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준표 원내대표와 박희태 대표 | ||
우선 청와대 측의 일방적인 여야 대표회담(3일) 연기 결정 이후 열흘 넘게 ‘당무 사보타주(태업)’에 들어갔던 박 대표는 15일 MB와의 청와대 정례회동 이후 ‘강한 대표’의 면모를 보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법안 처리를) 전광석화처럼 밀어붙여야 한다”, “좌고우면하지 말고 오늘 즉시 한다는 생각으로 해야 한다”는 등 과거 은유와 비유의 ‘달인’으로 꼽혔던 박 대표의 이미지와는 배치되는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다.
당내에선 정몽준 최고위원 측으로부터 “원외의 대표를 내세우고 있는 것 자체가 집권여당의 역할을 기본적으로 접고 들어가는 것”(전여옥 의원)이란 직격탄을 맞은 박 대표가 뭔가 단단히 작심한 것 같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측근은 “원외의 한계를 당내에서 거론하니 (그것을) 정면돌파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박 대표가 지역구가 어디가 됐든 내년 4월 재·보선에 출마해 정치생명을 건 승부수를 걸어야겠다는 생각을 굳힌 것 같다”고 밝혔다.
이 측근은 “어차피 재·보선의 결과가 좋지 않으면 대표의 책임론이 불거질 것”이라며 “앉아서 당하느니 떨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직접 선거에 나서서 장렬히 전사하는 편이 낫다.‘청명에 죽으나 한식에 죽으나 매한가지’라는 속담처럼 말이다”라고 덧붙였다.
한때 ‘연말 사퇴론’이 나돌았던 홍 원내대표도 최근 예산안 처리와 한미FTA(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 상임위(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단독 상정 이후 부쩍 행보에 무게감이 실리고 있다. 청와대는 물론 당내에서조차 “소수 야당에 너무 끌려다닌다”는 비판을 받았던 홍 원내대표였지만 최근엔 “쟁점 법안은 ‘전쟁 모드’로 갈 수밖에 없다. 연말까지 정부가 추구하는 모든 법령을 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해줘야 한다”며 대야 강경대응 기류를 주도하고 있다.
홍 원내대표의 ‘돌변’을 두고 당내에선 “청와대와의 관계복원을 염두에 둔 것”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한 중진 의원은 “홍 원내대표는 여당 내에서 틈만 나면 진용개편을 주장하는 사람 아니냐. 개인적으로 다음 개각에서 입각한 후 2010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그의 입장에선 MB에게 뭔가 어필할 수 있는 업적을 남겨야 한다는 절박감이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홍 원내대표는 다음 개각에서 법무부 장관 또는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을 지낸 전력 등을 고려해 노동부 장관에 기용될 것이란 관측이 여권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이준원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