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지붕 매머드 가족 ‘디 오더’의 존 대니얼 킹스턴(오른쪽)의 자녀들이 아버지의 법정싸움을 TV로 지켜보고 있다. | ||
최근 CNN의 취재로 인해 도마에 오른 곳은 미 서부에 위치한 유타주와 애리조나주의 경계 지역. 이곳에서는 수만 명의 모르몬교 근본주의자들이 외부세계로부터 고립된 채 공동체를 이루면서 살고 있으며, 자신들의 종교적 신념인 ‘일부다처’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이들은 아내를 많이 거느리고 자녀를 많이 낳을수록 천국의 가장 높은 단계에 다다를 수 있다고 배우고 있으며, ‘중혼’이 신의 계시라고 굳게 믿고 있다.
최근 독일 시사주간 <슈테른>에서 취재한 일부 모르몬교 근본주의자들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근친상간, 강제결혼, 미성년 성폭행 등 부작용과 실상을 들여다 보았다.
미 애리조나주 콜로라도 시티. 물론 이곳에서도 법적으로는 중혼이 금지되어 있다. 하지만 모르몬교 근본주의자들에게 법 같은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단지 종교적인 율법에 따라 중혼을 실천하고 있다고 믿는 이들은 “일부다처는 사람의 기호나 취향이 아니다. 이는 신이 내린 계명이자 천국으로 들어가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고 설파한다. 또한 “일부다처는 동성애처럼 여러 다양한 생활 방식 중 하나일 뿐이다”고 주장하면서 ‘종교의 자유’를 인정해줄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이미 이런 풍토가 조상 대대로 관습적으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까닭에 대부분의 주민들 역시 모두 일부다처를 실천에 옮기고 있다. 교사들 중에도 여러 명의 아내를 두고 있는 경우가 많으며, 심지어 시장이나 정치인들도 마찬가지다.
이런 탓에 이들을 일일이 불러다 모두 처벌할 수도 없는 노릇. 법적으로는 최고 5년형에 처해지지만 실제로 법이 집행되는 경우는 폭력이나 기타 법에 저촉되는 행위가 수반되었을 경우에만 제한된다.
사실 1830년 미국 뉴욕주에서 창설된 모르몬교(말일성도예수그리스도회)는 지난 1890년 일부다처제가 사회로부터 비판을 받자 이를 폐지했다. 하지만 문제는 모르몬교에서 분파된 ‘모르몬교 근본주의’다. 그들 중 일부는 여전히 일부다처를 고수하고 있는 이들은 콜로라도 시티와 인근 유타주 힐데일의 집단 거주지에서 여러 공동체를 이루면서 생활하고 있다.
이들의 일상생활은 현대 문명과는 거의 거리가 멀다. 공동체 중 심한 경우에는 운동을 하거나 TV를 시청하는 것이 금지된 곳도 있다. 여자아이들은 발목까지 내려오는 긴 치마를 입고 또 그 안에 긴 속바지를 입어야 하며, 남자아이들 역시 긴소매에 목까지 올라오는 옷을 입어야 한다. 또한 소년 소녀들이 함께 어울려서는 안 되며, 물론 사랑에 빠져서도 안 된다. 배우자는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신만이 선택해주기 때문이다.
▲ 집단 거주지에서 일부다처를 실행하고 있는 두 남성과 자녀들. | ||
이곳에서는 미성년 소녀의 경우 강제로 나이 많은 남자와 결혼을 해야 하며, 소년들은 성인이 되기 전에 거주지에서 강제로 추방된다. 늙은 남자들의 경쟁 상대가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또한 순수 혈통을 유지하기 위해서 반드시 가까운 친척과 결혼을 해야 하며, 심지어 시아버지가 며느리와 결혼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또 다른 공동체인 ‘디 오더’의 경우도 상황은 비슷했다. 변호사로 일하고 있는 지도자 폴 킹스턴(44)은 놀랍게도 35명의 부인 사이에서 200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 ‘디 오더’의 신도들은 약 2000명 정도이며, 배우자를 선택하는 일에서부터 자동차를 구매하거나 심지어 감기예방주사를 맞는 것까지 모두 상부의 지침과 지시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
‘킹스턴 왕국’이라고 불러도 될 만큼 ‘디 오더’ 공동체는 킹스턴 7형제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이들은 어마어마한 부지를 소유하고 있으며, 마피아처럼 총 80개의 크고 작은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재벌이기도 하다. 여기에는 석탄 회사, 쓰레기 처리 회사, 도박 기계 제조회사 등 다양한 분야의 회사가 있으며, 모든 공동체 일원들은 이곳에서 취직해 일을 하고 있다. 장을 보거나 극장을 가는 것도 공동체 안에서 모두 해결할 수 있으니 그야말로 자급자족을 실천하는 원시적인 형태의 부락인 것이다.
‘디 오더’의 신도이자 폴 킹스턴의 형인 존 대니얼 킹스턴(51)의 경우를 보자. 15명의 아내를 거느리고 있는 그는 슬하에 131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 물론 그에게 자녀들의 이름을 모두 외운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가끔 모든 자녀들을 집합시킬 경우에는 남자아이는 정장에 넥타이, 여자아이는 발목까지 내려오는 긴 치마를 입어야 한다.
