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1월 베트남 방문을 위해 비행기 트랩을 내려오는 아베 일본 총리 부부. 연합뉴스 | ||
일본의 각종 주간지들이 그녀의 ‘자유분방했던’ 과거를 들추고 퍼스트레이디에 어울리지 않는 행태를 비꼬는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이는 취임 후 국민의 기대와는 달리 별다른 성과를 보이지 못하는 아베 총리에 대한 실망과도 무관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아키에는 자민당 국회의원 부인들로부터 ‘왕따’를 당하고 있다. 주간지들의 보도에 따르면 국회의원 부인들이 TV에 나온 아키에를 보며 “총리 부인의 역할은 제대로 못하면서 겉멋만 부린다” “(부잣집 출신이라) 부부 모두 세상물정을 모른다”는 등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아키에가 이렇듯 비난의 대상이 된 이유는 뭘까.
아키에는 자민당 내 의원 부인들이 모두 참여하는 ‘와이브즈 네트워크’의 회장을 맡고 있다. 이 모임에서 부인들은 일 년에 서너 번 저명인사를 초청하여 강연을 듣거나 함께 식사를 한다. 아키에는 총리인 남편의 내조뿐 아니라 250명이나 되는 자민당 국회의원 부인들을 하나로 아울러야 할 책임도 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자리가 젊고 경험이 부족한 그녀가 감당하기에는 벅찬 자리라는 게 모임에 참여한 부인들의 견해다. 일례로 각료 경험자나 파벌 간부 등 거물급 정치가의 부인들이 자신의 좌석이나 요리, 장소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식으로 아키에의 일처리에 사사건건 불만을 표시하곤 하는데, 그녀는 그저 쓴웃음만 지을 뿐 아무 대응을 하지 못한다고 한다.
또 ‘자유분방했던 과거’가 뒤늦게 밝혀져 그녀를 더욱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주간겐다이>는 아베 정권 탄생 직후 ‘나서기 좋아하는 퍼스트레이디는 불량 아줌마’라는 제목으로 부유하고 자유롭게 자란 그녀가 결혼 후에도 나이트클럽을 전전하며 VIP 룸에서 술을 마셨다는 기사를 실은 바 있다.
▲ 아베 아키에 부인의 블로그. | ||
아키에가 지난해 11월부터 쓰기 시작한 블로그 ‘아베 아키에의 스마일 토크(http:// akie-abe.jp/)’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처음엔 현직 총리의 아내가 블로그를 통해 자신의 일상을 공개한다는 사실에 일본은 물론이고 해외 언론도 큰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일본인들은 국민들과 거리를 좁히기는커녕 위화감만 주는 블로그 내용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12월 25일에 올린 ‘크리스마스’라는 글이다. “남편의 친구인 아그네스 창(유명한 가수)의 집에 초대를 받아 가정적인 분위기의 크리스마스 디너를 함께했다. 맛있는 식사와 즐거운 대화, 마지막에는 특별 서비스로 아그네스의 노래까지 들을 수 있었다.”
유명 가수와의 개인적인 친분과 서민들과는 동떨어진 화려한 생활을 과시하는 듯한 이 내용에 한 주부는 “분위기 파악 못하는 총리 부부” “부르주아의 일기”라는 가시 돋친 반응을 보였다.
블로그에는 APEC 정상회담을 위해 남편과 방문한 베트남에서 부랑자로 지내던 아이들이나 몸이 불편한 사람들이 일하는 카페를 시찰했을 때의 일화도 올라 있다. “그곳에서 깨경단과 차세트에 ‘아키세트’라는 이름을 붙여 메뉴에 올리기로 했다고 한다. 베트남에 갈 기회가 있는 분은 꼭 카페에 들러보세요.”
정상회담과 관련된 얘기들은 제쳐두고 ‘아키세트’ 자랑만 늘어놓는 그녀에 대해 사람들은 “어이가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국민과의 거리를 좁히고 남편의 떨어진 인기를 되돌리기 위해 만든 블로그였지만, 지극히 개인적이고 화려한 생활을 과시하는 듯한 내용이 주를 이루면서 서민들의 반감을 사고 있는 것이다.
정치 명문가 출신인 아베 총리는 취임 전부터 ‘도련님 총리가 과연 빈부격차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있을까’라는 우려를 샀다. 그리고 현재 내각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감이 점점 높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부창부수’인 걸까. 모리나가 제과 집안 출신인 아키에도 ‘물정 모르는 부잣집 딸’이라는 이미지를 벗어던지지 못하고 있다.
박영경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