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클린턴 부부 | ||
정치적 성향과 취향이 얼마나 연관이 있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재미있는 일화가 하나 있다. 대통령의 입맛과 관련된 것이 그렇다. 최근 <백악관 주방장>이라는 책을 출간한 전 백악관 최고 주방장이었던 월터 샤이브(53)의 경험담을 들어보자.
결론부터 말하면 민주당 출신의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공화당 출신의 조지 부시 대통령은 정치적 성향뿐만 아니라 입맛과 기호에서도 확연한 차이를 드러냈다.
지난 1994년 힐러리 클린턴이 기용한 샤이브는 부시 2기 행정부가 출범한 직후인 2005년 2월 백악관을 떠날 때까지 11년 동안 미국 대통령의 식탁을 책임져왔다. 그가 백악관에서 해임된 것은 로라 부시 여사와의 잦은 충돌 때문이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부시 부부는 클린턴 부부와 달리 입맛이 매우 보수적이었으며, 이국적인 요리보다는 미국 요리나 부시의 고향인 텍사스 음식과 멕시코 음식(나초, 칠리 등)을 고집했다. 가령 흰 빵에 ‘크라프트’사의 치즈를 발라 먹는 것을 즐겼으며, 야채나 샐러드, 찐 생선은 좋아하지 않았다.
또한 로라 여사는 음식에 대한 자신만의 확고한 철칙을 지니고 있었으며, 새로운 맛에 도전하기보다는 늘 먹던 맛을 고수하길 원했다. 그녀는 샤이브에게 “월터, 대통령 식사에는 양념을 듬뿍 넣어 주세요. 그리고 양은 푸짐하게 해주세요. 늘 같은 방식으로 부탁해요”라고 지시하곤 했다.
이와 같은 입맛은 분명 새로운 맛에 대한 도전과 다국적인 음식을 즐기던 클린턴 부부와는 너무도 달랐던 게 사실. 그는 처음에는 부시 부부의 뜻에 따라 적응하기로 노력했다. 하지만 얼마 안 가 그는 과감하게 지중해 해산물 요리를 식탁에 올렸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해임 통고를 받았다.
반면 클린턴 부부는 지중해, 인도, 중동의 다양한 요리를 즐겨 먹었으며, 그가 유행하는 새로운 요리를 내놓을 때마다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일례로 클린턴 부부가 즐겨 먹었던 요리 중에는 이름부터 생소한 이집트 콩죽인 ‘후무스’도 있었다.
이처럼 그의 경험을 토대로 본다면 진보와 보수의 차이는 분명 입맛에도 나타나는 듯 보인다.
그렇다면 조스트 교수의 연구 결과는 어땠을까. 조스트 교수가 실험 대상자들에게 ‘습관’ ‘취향’에 대해서 묻고, 이들의 ‘집안 인테리어’와 ‘대화법’을 살펴본 후 진보적 성향을 가진 사람들과 보수적 성향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 몇 가지 차이점을 발견했다.
먼저 여가에 즐기는 취미를 살펴 보면 진보적 성향의 좌파들은 주로 재즈, 클래식, 힙합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즐겨 듣는 반면 보수적 성향의 우파들은 주로 컨트리 송을 듣는다. 또한 좌파가 취미 생활로 주로 시나 소설을 읽는 등 독서를 즐기거나 악기를 연주하거나 혹은 여행을 즐기지만 우파는 친구들과 술집에 가서 술을 마시거나 교회를 간다.
▲ 부시 부부 | ||
집안 인테리어를 봐도 둘 사이에는 확연히 구분되는 점들이 몇 가지 있다. 좌파적 성향의 사람들은 실내를 화려하고 짙은 색상으로 꾸미거나 독특한 구조의 세련된 분위기로 꾸미는 경우가 많다. 반면 우파적 성향의 사람들은 대체로 평범한 인테리어를 선호하며, 집안을 항상 잘 정돈해놓고, 대체로 조명을 밝게 하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좌파 성향 사람의 집에는 대체로 책이 더 많이 꽂혀 있으며, 특히 여행책자나 CD들이 많이 꽂혀 있는 반면 우파 성향의 집에는 운동선수 포스터나 술병들이 많이 진열되어 있는 경우가 많았다.
대화를 할 때도 차이가 있다. 진보적인 사람들은 표현력이 풍부하고 신체적 접촉을 많이 하거나 상대와 눈을 마주치는 일이 잦았지만 보수적인 사람들은 상대와 약간 거리를 두고 이야기하거나 대화 중간에 말을 쉬는 경우가 많았고, 또한 거의 웃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수파들은 자신들이 변화를 두려워하고 타협을 거부하는 꽉 막힌 사람으로 비칠 수 있다며 이 연구 결과에 대해 반감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조스트 교수는 “좌파와 우파의 특징은 절대적이지 않다”고 설명하면서 좌파가 꼭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가령 좌파적 성향의 사람들은 무질서하고 파괴적인 성향이 강하며, 결단력이 부족하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그는 우파적 성향의 사람들은 보다 성실하고 신중하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성공하는 데 더 유리하다고 말했다.
좌파 및 진보
취미(매우 좋아함): 재즈, 클래식 음악, 오토바이, 시 감상, 일기 쓰기
취미(좋아하는 편): 힙합, 멜로 영화, 여행, 악기 연주, 독서
집안 인테리어(매우 좋아함): 독특한 구조, 세련미, 수집하는 취미, 소장 도서 많음, 여행책, CD
집안 인테리어(좋아하는 편): 다채롭고 화려한 색상
대화법: 표현력이 풍부하고, 신체적 접촉을 많이 하며, 상대와 눈을 마주치고 이야기한다.
성향: 새로운 것을 받아 들이는 개방적인 성격
중도
취미: 비디오 게임, 최신 유행음악 듣기, 폭력 영화, 섹스에 관심이 많거나 자위를 즐김
성향: 외향적이고 붙임성이 많으며, 신경증적 경향(정서적으로 불안정하고 예민하여 사소한 일에도 근심을 하는 경향)
우파 및 보수
취미(매우 좋아함): TV 다큐멘터리, 컨트리 뮤직, 코미디 프로그램, 바에 가서 술 마시기
취미(좋아하는 편): TV 홈쇼핑, SUV 선호, 교회 가기
집안 인테리어(매우 좋아함): 평범한 스타일, 운동선수 포스터, 밝은 조명, 술병 진열
집안 인테리어(좋아하는 편): 정돈을 잘 하고 깨끗한 편
대화법: 대화 중간에 끊었다 말하는 경향이 있고, 상대와 조금 떨어져서 대화하며, 거의 웃지 않는다.
성향: 신중하고 성실한 성격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