이렇게 아이들을 집합시킨 그는 아이들의 정보와 기록이 저장되어 있는 노트북을 펼쳐 들고는 명령조로 말한다. “너, 엉덩이 큰 너는 ‘넘버 78’이고, 이름은 스테파니지. 네 엄마는 내 여덟 번째 부인인 하이디고. 가까운 미래에 내 조카, 그러니까 너에게는 사촌인 엘덴 킹스턴과 혼례를 올려주마.”
대형 농장을 소유하고 있는 그는 ‘A-1 디스포절’이라는 쓰레기처리회사를 경영하고 있는 회장이기도 하다. 따라서 그에게 100명이 넘는 아이들을 먹여 살리는 일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사실 공동체에서 여성들이 현금을 소유하는 일은 거의 없기 때문에 생활비를 대는 데에는 별반 어려운 일이 없다. 자녀 한 명당 매일 1달러(약 1000원)를 받아 생활하는 부인들도 별다른 불평 없이 자신들의 생활에 만족하면서 살고 있다.
▲ 한 일부다처 가족의 컨테이너 집 전경. | ||
그렇다면 그는 15명의 부인과 어떻게 가정 생활을 꾸려 나가고 있을까. 일단 그는 정해진 거처 없이 칫솔과 셔츠 한 벌이 들어 있는 가방을 들고 다니면서 이 부인 저 부인 집을 돌아 다닌다. 달력에는 부인들의 월경주기가 빼곡히 적혀 있으며, 배란기인 부인의 집을 찾아가 며칠을 보내곤 한다.
하지만 워낙 대가족이다 보니 자녀들을 모두 완벽하게 통제하기란 어려운 것이 사실. 근래 들어서는 지극히 보수적인 생활에 지친 몇몇 자녀들이 가출을 시도하는 일이 종종 벌어지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여덟 번째 아내인 하이디(34)와의 사이에서 낳은 11명의 아이들 중 두 명이 귀걸이 금지에 반발해 공동체에서 도망친 사건이 발생했다. 이곳에서 귀걸이를 한다는 것은 악마의 유혹에 넘어가는 것이며, 음주나 우는 것처럼 엄격히 금지되어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단순한 가출 사건으로 무마되는가 싶었지만 바깥 세계에 나가 전혀 다른 세상을 본 자녀들은 이내 진실을 말하면서 도움을 요청했다. 내용인즉슨 자신들이 아버지의 상습적인 구타에 시달리고 있으며, 삼촌과의 강제 결혼을 거부하자 비눗물을 마시는 벌을 받기도 했다는 것이다.
이 끔찍한 소식을 접한 미 아동보호단체가 가만히 있을 리 만무했다. 마침내 법원은 ‘미성년자들을 대상으로 폭력 행위를 일삼고, 제대로 돌보지 않았으며, 성 착취했다’는 이유로 11명의 자녀들 중 10명을 부모로부터 격리시켰다.
사실 킹스턴은 이미 한 차례 6개월 형을 선고받은 적이 있는 전과자였다. 삼촌과 결혼하지 않겠다며 완강히 거부하던 딸을 의식을 잃을 때까지 때린 혐의였다. 하지만 결국 아내 하이디와 함께 20개월 가까이 법정 투쟁을 벌인 결과 그는 최근 10명의 자녀들을 되찾아 오는 데 성공했다. 그는 현재 자신의 승리를 자축하면서 “역시 신은 우리들 편이다”라며 으쓱해하고 있다.
15세 때 지도자인 폴 킹스턴에 의해 삼촌인 제레미와 강제 결혼을 해야 했던 루 앤 킹스턴(26)은 가까스로 공동체에서 도망쳐 나온 드문 경우 중 하나다. 당시 제레미와의 사이에서 두 명의 아이를 낳았던 그녀는 자신의 천국행을 위해서 10명의 아이를 더 낳을 것을 요구하는 남편의 요구에 넌더리를 쳤다.
현재 재혼을 해서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는 그녀는 당시 이런 생각을 했다고 말한다. ‘이게 정말 사는 걸까?’ ‘애 낳는 기계에 불과하지 않은가?’ ‘정말 대학에서 공부하고 사랑에 빠지는 것이 지옥일까?’
결국 집을 나오면서 부모와 형제자매들과 교류가 끊긴 그녀는 처음에는 모든 것을 혼자서 처리해야 한다는 사실이 낯설고 두렵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그곳이야말로 바로 지옥이었다”고 말하면서 ‘디 오더’ 파괴 운동을 펼치고 있다. 또한 그녀는 “그들은 모두 독재자들이자 집단 광신도들이다. 아이들을 세뇌시키고 있다”고 맹렬히 비난한다.
이들의 이런 실상이 세상에 공개되자 얼마전 경찰은 일부 모르몬교 근본주의자들의 가정에 대한 압수 수색을 실시했으며, 이에 따라 곧 몇몇 남성들은 법정에까지 서게 될 전망이다.
과연 경찰은 수십 년째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이들의 철옹성을 완전히 무너뜨릴 수 있을까. 전쟁은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