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의 한 ‘섹시 펍’ 업소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라온 사진. 이 업소는 ‘코스프레’ 스타일을 가미했다고. | ||
“나마 치치 모미 호타이데스.”
일본 도쿄의 풍속가에 발을 디디면 속칭 ‘삐끼’(호객꾼)로부터 이런 말을 자주 듣는다. ‘나마 치치’는 생유(生乳)의 일본식 발음으로 이른바 ‘싱싱한 젖가슴’을 뜻한다. ‘모미 호타이’는 또 무슨 의미인가. 일본어로 ‘모미’는 ‘만지는 행위’, ‘호타이’는 ‘마음껏’을 뜻한다. 조합하면 무슨 말이 될지 충분히 상상이 가능할 것이다.
한때 일본에서는 ‘란제리 펍’이라는 게 유행한 적이 있다. 속옷 차림으로 고객을 맞는 풍속점들이다. 그러나 고객들이 어디 그런가. 보는 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게 이런 풍속점을 찾는 손님들이다. 그래서 진화한 게 ‘섹시 펍’이다. 보는 것만으로 만족할 수 없는 손님들을 위해 마음껏 만지도록 하는 풍속점이다.
섹시 펍은 ‘옷파이(가슴) 펍’, 혹은 ‘오사와리(만지는) 펍’이라고도 불린다. 가게의 스타일은 ‘허슬계(系)’ ‘위안계(系)’ 등 두 종류로 나뉘어 있다. 허슬계는 시끄러운 음악이 나오는 곳, 위안계는 차분한 음악이 나오는 분위기 있는 곳이다. 풍속 전문가로 알려진 일본인 A 씨의 말에 따르면 허슬계는 주로 젊은이들이 몸을 흔들면서 스트레스 해소 차원에서 즐기는 곳이고, 위안계는 약간 중년들이 찾아 대화를 나누며 피로를 푸는 곳으로 이해하면 쉽다.
가격은 시간 단위로 요금이 발생하는 시스템이 대부분. 도쿄 등 수도권은 1만~1만 5000엔 정도, 지방은 1만 엔 정도다. 물론 음료는 무료다. 여기에 마음이 드는 여성을 지명할 경우 통상 2000~3000엔 정도가 추가 소요된다.
비가 내리던 지난 주말 C 씨가 찾은 곳은 도쿄 우에노의 한 허슬계 펍. 입구에서 요금을 지불하면 남성 종업원이 좌석을 안내한다. C 씨의 경험담을 토대로 상황을 재구성한다.
두 명이 들어가면 여성 종업원 두 명이 고객을 맞는다. 통상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이다. 일본인들의 즐겨 마시는 이른바 `미즈와리’(위스키에 물을 탄 것)를 주문하고 건배하는 것으로 주흥은 시작된다. 여성 종업원들은 가게 분위기에 맞지 않는다며 고객의 넥타이를 풀어주는 등 분위기를 띄운다. 티셔츠 차림의 경우 단추를 두 개 정도 풀게 한다.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종업원들이 손님의 무릎 위에 다리를 올려놓는다. 미니스커트 차림. 스커트 안이 살짝 비친다. 나이를 묻고 일상적인 작업 대화가 시작된다. 적극적인 여성은 “가슴이 작아 고민이다. 만져주면 커진다는데”라며 도발을 해온다. 가슴 큰 여성은 “살살 해달라”고 애교를 부리기도 한다. 그리고 10여 분 지나면 갑자기 가게의 조명이 어두워지면서 음악도 흐느적거리는 것으로 바뀐다. 이른바 ‘쇼 타임’이다.
여성 종업원들이 본격적인 작업이 시작된다. 가슴을 드러내고 고객의 무릎 위에 앉는다. 두 손이 목을 감는다. 여종업원의 가슴이 바로 눈앞에 펼쳐진다. 음악에 맞춰 여종업원의 엉덩이가 들썩거리고 여종업원의 도발적인 발언이 계속된다.
