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론에 공개된 김현희의 편지. | ||
이 편지는 지난 10월 말 북한민주화포럼 이동복 대표가 김현희 씨의 남편으로부터 직접 건네받아 공개했다. 이 대표는 편지와 함께 김현희 씨의 최근 모습이 담긴 사진 두 장도 함께 받았다고 한다. 그는 1972년 11월 4일 남북조절위원회의 평양 방문 당시 일행으로 참가해 당시 영접을 나온 화동이었던 김현희 씨와 첫 대면을 한 인연도 갖고 있다.
이 대표는 기자에게 “10월 29일께 김현희 씨의 남편으로부터 ‘자신이 김현희 씨의 남편이고 내게 건네줄 김 씨의 편지가 있다’는 전화가 와서 그날 집 근처 식당에서 만났다”고 전했다. 당시 받은 사진 두 장은 바닷가에서 김현희 씨 혼자 찍은 독사진과 두 아이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었는데 아이들의 나이대로 보아 최근 사진이라고 판단했다고 한다.
그동안 잠적설이 계속됐던 김현희 씨는 이동복 대표에게 보낸 장문의 편지를 통해 그간의 생활과 KAL기 폭파사건에 대한 안기부 조작설의 전말에 대해 자세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 씨의 편지는 조목조목 단락이 나누어져 있는데 우선 자신이 ‘편지를 쓰게 된 동기’부터 써내려갔다.
“이곳 남한에 정착해 생활을 한 지도 벌써 20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1997년 12월이 되어 그동안의 모든 사회활동을 완전히 접고 결혼해 두 아이의 엄마로서 평범한 생활을 해왔다. …그러나 5년 전인 2003년경 친북성향의 정부가 들어서면서 세상은 나를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았다. KAL기 사건의 조작설과 음모론이 그 어느 시기 때보다 크게 제기되었고 MBC 등 공영방송사들이 이에 편승하여 KAL기 사건의 실체를 부정적으로 방송하는 안타까운 사태가 발생했다.”
김 씨는 편지에서 2003년 11월 당시 국정원 담당관으로부터 MBC
▲ 자녀들과 함께 있는 김현희. | ||
이 대표는 지난 11월 2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오늘 김현희로부터 전화가 왔는데 ‘고맙다’고 하더라. 연락처라도 알려달라고 했더니 아직 그럴 형편이 아니라면서 자기가 다시 연락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김 씨가 이렇게 편지를 통해 호소한 이유에 대해 이 대표는 “정부기관 여러 군데에 편지도 보내고 해봤지만 소용이 없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현희 씨는 또 편지에서 “지난 참여정부에서 발생한 KAL기 사건 관련 조작 음모와 과거사위의 재조사 활동은 한마디로 ‘김현희와 안기부 죽이기’ 공연이었다” 며 “그들에게는 북한의 범행을 폭로하고 안보 강연까지 한 김현희와 안기부가 숙청의 대상으로 간주된 것 같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어 그는 “KAL기 사건으로 (북한의) 대외정보조사부가 해체되었듯이 국정원도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당시 국정원 관계자들과 조작설을 다룬 방송의 관계자들에 대해 책임을 물을 것을 주장했다.
‘김현희 씨의 편지’에 대해 과연 KAL기 유가족 측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KAL858기 유가족협회’ 차옥정 회장은 김 씨의 주장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차 회장은 “김현희 씨가 지금 도망 다니다시피 숨어 지내는 상황인데 어떻게 상황을 그리 잘 알 수 있느냐. 또한 설령 본인이 안다고 하더라도 살인범이 무슨 할 말이 있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유가족협회 측은 11월 29일 비공개 모임을 갖고 향후 대책에 대해 논의했다.
한편 정치권에서도 김현희 씨의 편지가 공개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국회 내에 KAL기 사건 진실조작을 조사하는 조사위원회를 설치할 것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