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의 세븐-일레븐 매장과 스즈키 도시후미 회장. 도시후미 회장은 “인간 심리를 잘 알아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 ||
스즈키 씨는“내 경쟁 상대는 다른 회사나 점포가 아니다. 항상 변화하는 고객의 수요를 최대의 경쟁 상대라고 생각하고 있다. 세계의 어느 나라를 봐도 일본만큼 시장의 변화가 빠른 곳이 없다. 이런 시대이기 때문에 고객 즉 인간 심리에 대해 잘 아는 사람만이 고객의 지지를 얻고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말한다.
미국 본사의 라이선스를 취득하여 일본에서 창업한 이래로 세븐-일레븐은 매년 성장을 거듭하면서 지난해에는 2조 5000억 엔(약 20조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그 비결은 바로 인간 심리를 꿰뚫어보는 스즈키 씨의 통찰력에 있었다. 고객이 언제 무엇을 생각하고 어떻게 행동할지를 읽어낸 후 여러 상황에 응용하는 것이다. 그런 스즈키 씨의 성공 철학은 비단 소매업이나 유통업뿐만 아니라 같은 시대를 사는 모든 사회인들에게 참고가 될 것이다. 다음은 스즈키 씨가 말하는 성공을 부르는 열 가지 법칙이다.
1.열심히 일하는 것만으로는 의미가 없다
세븐-일레븐의 메밀과 우동은 국물맛으로 정평이 나 있어 국물만 따로 판매하라는 고객이 있을 정도다. 그러나 국물맛의 비결은 의외로 단순하다. 모든 요리의 기본은 국물에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충실히 지켜 좋은 재료를 사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특별한 성공비결’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일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원하는 만큼 성과가 나오지 않아 고민하는 사람이 많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무작정 열심히 노력한다고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일이건 기본을 충실히 따르며 뚜렷한 소신을 가지고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 딴에는 아무리 열심히 한다고 해도 고객의 요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모든 노력은 물거품이 될 뿐이다.
2.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라
여기에서는‘상대방을 위해서’가 아니라‘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상대방을 위해서’라는 것 자체가 허울은 좋지만 결국은 자기본위의 생각일 뿐이다.
부모자식 관계를 예로 들어보자. 세상의 부모들은 대부분‘자식을 위해’야단을 친다. 그런데 자식들은 점차 성장하면서 부모 말을 듣지 않게 된다. 부모가 바라는 자식의 모습과 자식들이 원하는 것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둘러싼 환경이나 상황이 부모의 세대와는 많이 달라졌기 때문에 부모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식을 혼내서는 안 된다.‘자식의 입장에서’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찬가지로 비즈니스에 있어서도‘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경험을 모두 버려야 한다.
3.과거의 성공담에 끌려 다니지 말라
과거의 성공에만 집착해서 새로운 문제가 닥쳤을 때 객관적인 판단을 못하는 사람들을 종종 보게 된다. 이들은 실수를 했을 때 근본 원인을 찾으려 하지 않고“야근을 계속하다보니 피로가 쌓였다”거나 “오늘은 타이밍이 나빴다”는 등의 변명을 한다. 과거의 업적에만 빠져 자신을 바꾸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객관적인 시각으로 주위를 둘러본다면 과거의 성공담이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4.실패를 유리하게 해석 하지 말라
사람에게는 자신에게 불리한 현실을 부정하려는 경향이 있다. 30여 년 전 세븐-일레븐을 일본에 들여오려고 했던 시기에 일본의 많은 소규모 상점들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소규모이기 때문에 안 된다고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더욱 생산성을 높이고 유연하게 고객의 요구에 부응한다면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당시 다른 상점의 경영자들은 자신들의 경영 부진을 모두 대형 마트의 탓으로 돌렸다. 그렇게 생각하는 편이 더 납득하기 쉬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인을 계속 남의 탓으로 돌리는 한 더 이상의 발전은 기대할 수 없다.
5.과거의 틀 대신 새 가설을 세워라
새 비즈니스를 시작할 때 많은 사람들은 우선 공부와 리서치부터 시작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과거의 경험 답습에 지나지 않는 공부는 오히려 스스로를 틀 안에 가두게 된다.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필요한 것은 과거의 경험이 아니라 미래의 가설을 세우는 것이다. 내가 편의점을 만들려고 했을 때 편의점 체인과 대형 마트가 공생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전문가들은 모두 무리라고 반대했다. 만약 내가 공부에만 파고들어서 전문가들의 의견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였다면 지금의 세븐-일레븐은 없었을 것이다.
6.성공 가능성 60~70%면 도전하라
세븐-일레븐이 최근 주력하고 있는 서비스 중에는 고객의 주문을 받아 상품을 배달하는 ‘심부름 서비스’가 있다. 이 발상은 기존의 사고방식에서는 나올 수 없는 획기적인 사고의 산물이다. 이는 미래의 가능성에 눈을 돌려 미래의 시각으로 지금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했기 때문에 가능한 성공이었다. 물론 미래의 일을 100% 확신할 수는 없다. 하지만 자신의 가설을 시뮬레이션해보고 60~70%의 가능성을 발견했다면 도전해야 한다.
7.새로운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밖을 봐야 한다
소매업의 경우에는 현재의 고객이나 현재의 상품만 눈에 들어오기 때문에 사고방식이 보수적으로 변하기 쉽다. 그 결과 환경 변화에 따른 새로운 고객 개척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기존의 서비스에 만족하는 고객만을 상대할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고객을 끌어들일 것인가를 생각해보자. 현재의 고객도 언젠가는 똑같은 서비스에 싫증을 느끼게 될 것이다. 결국 새로운 고객을 끌어들이는 것이 정답일 것이다. 새로운 고객은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바깥에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8.주위가 반대하는 일일수록 실행하라
새 사업의 성공여부를 가늠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아직 결과물을 소비자들한테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에 시장조사도 할 수 없는 노릇이다. 그 때문에 새로운 것을 시작하려 할 때 주위에서는 대개 찬성보다 반대와 우려를 보내기 마련이다. 그러나 경험으로 볼 때 새롭다는 이유 때문에 모두가 반대하는 일은 대개 성공하고 다들 좋다고 하는 일은 실패한다. 다들 찬성하는 일은 이미 누군가가 하고 있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9.리스크를 두려워하면 기회를 놓친다
한 지역의 점포수가 일정 수준 이상 늘어나면 갑자기 매출이 늘게 된다. 모든 일에는 급속하게 인기나 수요가 높아지는 포인트가 있는데 인지도가 그 포인트를 넘어서면 판매가 껑충 늘어나게 된다.
‘세븐은행(은행과 편의점을 합친 새 서비스)’도 각 지역에서 ATM 설치 대수가 늘어나면서 밀도가 일정 수준에 도달하자 이용건수도 갑자기 증가하기 시작했다.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소극적인 전략은 오히려 인지도를 낮추기 때문에 더욱 판매가 부진해지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10.아랫사람에게 책임을 맡겨라
세븐-일레븐에서는‘단품 관리(각각의 상품의 매출을 수시로 파악하여 발주 정도를 높인다는 의미로 스즈키 씨가 만든 말)’에서 가장 중요한 상품의 발주를 아르바이트들에게도 분담시킨다. 단순히 팔린 만큼 보충하는 발주가 아니기 때문에 스스로 가설을 세워 발주를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중요한 일을 아르바이트에게 시킴으로써 더욱 열심히 일하도록 만들 수 있다. 사람들은 책임을 맡게 될 경우 더욱 자발적으로 나서서 일을 하기 때문이다.
박영경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