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의 내용을 보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것이 사실이다. 이들에게는 6명이나 되는 자녀가 있었지만 열심히 일해서 자식들을 키우려는 노력은 전혀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매일 술을 마시고 파친코에 빠져 살았다는 것. 제대로 된 식사를 챙겨주기는커녕 아이들에게 자신들이 마실 술과 안주를 훔쳐오라고 시킨 이 ‘개념 없는’ 부모의 이야기를 들으면 어이가 없을 정도다.
도둑질을 한 아이들이 붙잡힌 것은 지난 2월 28일 저녁 무렵. 일본 나라현의 한 슈퍼마켓이었다. 10세, 9세인 여자아이와 8세인 남자아이, 이 세 아이들의 범행은 슈퍼마켓 관계자도 혀를 내두를 ‘조직적 플레이’였다는 것.
“여자아이 둘이 매장에서 치즈와 버터 등을 가방에 넣고 가게 안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그러자 남자아이가 다가와 아무렇지도 않게 작은 배낭에 물건들을 집어넣고 옥상으로 갔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배낭에는 소주도 들어 있었다.”
당시 슈퍼마켓에 있던 경비업체 직원이 아이들을 붙잡았지만 피해액이 1278엔(약 1만 원) 정도로 적고 아직 초등학생이라는 점을 감안해 경찰에 연락하지 않고 부모를 부르는 것으로 사건이 마무리되는 듯했다.
그후 3월에 이 아이들의 어머니(27)가 마을의 보건센터에서 열린 ‘가정 상담회’에 참가했다가 상담원의 가방에서 3000엔(약 2만 5000원)이 든 지갑을 훔쳤다가 체포되는 일이 벌어졌다. 조사 과정에서 어머니가 아이들에게 도둑질을 시켰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4월에는 아이들에게 조직적인 도둑질을 시켰다는 혐의로 아버지(34)까지 체포됐다.
경찰에 따르면 “전에는 아내가 주로 도둑질에 나섰는데 한번 잡힌 후로는 남편과 상의해 지난해 가을부터 아이들에게 시키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남편은 술과 안주를, 아내는 저녁거리를 훔쳐오라며 구체적으로 품목을 지정하기까지 했다. 절도방법까지 가르친 것으로 보인다. 싫다고 하면 심하게 혼을 냈기 때문에 아이들은 시키는 대로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부부 모두가 체포 당시 무직으로 돈이 생기면 모두 파친코에 탕진하며 자식들을 돌보지 않았다. 남편은 일거리가 들어와도 열흘 이상 가는 법이 없었다. 이들이 사는 집은 임대주택으로 한 달 집세가 3000엔(약 2만 5000원)에 관리비가 1000엔(약 8300원)도 안 됐지만 그마저도 체납되어 있었다고 한다.
인근 주민들은 그 집 아이들만 보면 혀를 끌끌 차곤 했다. 아이들은 아는 사람만 지나가면 늘 “배고프다”고 해서 이웃들이 불쌍하게 여겨 빵이나 라면 등을 끓여주는 일도 종종 있었다. 아이들은 집 주위의 감나무에 감이 열리면 우산으로 쳐서 떨어뜨린 후 아직 익지도 않은 새파란 감을 나눠먹곤 했다. 이웃들이 의아하게 생각한 것은 그 집에서 나오는 쓰레기의 양이었다. 아이들에게 밥도 못 먹일 정도로 궁핍한 생활을 하는 것 치고는 쓰레기의 양이 지나치게 많았던 것. 매달 내놓는 쓰레기의 대부분은 빈 맥주캔으로 대형 쓰레기 봉지 5~6개에 꽉 차도록 많은 양이었다. 물론 아이들이 훔쳐온 맥주였다.
자식들에게 ‘도둑질 수업’을 시킨 이 부모는 아이들의 ‘진짜 교육’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었던 듯하다. 아이들이 학교에 있어야 할 시간에도 아무 생각 없이 집 근처에서 놀고 있는 모습이 자주 목격됐다고 한다.
현재 이 아이들은 보호시설에서 지내고 있다. 어린 아이들에게 부모와 가정이 필요한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그러나 경찰 관계자는 무책임한 부모 밑에서 학교에도 가지 못하고 밥도 못 먹으며 도둑질을 배울 바에는 차라리 시설에서 자라는 것이 아이들에게 좋을 수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의견을 밝혔다.
박영경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