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휴대폰으로 촬영된 약 2분 36초짜리 ‘후세인 처형 동영상’의 한 장면. | ||
다소 황당하게 들리는 이런 음모론이 최근 인터넷을 통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사담 후세인이 처형된 직후부터 퍼지기 시작한 음모론은 주로 네티즌들 사이에서 번지고 있는 상태. 심지어 ‘후세인은 죽지 않았다’라는 제목의 인터넷 사이트(www.saddamisnotdead.com)까지 등장했을 정도로 현재 음모론 추종자들은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다.
이들이 주장하고 있는 음모론의 시작은 대부분 후세인의 처형 장면을 담은 휴대폰 동영상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동영상을 본 일부 네티즌들이 몇몇 수상한 점을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우선 화질이 선명하지 못하다는 점, 그리고 처형되는 순간 화면이 정지되거나 다른 장면으로 곧바로 넘어갔다는 점 등이 그것이다. 이밖에도 일부 사람들은 동영상 속 후세인의 얼굴이 조금 다르다면서 ‘대역’일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시하고 있다.
지난 12월 30일 바그다드 외곽에 있는 형장에서 이슬로 사라진 사담 후세인이 죽어서도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가 여전히 어딘가에 살아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캐나다의 웹진인 ‘캐나다 프리프레스’의 칼럼니스트 아세 웨인렙은 이런 음모론이 확산되고 있는 것에 대해 “NASA의 달 착륙, 존 F 케네디 암살 사건, 엘비스 프레슬리의 죽음, 9·11 테러 등에 이어 후세인 처형도 세기의 음모론 대열에 포함될 것 같다”고 예상했다.
실제 네티즌들 중에는 “후세인은 살아 있다”고 굳게 믿거나 혹은 의심하는 경우가 많으며, 만일 죽었다 하더라도 진짜 후세인은 이미 오래 전에 죽었고, 얼마 전 처형된 후세인은 ‘가짜’라고 믿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인터넷을 통해 급속히 퍼진 ‘후세인 처형 동영상’이다. 한 참관인에 의해 비밀리에 녹화된 2분 36초짜리 이 동영상은 후세인이 처형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처형 후 흰색 부대에 시신이 실리는 장면까지의 처형 과정이 담겨 있다.
하지만 동영상을 본 일부 네티즌들은 화면이 어딘가 수상하다면서 동영상의 ‘진위 여부’를 거론하고 있다. 동영상을 수십 차례 보면서 정밀 분석했다는 한 네티즌은 “후세인이 처형되는 순간 영상이 명백하게 보이지 않는다. 워낙 화질이 선명하지 않은 것도 있지만 사형이 집행되기 직전에는 아예 화면이 멈추었다”면서 어딘가 수상하다고 말했다. 또한 한 네티즌은 “조작 가능성이 충분히 있는 2분여짜리 동영상만을 보고 그가 죽었다고 믿을 수 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현재 인터넷에 유포되어 있는 두 가지 동영상 중 하나에서는 후세인의 목에 올가미가 채워진 후 바닥으로 떨어지기 직전 화면이 멈춘 후 다른 장면으로 바뀌었으며, 또 하나의 동영상의 경우에는 후세인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순간 화면이 다른 곳을 비추는 듯 어지럽게 돌아갔다. 그리고는 화면이 바뀌면서 후세인의 시신이 흰색 부대에 실려 있는 모습이 보였던 것.
이와 달리 동영상 속에서 처형된 인물이 후세인의 ‘대역’일 가능성을 제시하는 사람들도 있다. ‘진짜 후세인’은 2003년 지하 벙커에서 체포되었을 당시 이미 사망했고, 이번에 처형된 것은 ‘가짜’라는 것이다. 실제 후세인은 생전에 50명가량의 ‘대역’을 두었기 때문에 이런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이에 한 네티즌은 “동영상 속의 후세인의 얼굴을 관찰해보면 다소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눈썹 사이가 좀 멀고, 수염이 자란 모양도 조금 다르다”면서 의문을 제기했다.
또한 바그다드 시민들 사이에서는 ‘후세인 유령’을 목격했다는 사람들도 있다. 바그다드 시내의 레스토랑이나 시장 등 공공장소에서 후세인을 보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후세인을 닮은 사람을 유령으로 착각했거나 평소 후세인을 무서워했던 시민들이 지어낸 이야기라고 주장하고 있다.
진실이야 어찌됐든 후세인 처형 동영상 파문은 당분간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비밀 사형집행이었는데도 불구하고 결국에는 공개 처형된 꼴이 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처형되기 직전까지 후세인과 언쟁을 벌이면서 모욕하는 참관인들의 모습이나 처형 후 시신을 둘러싸고 춤까지 추는 사형 집행인들의 모습이 동영상을 통해 유포되자 종파 분쟁으로까지 확산될 조짐이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증명하듯 동영상 공개 직후에는 후세인 시절 집권세력이었던 바트당의 지지도가 급격히 오르는 등 이라크 정계도 술렁이고 있다. 일부에서는 후세인을 순교자로 부르면서 추앙하고 있는가 하면 말레이시아 팔레스타인 이집트 등 수니파 이슬람 국가에서도 “야만적이고 잔인한 살이 행위”라는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이라크 정부 역시 “동영상을 유포한 자를 색출해 엄벌에 처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후세인 처형을 둘러싼 음모론 확산과 더불어 동영상 유포로 인한 종파간 분쟁 등 당분간 후세인 사후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