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영화 이야기가 아니다. 실제로 독일 뮌헨에서 벌어지고 있는 기막힌 은행 강도 이야기다.
지난 2004년 가을부터 현재까지 무려 아홉 번의 강도 행각을 벌여온 할아버지가 여태 붙잡히지 않고 있어 독일 경찰을 애타게 하고 있다. 워낙 신출귀몰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이렇다 할 행적이나 증거도 없다. 그나마 하나 있는 단서라고는 최근 CCTV 카메라에 찍힌 흐릿한 모습뿐. 대담하게 복면조차 쓰지 않은 할아버지는 중절모를 깊게 눌러쓰고 광대뼈가 툭 튀어나온 모습에 한 손에 권총을 든 채 차분하게 돈을 요구하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경찰들 사이에서는 ‘총질쟁이’라고 불린다. 늘 천장에 대고 먼저 권총을 쏘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 번 털었던 은행이나 슈퍼마켓을 다시 찾아 털 정도로 대범하기까지 하다. 할아버지의 강도 수법은 의외로 평범하기 그지 없다. 태연하게 은행이나 슈퍼마켓으로 들어와서는 “모두들 얌전히 있어요”라고 말한 다음 권총으로 협박해 돈을 갈취하는 것이다. 돈을 천가방에 넣은 후 보라색 자전거를 타고 유유히 도망가는 것으로 모든 범행은 끝.
현재 할아버지에게 걸린 현상금은 6000유로(약 700만 원). 독일 경찰은 “얼굴이 드러난 만큼 할아버지를 잡는 건 시간 문제”라며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