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사정 칼날이 참여정부 심장부를 정조준하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롯한 친노그룹이 초긴장 모드로 돌입했다. 노 전 대통령의 오랜 후원자인 박연차 회장과 고교 동문인 정화삼 씨,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 등이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 데 이어 사정 칼날이 친형인 노건평 씨에게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친노그룹 일각에서는 “이러다간 검찰의 사정 불똥이 노 전 대통령에게까지 번지는 게 아니냐”는 위기감마저 감지되고 있다.
일부 친노그룹 인사들은 참여정부를 겨냥한 기획사정과 ‘노무현 죽이기’가 본격화되고 있는 만큼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11월 27일 기자와 만난 민주당 친노그룹의 한 의원은 “사정당국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만큼 삼삼오오 모여 대책을 숙의하고 있다”며 “검찰 수사 추이를 좀 더 지켜본 뒤 여의치 않을 경우 조직적인 대응도 불사할 것”이라고 전했다.
친노그룹은 검찰 수사 추이를 예의주시하면서 사건에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는 인사들과 은밀한 핫라인을 구축해 사건 경위를 파악하는 등 대책 마련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세종증권 매각 비리에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는 박연차 회장과 노건평 씨는 11월 23일~24일 비슷한 시점에서 행적을 감췄었다. 노 전 대통령도 23일 봉하마을을 떠나 이날과 다음날 비공개 일정을 가진 뒤 25일~26일 충남 방문 일정을 소화하고 봉하마을로 돌아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정치권 주변에선 노 전 대통령 측과 박 회장, 노 씨 등이 이 기간 동안에 비밀 회동을 갖고 대책을 논의했을 것이란 소문이 나돌고 있지만 당사자들은 접촉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 관계자들은 세 사람 모두 같은 지역(김해)에 연고를 두고 있고 사안의 급박성을 감안하면 대리인을 통한 접촉 내지는 유선상으로 대책을 숙의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친노그룹은 급한 대로 세종증권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참여정부 게이트’ 내지는 노 전 대통령의 ‘측근 게이트’로 확전되는 것만은 차단해야 한다는 위기감에 공감하고 있는 분위기다.
11월 23일 천호선 전 청와대 대변인은 언론에 보낸 ‘보도협조요청문’을 통해 “정화삼 씨는 노 전 대통령의 고등학교 동기로 대선 당시 청주 지역에서 선거운동을 도운 사람이지만 이 정도의 인연을 놓고 ‘측근’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보도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친노그룹 일각에서는 검찰 수사를 지켜본 뒤 사정당국이 의도적으로 참여정부 흠집내기와 ‘노무현 죽이기’를 시도할 경우 현 정권을 상대로 전면전도 불사해야 한다며 결의를 다지고 있다. 검찰의 칼날이 참여정부 심장부를 향하고 있는 가운데 노 전 대통령과 친노그룹이 어떤 카드를 꺼내들지 사정 정국의 또 다른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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