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스티븐스 경이 이끈 진상조사단의 수사기록에 따르면 다이애나는 찰스 측의 극비 암살음모의 대상에 자신과 카밀라가 포함돼 있다며 걱정을 했다고 한다. 다이애나는 찰스가 자신의 여인들을 죽이려는 배경에는 한 여인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즉 찰스가 진심으로 좋아했던 여자는 다이애나나 카밀라가 아니라 전혀 엉뚱한 여인이며, 다이애나는 찰스가 이 여자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자신과 카밀라가 치우려 하고 있다며 불안에 떨었다는 것.
그러나 스티븐스 경의 보고서에는 다이애나가 지목한 ‘제3의 여인’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이 없다. 하지만 왕실 사정에 밝은 사람들은 문제의 여인이 누구인지에 대해 바로 대답할 수 있었다. 바로 다이애나와 찰스가 1992년 이혼한 뒤 윌리엄과 해리 왕자의 유모 일을 맡으러 이듬해 찰스가 사는 궁에 들어온 티기 레게 보크라는 여자다.
찰스는 당시 28세였던 티기에게 반해서 그녀와 결혼하고 싶어했다고 한다. 다이애나는 티기를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본 후 그녀가 임신한 것 같다는 얘기를 가까운 사람들에게 했다고 한다. 찰스의 아이를 가졌다고 의심을 품은 것.
다이애나는 티기와의 관계 때문에 자신과 카밀라를 암살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잘 나타나 있는 노트를 평소 믿고 따르던 미천 경에게 건넸다. 다이애나는 또 친정집의 집사였던 폴 버렐에게도 비슷한 내용의 노트를 보냈다고 하는데 그 노트에 다이애나는 이렇게 적고 있다.
▲ 다이애나와 두 아들의 어린시절. | ||
폴 버렐의 노트가 2003년 공개되자 모든 사람들은 노트 속의 ‘그녀’가 당연히 카밀라인 줄로 알았다. 그러나 왕실 관계자들은 ‘천만의 말씀, 만만의 말씀’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젊고 예쁜 티기라는 여자가 주인공이라는 것. 왕실의 웬만한 사람들은 찰스와 티기의 관계를 다 알고 있었다고 한다. 티기는 찰스에 의해 1993년 윌리엄과 해리의 유모로 고용되어 왕궁에 들어왔는데 이번 수사에서 티기는 자신을 둘러싼 혐의에 대해 답변하는 것을 거부했다.
티기가 찰스의 집으로 들어가자 다이애나는 격분했다고 한다. “이것은 찰스가 내 아들들을 나에게서 떼어놓으려는 계획”이라면서 무척 흥분을 했다는 것. 이후 찰스와 두 아들, 그리고 티기 등 네 사람이 마치 가족같이 교회와 행사장에 나가는 것이 자주 목격됐다.
한 소식통은 찰스와 티기의 관계에 대해 다음과 같은 말을 전했다.
“찰스는 티기에게 완전 빠져서 마치 첫사랑을 하는 청소년같이 행동을 했다. 심지어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도 키스를 나누는 것이 목격됐다.
다이애나는 죽기 직전까지 찰스가 티기와 결혼할 것이라고 확신을 했다. 찰스와 카밀라의 관계가 이미 식었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다이애나는 처음에는 찰스가 딸 같은 나이의 티기에게 흑심을 품지 않을 것이라고 애써 자위하기도 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의 생각이 어리석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찰스와 티기의 관계는 왕실에 다 알려질 정도로 노골화되었고 급기야 다이애나는 찰스가 티기 때문에 자신과 카밀라를 죽이려 한다고 두려워했다.
다이애나가 나중에 자신의 노트를 주었던 미천 경을 만났을 때 그녀는 그에게 자신과 카밀라 둘 모두가 찰스의 타깃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찰스의 암살 의지에 대한 다이애나의 염려는 의심의 수준을 넘어 확신에 가까운 것이었다.”
문암 해외정보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