도 좋지만 처음 화장을 할 때는 핑크 계열을 추천합니다. 치크 브러시가 있어야만 제대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여자인 기자가 봐도 그 전문성에 감탄이 나옵니다.
#굳이 왜 여자 화장실에 들어가는 걸까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이 남성 크로스드레서들은 왜 여장을 하고 남자 화장실이 아닌 여자 화장실로 들어갈까요? 남성들이 여성의 옷을 입고 화장을 하는 것은 단순한 (또는 조금 특이한) 성적 취향으로 볼 수 있지만, 남성이 여자화장실에 들어가는 것은 정상적인 범주의 행동은 아닙니다.
어린 남자아이가 엄마 따라 여자 목욕탕에 가는 것도 보통 5살까지만 가능한 판국에 건장한 성인 남성이 여자 화장실이라니요. 이런 행동에 남성 크로스드레서들은 “여장을 하고 남자화장실에 들어가면 더 이상하고 변태 취급을 받는다”라고 그 이유를 설명합니다.
이런 주장이 전혀 납득이 안 가는 것은 아닙니다. 치마를 입고 화장을 한 남성이 남자 화장실에 들어가면 그 안에 남성들도 놀랄 테니까요. 하지만 그런 모습으로 여자 화장실에 들어오면 그 여성들도 똑같이 놀랍니다. 게다가 그들이 여자 화장실에 들어가 거울에 비친 자신과 변기에 앉은 자신의 모습을 셀카로 촬영하고, 이를 온라인에 ’인증‘하고 “기분이 좋았다”며 소감을 밝히는 것을 보면 그들은 여자 화장실에 ’어쩔 수 없이‘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분명 즐기고 있는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여성 네티즌들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실제로 화장실에서 봤는데 정말 무서웠다. 남자인 걸 모르는 게 아니라 알지만 무서워서 모른 척 한 거다”, “누가 봐도 남자다. 케이티엑스 타고 지나가면서 봐도 남자다”, “그래 봤자 남자인데 왜 여자 화장실에 들어오냐”며 반감을 드러냈습니다.
여성들이 불쾌감과 공포심을 갖는 것만이 문제의 전부는 아닙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2조는 ’자기의 성적 욕망을 만족시킬 목적으로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제1호부터 제5호까지에 따른 공중화장실 등 및 「공중위생관리법」 제2조제1항제3호에 따른 목욕장업의 목욕장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공공장소에 침입하거나 같은 장소에서 퇴거의 요구를 받고 응하지 아니하는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여장 또는 남장을 하는 것이 우리 사회에서 당당하지 못한 것은 사실입니다. 아직은 음지 문화라는 이유로 대중들로부터 존중받기도 어렵습니다. 우리와 다를 뿐, 틀린 것은 아니니 이들을 향해서 손가락질해서도 안 됩니다. 하지만 남성 크로스드레서가 여자 화장실에 함부로 들어오는 것은 타인에게 피해를 주고 명백한 불법입니다.
모든 크로스드레서들이 이같이 비난받을 행동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소수의 잘못된 행동으로 모든 크로스드레서들이 ’변태‘ 취급을 받아선 안될 일입니다.
이수진 sj109@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