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론리걸15’의 주인공 제시카 로즈와 그가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들. | ||
유튜브 최고의 스타를 꼽으라면 ‘론리걸15(Lonelygirl15)’를 빼놓을 수 없다.
지난해 6월 처음 유튜브에 동영상을 올리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이 소녀의 이름은 ‘브리’. 신흥종교를 믿는 엄격한 부모님 탓에 학교를 다니지 않고 집에서 ‘홈 스쿨링’을 하는 이 소녀는 매일 자신의 일기를 동영상을 통해 남기면서 외부와 소통했다.
거의 매일 올라오는 소녀의 2~3분짜리 동영상은 그녀가 잡담하듯 시시콜콜 늘어놓는 하루 일과나 농담, 혹은 노래나 춤으로 이루어져 있다. 말 그대로 웹캠을 일기장 삼아 만든 ‘동영상 일기장’인 것이다.
사람들이 이 소녀에게 열광한 것은 그녀의 솔직한 대화와 꾸미지 않은 순수함, 그리고 또래의 소녀들과는 달리 학교를 다니지 못하고 있다는 특수한 상황에 대한 동정심 때문이었다.
하루가 다르게 조회수가 증가하는가 싶더니 론리걸은 결국 유튜브 최고의 스타로 떠올랐다. 소녀가 올리는 동영상마다 수만 번의 조회수를 기록됐으며, 급기야 팬클럽을 비롯 팬사이트까지 여럿 생겼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론리걸의 정체에 대해서 의심을 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늘어갔다. 너무 각본처럼 잘 짜여진 스토리나 소녀의 방 안 모습 등에서 다소 어색한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한 네티즌이 구글을 통해서 우연히 론리걸과 외모가 흡사한 제시카 로즈라는 이름의 여성의 홈페이지를 발견하면서 문제는 더욱 심각해졌다.
그러던 중 지난해 8월 론리걸 팬 사이트의 한 네티즌이 결국 증거를 포착했다. 인터넷 상에 제출된 ‘론리걸15’라는 상표권 신청서를 우연히 발견했던 것이다. 이에 많은 네티즌들은 이 동영상이 순수하게 제작된 것이 아닌, 사전에 어떤 상업적인 목적에 의해 제작된 것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안 가 론리걸의 실체가 드러났다. 이메일 IP 주소를 추적한 결과 론리걸은 놀랍게도 평범한 이웃집 소녀가 아닌 배우 지망생이었던 것이다. 뉴욕 필름아카데미를 졸업한 제시카 로즈(20)가 바로 론리걸의 진짜 모습이었다.
▲ (위부터) 브룩 브로덱, 에스메 덴터스, 루크 존슨 | ||
론리걸의 방으로 사용되었던 곳은 사실 플라인더스가 실제 거주하던 집이었으며, 쿠션 침대커버 인형들은 말하자면 일종의 소품들이었다.
속았다는 데 분개한 팬들은 그러나 이미 론리걸15의 매력에 푹 빠져 있었다. 이런 까닭에 실체가 드러났음에도 론리걸15의 인기는 여전히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아직까지 동영상이 꾸준히 제작되고 있으며, 30만 명이 넘는 팬들이 고정적으로 이를 클릭하고 있다.
오히려 제작자들은 동영상에 붙은 광고 덕분에 짭짤한 광고 수익까지 챙기게 됐다.
하지만 누구보다도 뉴질랜드 출신의 무명 배우였던 로즈야말로 론리걸15의 최대 수혜자다. 그녀는 최근 린제이 로한이 주연을 맡은 영화 <누가 날 죽였는지 알고 있다>에서 단역을 맡아 할리우드에 데뷔했으며 이미 또 한 편의 영화에 출연하기로 확정지어 놓은 상태다.
또한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웹 명사 25인’ 중에서 1위를 차지했는가 하면 유엔의 빈곤퇴치 캠페인 광고에 출연하는 영광을 안기도 했다.
이밖에도 유튜브를 통해 연예인으로 데뷔한 경우는 여럿 있다. 그중에서도 브룩 브로덱(21)은 유튜브에서 대중 미디어로 ‘신분상승’한 원조라고 할 수 있다.
2005년 9월부터 유튜브에 동영상을 올리기 시작한 그녀가 택한 주제는 주로 짤막한 코미디였다. 그녀가 직접 감독 편집 제작한 동영상들은 2600만 명이 조회할 정도로 인기를 얻었으며, 가장 유명한 동영상인 ‘립싱크 패러디’는 지금까지 500만 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지난해 8월부터는 NBC TV의 <라스트 콜 위드 칼슨 달리> 쇼와 18개월 출연 계약을 맺고 고정출연하고 있으며, 지난해 12월에는 유명 토크쇼인 <타이라 뱅크스 쇼>에서 마련한 ‘대학생 동영상 대회’의 심사위원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네덜란드 출신의 에스메 덴터스(19)는 싱어송라이터로 이름을 날리게 된 경우. 지난해 8월부터 유튜브에 인기 팝송을 부르는 자신의 모습을 동영상으로 올리면서 유명해졌으며, 올해 초 미국의 ‘빌리 만’ 레코드사와 음반 계약을 맺고 데뷔 준비를 하고 있다.
루크 존슨(27)은 ‘프리 허그’로 유명해진 호주의 후안 맨과 비슷한 케이스. 애리조나 출신의 존슨은 지난해 9월 한 편의 독특한 동영상으로 주목을 받았다. 동영상 속에서 그는 자신의 휴대폰을 들고는 “내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어 주세요”라고 말한다.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생판 모르는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올까 실험하는 것이었다. 지난 2월 16일까지 그가 받은 전화는 무려 10만 통. 세계 각국의 네티즌들이 그에게 전화를 걸어왔으며, 아직도 그의 휴대폰은 꾸준히 울리고 있다.
동영상 한 편으로 단숨에 유명해진 그는 CNN이나 지역 방송국, 신문, 잡지, 라디오 방송국 등에 소개되거나 직접 출연하기도 했으며, 최근에는 인터넷 상에 ‘루크 앤 태드 쇼’를 제작해 진행하고 있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