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금융당국이 미래에셋 계열사인 KRIA에 대해 주시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회사에 대한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박현주 회장. | ||
부동산임대 경영컨설팅 등을 주 사업으로 하는 KRIA는 지난 1997년 박현주 회장이 고향인 광주에 설립한 회사다. 박 회장은 KRIA 지분 43.68%를 보유해 최대주주에 올라 있다. 이밖에 박 회장 부인 김미경 씨가 10.24%, 세 자녀들이 각각 8.19%씩 가지고 있다. 이 지분을 모두 합치면 78.49%에 달한다. KRIA가 사실상 박 회장 개인회사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KRIA가 주목을 받게 된 것은 박 회장의 그룹 지배력을 공고히 해주는 곳으로 평가를 받으면서부터다. KRIA는 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미래에셋캐피탈 지분 9.11%를 보유해 37.98%를 가진 박 회장에 이어 2대주주에 올라 있다. 이밖에 KRIA가 최대주주로 있는 미래에셋펀드서비스와 인슈코리아도 미래에셋캐피탈 지분을 각각 7.49%, 4.19% 가지고 있다.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미래에셋캐피탈에서 박 회장의 목소리가 절대적일 수 있는 것도 이처럼 직·간접적으로 60%에 가까운 지분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룹에서도 KRIA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최근 몇 년 사이 KRIA는 덩치가 급격히 불어나기 시작했다. 2005년 KRIA의 당기순이익은 26억 원이었지만 2006년에 120억 원으로 증가하더니 지난해에는 230억 원으로 불어났다. 불과 2년 사이에 아홉 배가량 증가한 것이다. 총자산도 같은 기간 600억에서 1440억 원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났다.
그러자 몇몇 시민단체와 언론 등에서 ‘미래에셋이 부당한 내부거래를 통해 KRIA를 밀어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비상장사인 KRIA를 상장시킬 경우 박 회장 일가는 막대한 차익을 누리게 된다. 따라서 KRIA의 가치를 키우기 위해서 물량 몰아주기를 하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또한 KRIA가 경영권 승계 작업에도 활용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었다. 이에 대해 KRIA 관계자는 “미래에셋뿐 아니라 다른 외부 기업들과의 거래 비중도 크다”고 반박했다.
그런가하면 KRIA가 거액의 돈을 박 회장에게 빌려준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금고 논란’도 불거졌다. 공시에 따르면 KRIA는 2006년 약 368억 원을, 지난해엔 124억 원가량을 ‘주주’에게 빌려줬다. 이때 주주로부터 담보로 받은 것은 미래에셋자산운용투자자문 주식 312만 4000주(발행 총주식의 34.4%)다. 박 회장이 미래에셋자산운용투자자문 지분 54.33%를 보유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이 담보가 박 회장 것임을 쉽게 추측할 수 있다.
또한 KRIA가 주주에게 빌려줬다는 돈도 박 회장에게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이 크다. 증권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KRIA는 2006년부터 사세가 확장됐는데 같은 해 박 회장에게 자금을 대여해 준 것은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엔 타이밍이 너무 절묘하다. 그룹에서 KRIA를 지원한 데에는 다른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KRIA는 2006년에 당기순이익 120억 원가량을 올렸지만 총 부채는 약 850억 원에 달했다. 자금 사정이 그리 좋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주주에게 당기순이익의 세 배가 넘는 돈을 빌려준 셈이다.
미래에셋캐피탈의 경우 KRIA에 대한 대여금이 올해 395억 원에 달하기도 했다. KRIA는 이 가운데 300억 원가량을 갚아 현재 95억 원가량만이 남아있는 상태다. KRIA의 재무제표를 살펴본 한 회계사는 “채무면제이익 21억 원 등 같은 계열사에서 돈을 빌려 특혜를 받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흔적들이 몇 군데 있다”고 밝혔다.
논란이 일자 당시 미래에셋 측은 “박 회장의 해외 투자 자금에 쓰였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굳이 미래에셋캐피탈 자금을 빌려와 KRIA의 돈으로 투자한 이유에 대해서는 명쾌한 설명을 하지 못했다. 더욱이 미래에셋캐피탈 역시 올해 자금사정이 좋지 않아 외부로부터의 차입금을 꾸준히 늘리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러한 해명은 오히려 의혹을 키우는 셈만 됐다.
지난 10월 24일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조문환 의원도 “KRIA가 그룹 계열사들을 지배하고 있다”며 “계열사 간 부당한 자금거래 의혹을 받고 있는 KRIA에 문제가 생길 경우 그룹 전체로 확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 의원 측은 “그동안 미래에셋을 향했던 의혹들에 대해 전면적인 재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금융당국이 KRIA에 대한 자료수집에 나선 것은 지난 11월 중순경인 것으로 전해진다. 금감원이 미래에셋 ‘인사이트펀드’에 대한 공개적인 조사 방침을 밝힌 직후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인사이트펀드와 관련된 민원들뿐 아니라 정치권과 언론 등에서 제기됐던 사안들에 대해 종합적으로 자료들을 모으고 자체적으로 검토에 나섰다. 여기엔 그동안 베일에 싸여 있던 KRIA도 포함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털어놨다.
금감원에 따르면 이미 올해 상반기에 KRIA에 대한 정보 수집에 나서 이미 상당량을 축적해놓은 상태라고도 전해진다. 지금 금감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은 그 정보들에 대한 확인 작업 수준이라는 것. 특히 당국에선 구체적인 자금 흐름과 사용처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이에 대해 “금시초문이다. 인사이트펀드와 KRIA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데 금감원이 조사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며 ‘조사설’을 부인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