본격적인 재미는 여기서부터다. 2~3분이 지나면 파트너 체인지가 시작된다. 옆 파트너가 올라오고 또다시 희롱을 즐긴다. 같은 팀이 끝나면 이번에는 옆 테이블의 여종업원이 다시 무릎 위에 올라온다. 쇼타임은 통상 30분 안팎. 쇼타임이 끝날 때까지 대략 5~6명을 상대할 수 있다. 여종업원마다 취향도 다르다는 점을 느낄 수 있다. 쇼타임이 끝나면 조명이 다시 밝아지고 맨 처음 맞았던 여성 종업원이 원래 자리로 되돌아온다.
그리고는 사실상 품평회. 종업원들은 손님에게 부족한 점을 묻고 손님들은 황홀했다는 등 소감을 털어놓는다.
C 씨에 따르면 이곳 여성들은 대부분 가슴 통증을 호소한다고 한다. 짓궂은 고객들의 희롱을 상대하다보니 방법이 없는 듯했다. 이 때문에 ‘강력한 공격’보다는 ‘부드러운 공격’을 주문하는 여종업원이 많다는 것이다.
실제로 섹시 펍은 규칙이 엄격하다고 한다. 가게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공통적으로 키스는 대체로 금지돼 있다. 가슴에 입을 대거나 하반신 터치 행위도 물론 안 된다. 여성이 고통을 느끼도록 짓궂게 만지는 것도 물론 금지돼 있다는 것이다.
위안계 펍은 허슬계 펍과 분위기가 전혀 딴판이다. C 씨의 말에 따르면 위안계 펍은 시끌벅적한 허슬계와 달리 은근한 끈적거림이 있다. 자리별로 별도로 커튼도 설치돼 있다. 통로에서 커튼 속이 희미하게 보이는 정도로 커튼을 치면 간이 룸이 된다. 음악도 부드러운 피아노곡이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위안계 펍은 소파도 부드럽고 고급감이 느껴지며 천장에 매달려 있는 스포트라이트가 테이블 위를 비추는 등 가게 전체가 부드러움과 푸근함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C 씨와 함께 긴자의 한 위안계 팝을 찾았다. 남성 종업원이 맡겨둔 술을 내왔고 잠시 뒤 여성 종업원이 들어왔다. “유코입니다. 잘 부탁합니다.” 명함을 건네며 자기소개를 했다. 나이는 23세라고 했다. 허슬계와는 달리 제대로 교육받은 느낌이 왔다. 초심자 입장에서는 어떤 방법으로 가슴을 만져야 하는지 걱정이 될 정도였다.
C 씨의 충고에 따르면 위안계 펍의 경우 여자 종업원들이 알아서 한다고 한다. “위안계 펍의 여성들은 대화로 손님을 푸근하게 하는 전문가들이다. 걱정 말라”는 것이다. 나이를 묻는 등 기본 대화가 오간 뒤 C 씨는 능숙하게 작업에 들어갔다.
“유코 양 스타일이 좋다. 스타일이 만점이다.” “그렇지 않아요. 가슴이 조금 커 걱정이에요.” “어디 그럼 볼까. 이 정도면 정말 좋은데, 걱정할 것 하나도 없다. 자신감 가져도 좋을 정도다.” 대충 이런 식의 대화가 오가면서 분위기가 무르익는다.
10여 분쯤 지났을까. 남자 종업원이 여종업원을 체인지할 것인지 물어왔다. C 씨는 유코가 맘에 들었는지 지명하겠다고 말했다. 남성 종업원은 커튼을 닫았다. 맘껏 즐기라는 의미였다. 그리고 50분 가까이 고객들에게는 기분 좋게 술을 마시며 얘기를 하면서 가슴을 만지는 시간이 주어지는 것이라고 한다.
섹스 펍은 풍속이라고 부르기에는 비교적 소프트한 편이다. 결정적인 순간을 머리에 그리는 고객들 입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오히려 가벼운 터치에 만족하는 고객들이 의외로 많다고 한다. 더 깊게 들어가면 오히려 죄를 짓는 것 같다고 여기는 남성들이 많다는 것이다. 일본의 풍속점은 일본 남성들에게 섹스가 주가 아니라 그야말로 섹스를 주제로 한 유원지 비슷한 곳이라는 느낌을 줄 때가 있다.
박은호 재일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