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번째 생일을 맞은 지난 1월 9일 케이트 미들턴이 런던 자신의 집을 나서고 있다. AP/연합뉴스 | ||
26년 전인 지난 1981년. 결혼을 앞둔 다이애나는 언론의 지나친 취재 경쟁으로 인해 매일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었다. 유난히 수줍음이 많았던 그녀는 찰스 왕세자와의 결혼이 임박해질수록 점점 더 언론의 표적이 되어 갔으며 이런 자신의 처지를 매우 부담스러워했다.
하지만 26년의 세월이 훌쩍 지난 지금, 세상은 참 많이도 변한 듯하다. ‘제2의 다이애나’라고 불리는 미래의 왕세자비감은 다이애나와 달리 당차고 씩씩하며 카메라 앞에서도 오히려 여유로운 미소를 잃지 않고 있다. 그녀의 이름은 케이트 미들턴(25). 바로 영국 왕위계승 서열 2위인 윌리엄 왕자(24)의 여자친구이자 영국 언론들이 벌써부터 ‘미래의 왕세자비’로 점치고 있는 ‘행운의 신데렐라’다.
올해 초 윌리엄 왕자와 미들턴이 약혼했다는 소문이 나돌았던 적이 있었다. 이런 소문은 그녀의 25번째 생일 파티가 있던 날 밤, 나이트클럽을 나서는 그녀를 경찰관 10여 명이 경호하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불거졌다.
사설 경호원도 아닌 영국 경찰의 보호를 받는다는 것은 분명 남다른 의미가 있는 것이 사실. 이런 국가적 차원의 예우는 왕실 가족이나 총리 가족만이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에 언론들은 “윌리엄과 미들턴의 약혼이 임박했다”는 추측성 보도를 쏟아냈으며, 이런 추측은 곧 은밀한 기대로 이어졌다. 아닌 게 아니라 다이애나와 찰스 왕세자의 결혼이 임박했을 때의 상황과 흡사한 데다 영국 왕실도 그녀를 신부감으로 허락했다는 소문이 왕실 소식통을 통해 심심찮게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의 약혼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정확하게 밝혀진 바는 없는 상태. 또한 윌리엄 왕자는 한 보도를 통해 “28세가 되기 전까지는 결혼할 생각이 없다”고 못 박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21세기 신데렐라로 급부상한 미들턴은 어떤 여성일까. 비행기 조종사 출신의 아버지와 스튜어디스였던 어머니는 인터넷 파티용품 사업으로 대박을 터트린 사업가며, 현재 그녀는 부모님과 함께 첼시에 위치한 16억 원 상당의 고급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그녀가 윌리엄 왕자를 처음 만난 것은 세인트앤드류스 대학에서였다. 역사학을 전공했던 그녀는 윌리엄 왕자와 함께 역사학 수업을 들으면서 친해졌고 이내 근처 기숙사에 살면서 친구 이상의 관계로 발전했다.
▲ 다이애나 | ||
하지만 언론의 시선을 의식한 윌리엄 왕자의 은근한 압력으로 얼마 전부터는 부모님의 친구가 운영하는 의류 회사에서 액세서리 바이어의 보조로 일하기 시작했다. 현재 일주일에 네 시간씩 일하고 있는 그녀는 말 그대로 뚜렷한 직업이 없는 상태.
그렇다면 윌리엄 왕자의 마음을 빼앗은 그녀의 매력은 어디에 있는 걸까. 영국 언론들은 그녀의 가장 큰 매력이 ‘꾸밈 없는 솔직함’과 ‘당당함’에 있다고 말한다.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시선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그녀는 카메라 앞에서 매우 의연하며, 오히려 여유도 부릴 줄 안다. 한 기자가 영국의 왕자와 사귀는 기분이 어떠냐고 묻자 그녀는 “윌리엄이 나 같은 여자를 만나는 게 오히려 운이 좋은 거죠”라며 당당하게 말하기도 했다.
또한 영국인들 사이에서 그녀의 인기는 점차 높아지고 있는 상태. 심지어 지난 1월에는 그녀의 생일에 맞춰 팬클럽까지 창단되었다.
하지만 그녀를 향한 시선이 다 고운 것만은 아니다. 얼마 전 영국의 <데일리미러>는 그녀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미들턴이 벌써부터 윌리엄 왕자의 애인이라는 특수한 신분을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가방 디자이너인 멜리사 델 보노로부터 1000파운드(약 180만 원) 상당의 버버리 핸드백과 300파운드(약 54만 원)짜리 핸드백을 공짜로 선물 받았다는 점도 그렇다.
▲ 파파라치에 의해 포착된 윌리엄 왕자와 케이트의 수영복 사진. | ||
이 신문은 또 그녀가 일부 언론의 보도와 달리 파파라치의 시선을 은근히 즐기고 있다고 비난했다. 나이트클럽을 드나들 때마다 개인 출입문 대신 일부러 정문으로 출입하는 것이 한 예라는 것. 겉으로는 파파라치의 간섭에 불만을 표시하거나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면서 사실은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즐기고 있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그녀의 근무 행실도 도마 위에 올랐다. 비록 시간제 보조직이긴 하지만 틈만 나면 해외로 놀러 나가기 바쁘고, 근무 시간에도 쇼핑을 하는 모습이 종종 목격되고 있는 마당에 과연 그녀가 일은 제대로 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이런 비난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향한 영국 언론의 취재 경쟁은 하루가 다르게 치열해지고 있다. 그녀의 사진은 현재 파파라치 사이에서 250~750파운드(약 46만~140만 원)가량에 거래되고 있으며, 비키니 사진이나 키스 사진과 같은 특종 사진은 2만~2만 5000파운드(약 3600만~4500만 원)에 팔리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그녀의 집 앞에는 매일같이 파파라치들이 진을 치고 있는 상태. 하지만 이런 취재 전쟁은 영국인들로 하여금 비운의 왕세자비였던 다이애나를 떠올리게 하고 있다.
대다수 영국인들은 눈을 감기 직전까지 파파라치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던 다이애나의 죽음과 같은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