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① 딸 대니얼린과 약혼자 하워드 스턴과 함께 ② 아들 대니얼과 ③ 말랐을 때 모습 ④ 석유재벌 하워드 마셜과 ⑤ 2000년 몸무게 100㎏ 때 모습 ⑥ ‘1993년의 플레이메이트’로 선정됐을 때 <플레이보이> 표지. | ||
지난 8일 돌연사한 애나 니콜 스미스(39)를 떠올리게 하는 단어들이다. 그녀의 갑작스런 죽음에 많은 미국인들은 적지 않은 충격에 빠진 상태. 특히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아 왔던 그녀였기에 이런 죽음은 더욱 놀라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녀는 죽어서도 편하지 못할 것 같다. 그녀를 둘러싼 이런 저런 다툼들이 끊이지 않을 전망이기 때문이다.
16억 달러(약 1조 5500억 원)에 이르는 전 남편의 유산을 둘러싼 상속 분쟁도 그렇거니와 5개월 된 딸 대니얼린의 친부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무려 세 명의 남성이 자신이 친부임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문제는 스미스의 유산 상속과 맞물려서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전망.
하지만 무엇보다도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은 그녀를 죽음으로 몰고 간 직접적인 사인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약물과다복용설이 가장 유력하지만 이밖에도 우울증이나 지나친 다이어트로 인한 부작용 등도 거론되고 있다.
애나가 마지막으로 생을 마감한 곳은 플로리다의 ‘세미놀 하드록 호텔&카지노’였다. 지난 5일 이곳에 도착한 그녀는 약혼자이자 개인 변호사인 하워드 스턴과 보디가드 두 명, 그리고 개인 간호사 한 명과 동행한 상태였다. 당시 방을 체크인하면서 그녀는 “몸이 좋지 않다. 열이 있다”고 말했고, 쌀쌀한 날씨 탓인지 두꺼운 가죽 점퍼를 입고 있었다.
당시 알려진 바에 따르면 그녀는 4일 정도 묵은 후 스턴과 함께 요트 여행을 떠날 예정이었으며 오는 27일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었다.
몸살 감기 탓에 호텔에 묵는 동안 거의 외출을 하지 않았던 그녀는 이따금씩 호텔 카지노로 내려와 도박을 하곤 했다. 당시 카지노에서 그녀를 보았다고 말하는 한 남성은 “그녀는 상태가 매우 안 좋아 보였다. 혼자 서 있을 수도, 앉아 있을 수도 없었다”고 말했으며, 또 다른 남성은 “마치 미친 사람처럼 크게 웃곤 했다. 극도의 흥분 상태인 것처럼 보였다”고 증언했다.
그녀를 간호했던 간호사는 이에 대해 “그녀는 죽기 직전까지 40℃의 고열에 시달릴 정도로 감기를 앓고 있었다. 몸의 열을 식히기 위해서 욕조에 얼음물을 채우고 들어가야 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그렇게 몸이 좋지 않은 데도 불구하고 그녀는 왜 카지노나 바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을까. 이에 대해 측근들은 “그녀는 지난해 9월 갑자기 세상을 떠난 아들 대니얼 때문에 제정신이 아니었다. 최근까지도 아들의 죽음을 슬퍼하고 거기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도박이라도 해야 잠시나마 아들을 잊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그녀의 아들 대니얼(20)은 지난해 그녀가 딸 대니얼린을 출산한 지 불과 3일 만에 약물혼합과다복용으로 돌연사했다. 그것도 갓난 동생을 보기 위해 병원을 찾았다가 그만 그녀의 품에 안겨 숨을 거둔 것이다.
이에 정신적인 충격 속에서 헤매던 그녀는 사망 당일에도 여전히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8일 그녀는 감기 기운으로 맥을 못 추다가 침대에 누워 잠이 들었다. 오후 1시 30분이 조금 넘었을 무렵 그녀를 살피기 위해 방으로 들어온 간호사는 침대 위에 누운 채 숨이 멎은 듯 보이는 스미스를 발견했다. 이불을 젖혀 보니 그녀는 구토로 인해 기도가 막힌 듯 보였고 이내 간호사는 구급차를 불러 도움을 요청했다.
몇 분 후 보디가드가 먼저 도착해 심폐소생술을 실시했지만 모두 허사. 급히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그녀는 결국 숨을 거두고 말았다.
그렇다면 그녀는 어떤 이유로 갑자기 목숨을 잃은 걸까. 안타깝게도 그녀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는 상태. 현재로서는 부검 결과 외상이나 타살 흔적이 없었다는 점, 그리고 위와 혈액에서 약물이나 알코올 흔적이 발견되지 않은 점으로 미루어 보건대 약물과다복용 역시 아니라는 잠정적인 결론만 나온 상태다.
당시 호텔방에서 신경안정제와 항생제, 각성제, 항우울제, 진통제, 감기약 등 다량의 처방약이 발견되긴 했지만 모두 불법적인 것은 아니었으며, 마약 역시 발견되지 않았다.
