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정몽준 한나라당 최고위원, 이재오 전 한나라당 의원. | ||
대권 잠룡으로로 꼽히는 유력 정치인들의 경우엔 어떨까. 과연 이들 정치인들이 얼마나 많은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는지 잠룡과 ‘명박’의 추억 속으로 들어가보자.
지난 11월 21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부경대에서 명예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아 눈길을 끌었다. 박 전 대표가 명예박사 학위를 받은 것은 지난 2월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이어 올해 들어서만 두 번째다. 박 전 대표는 부경대로부터 수차례 요청을 받은 끝에 학위 수여를 수락했다는 후문이다.
한 측근은 “부경대의 전신 중 하나가 수산대이고 수산대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수산입국’의 기치 아래 배를 마련해주는 등 애정을 쏟았던 학교”라며 “인연도 깊지만 과거에 박사 학위를 수여하고 싶다는 요청을 고사한 적이 있어 이번에는 수락한 것”이라고 밝혔다. 박 전 대표의 측근인 김무성 한나라당 의원도 지난해 부경대에서 명예 정치학박사 학위를 받은 바 있다.
공학도(서강대 전자공학) 출신인 박 전 대표가 ‘정치학’ 명예박사 학위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전 대표는 KAIST에서 명예 이학박사 학위를, 지난 1989년 대만 문화대에서는 명예 문학박사 학위를 받은 적이 있다.
그래서인지 박 전 대표는 이날 소감에서 “제 정치의 신념과 목표는 모두 정치학 교과서에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막상 그것을 현실에서 하려고 하니까 정치를 모른다, 실험정치를 한다 여러 가지 수사들이 많았다. 그런데 이제 부경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주셔서 앞으로 정치를 모른다는 얘기는 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명예박사 학위 수여식이라고 해서 항상 ‘명예로운’ 것은 아니다. 정몽준 최고위원은 지난해 4월 전남대로부터 명예 철학박사학위를 수여받을 계획이었으나 철학과 교수들과 학생들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당시 대학 측은 정 의원과 대학의 일정이 맞지 않아 ‘무기연기’한다고 밝혔으나 실상은 이 대학 철학과 교수들과 대학원생, 학부생들이 “정 의원이 이사장으로 있는 울산과학대에서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에 대한 심각한 인권탄압이 있었다”며 반발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전남대 철학과 학과장 조윤호 교수는 “철학은 자유나 행복의 확장과 같은 인간 문제를 깊이 연구하거나 가치를 실현하는 데 기여한 분들이 받아야 마땅하다”며 “비정규직 근로자의 입장을 헤아리지 못한 정 의원에게 명예철학박사는 어울리지 않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불명예스럽게’ 전남대의 명예박사 학위를 받지 못했던 정 최고위원은 사실 국제정치를 전공해 학위를 받은 진짜 박사(존스홉킨스대학)다. 국내에선 명지대, 공주대, 고신대, 한국체대 등에서 4개의 명예박사 학위를 받은 바 있다. 대한축구협회장과 아산병원 재단이사장을 지낸 이력으로 체육학·이학·보건학 등 여러 분야의 명예박사학위를 받았다고 한다. 일가친척들의 명예박사 학위 수로 국내 1위에 꼽히는 것이 현대가다. 정 최고위원의 아버지인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도 생전 국내 대학 7곳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은 바 있다.
여권의 잠룡으로 꼽히는 이재오 전 한나라당 의원의 경우도 ‘명박’ 수여와 관련해 좋지 않은 추억이 있다. 경제학도 출신인 이 전 의원은 지난 2월 모교인 중앙대에서 명예 정치학박사 학위를 받은 바 있다. 하지만 당시 학위 수여에 반대하는 일부 학생들과 학교 측이 마찰을 빚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또 한 명의 여권 잠룡인 김문수 경기도 지사의 경우 ‘명박’ 학위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70학번’인 김 지사는 노동운동과 투옥 등으로 서울대 입학 뒤 24년이 지난 94년에야 경영학학사 학위를 받을 수 있었다.
경영학 석사(서울대) 출신의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은 강원대·인제대·세종대로부터 3개의 ‘명박’ 학위를 받은 다수 보유자다. 특히 세종대는 지난 2007년 8월 29일 당시 문 대표가 대선출마 선언을 하자마자 환경학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해 눈길을 끌었다.
또 지난해 12월 초 대선이 임박한 시기엔 대덕 연구단지에 종사하는 이·공계 석·박사 480명이 당시 문국현 후보를 지지하는 선언과 함께 ‘명예 이·공학 박사 학위 수여식’을 열기도 했다. 이는 대학에서 자체적으로 준 것이 아님에도 ‘대선주자’로서의 문국현 후보의 ‘명예’를 높이는 데엔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다.
그런가 하면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과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명예박사 학위를 한 개도 가지고 있지 않아 눈에 띈다. 정 전 의장은 영국 웨일즈대 저널리즘 석사학위를 받았고 손 전 지사는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은 ‘영국 유학파’. 손 전 지사는 ‘정식 박사 학위’만 한 개 가지고 있는 셈이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