한편 일부에서는 그녀의 ‘과도한 다이어트’가 그녀를 죽음으로 내몬 것이 아닌가 추측하고 있다. 실제 그녀는 무섭게 살이 쪘다가는 또 몇 개월 안에 다시 수십 ㎏씩 빠지는 등 지나친 ‘요요현상’을 보여왔다. 체중에 대해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끊임 없이 다이어트 약을 복용한 결과 신체에 무리가 가서 결국은 몸이 망가질 대로 망가졌다는 것이다.
마치 롤러 코스터의 오르내림과 같은 그녀의 급격한 몸무게 변화를 보면 입이 떡 벌어질 정도. 지난 1994년 청바지 ‘게스’의 모델로 활동할 때만 해도 그녀의 몸무게는 64㎏이었다. 하지만 석유재벌이자 그녀의 남편이었던 J. 하워드 마셜 2세가 사망한 후에는 100㎏에 이를 정도로 급격히 체중이 늘었다. 그리고 1997년에 이르러 개인 트레이너를 고용했던 그녀는 각고의 노력 끝에 30㎏을 감량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불과 1년 후 그녀는 다시 100㎏이 넘는 거구로 변신해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고 말았다. 그리고 2년이 지난 2000년 그녀는 다시 지방 흡입술과 체중 조절을 통해 4개월 만에 25㎏을 감량해 화제가 되었다.
하지만 이 역시 1년을 넘기지 못하긴 마찬가지였다. 이듬해 다시 95㎏까지 육박했던 그녀는 이때부터 주위로부터 “몸이 축난다”는 경고를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2004년 다시 살과의 전쟁에 돌입했던 그녀는 40㎏을 감량하는 데 성공해 58㎏의 날씬한 몸매로 되돌리는 데 성공했다. 여기에는 다이어트 약 ‘트림스파’ 전속모델로 활동하면서 이 약을 장기 복용한 것도 한몫했다고 알려졌다.
이와 같은 지나친 다이어트로 인해 그녀의 몸이 정상이 아니었으리라는 짐작은 쉽게 할 수 있을 터. 그녀의 어머니의 증언에 따르면 “아무리 경고를 해도 말을 듣지 않았다. 근래 들어 극도로 몸이 쇠약해졌으며, 면역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늘 몸이 아팠다”고 말했다.
또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딸 대니얼린의 친부확인 소송도 그녀를 괴롭히고 있었다. 그녀 자신은 “스턴이 아이의 친부다”라고 주장했지만 전 남자친구이자 사진작가인 래리 버크헤드(34)는 한사코 자신이 아빠라고 주장해왔다. 이에 법원에 DNA 감식을 통한 친부확인 소송까지 냈던 버크헤드는 “우리는 2006년 제야 때 함께 잠자리를 가졌다. 그때 생긴 아이다”면서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런데 점입가경인 것이 그녀가 죽은 후에 자신이 아버지라고 밝힌 또 한 명이 나타났다는 사실이다. 프러시아 출신의 왕자인 프레데릭 폰 안할트는 “지난 10년 동안 스미스와 관계를 가져왔다”면서 자신이 친아버지라고 주장하고 있는 상태.
또한 더욱 황당한 주장을 내놓은 사람도 있다. 스미스의 이복 동생은 최근 인터뷰에서 “스턴이나 버크헤드 둘 다 아이의 아빠가 아니다. 아이의 아빠는 죽은 마셜”이라고 주장했다. 다름이 아니라 스미스가 마셜의 냉동 정자를 이용해서 인공수정을 했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대니얼린의 양육권을 둘러싼 분쟁도 당분간 시끄러울 전망이다. 현재 양육권을 주장하고 나선 인물은 모두 다섯 명. 스턴과 버크헤드, 그리고 안할트 왕자를 비롯해 최근에는 스미스의 어머니인 버지 아서가 “모두 거짓말들을 하고 있다. 아이는 내가 키우겠다”고 나섰다.
또한 바하마 섬의 셰인 깁슨 이민 장관도 양육권 분쟁에 뛰어 들었다. 스미스와 절친한 친구 사이라고 밝힌 그는 “생전에 모녀는 이곳에서 편안하고 안락한 생활을 했다. 스미스가 바하마를 떠나 있을 때면 늘 우리가 아이를 돌봐왔다”고 주장했다. 실제 대니얼린은 스미스가 사망한 날에도 바하마에 머물면서 깁슨 모친의 보살핌을 받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의 양육권 분쟁에 대한 시선은 결코 곱지만은 않다. 이유는 바로 스미스가 벌여온 유산 상속 다툼 때문이다. 지난 1994년 26세의 나이로 89세의 석유 재벌인 마셜과 결혼했던 스미스는 불과 14개월 만에 남편이 세상을 떠나자 억만장자 미망인이 되는 듯했다.
하지만 마셜의 두 아들이 그녀를 유산 상속인으로 인정하지 못했고, 이로 인해 그녀는 지난 13년 동안 끊임 없이 법정 싸움을 벌여왔다. 현재 스미스가 받을 수 있는 유산의 액수는 8800만 달러(약 830억 원) 정도.
만일 재판에서 승소할 경우 이 재산은 그녀의 딸인 대니얼린에게 고스란히 상속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서 저마다 ‘백만불 아기’의 양육권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죽은 자는 세상을 떠나 조용하지만 남은 자는 여전히 피 튀기는 전쟁을 계속하고 있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