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투자형 호텔이 투자자를 대상으로 내건 광고.
이 호텔 객실 총 293곳에 총 500억 원가량 투자가 몰렸다. 호텔은 2015년 7월에 완공돼 3개월 뒤인 같은 해 10월부터 영업을 시작했다. 투자자들은 지난해 1월부터 달마다 연이율 7.75%를 확정 지급 받기로 계약됐다.
문제는 호텔이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지급하지 않으면서 시작됐다. 호텔은 투자자들에게 지난해 딱 3개월만 수익을 지급했다. 3개월 이상 수익금 지불 연체 시 위탁계약해지 조건이 계약서에 명시돼 있었다. 투자자들은 해지보다 대화와 정상화가 먼저라는 생각에 지난해 7월 위탁운영자 조 아무개 씨(42)에게 호텔의 운영 상황을 물었다. 조 씨는 “채무가 많다”는 대답만 할 뿐 아무런 자료도 제공하지 않았다.
조 씨는 확정 수익을 내놓지 않으면서 운영 관련 자료조차 공개하지 않았다. 결국 지난해 10월 투자자 145명은 조 씨에게 위탁했던 객실 209곳의 운영권을 회수하겠다고 밝혔다.
조 씨는 지난해 12월 1일 이 호텔 직원으로 있던 이 아무개 씨에게 호텔숙박권 판매대행업체를 차리도록 한 뒤 독점판매대행계약을 체결했다. 호텔 예약은 이때부터 판매대행업체로 몰렸다. 자연스레 호텔 매출이 호텔 밖으로 빠져 나가기 시작했다. 투자자들은 지난 3월 배임 혐의로 조 씨를 제주 동부경찰서에 고소했다. 횡령 혐의 고발장도 동시에 제출됐다.
조 씨는 부산의 투자형 호텔인 해운대 센텀 호텔 수뇌부였다.
제주시는 조 씨의 500억 원대 호텔의 운영권 셀프 승계를 손쉽게 승인했다. 숙박업소의 승계 시 필요한 양수도계약서와 법인인감증명서, 도장만 확인했다. 수백 명의 투자자 동의조차 확인하지 않았다.
제주시 위생관리과 관계자는 “서류만 확인하면 상관 없다. 현행법상 하자가 없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제주시의 무책임한 해명에 반발하고 나섰다. 한 투자자는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고 하지만 어떤 지방자치단체가 500억 원대 호텔의 승계를 서류만 보고 하냐”며 “제주에 투자형 호텔이 몰리면 열매만 따먹을 생각 하지 말고 그에 합당한 책임감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했다.
투자자들은 전 위탁 운영사를 상대로 한 명도소송에서 조정을 통하여 호텔소유권을 인정 받았다. 지난 4월 28일 제주지방법원 집행관은 조 씨가 점유한 호텔을 투자자에게 돌려주려 호텔을 찾았다. 하지만 이내 “호텔 1층 갤러리 운영업체와 호텔숙박권 판매대행업체, 이벤트대행업체가 호텔 일부를 점유하고 있다”며 명도 집행을 하지 않고 떠났다. 제주지법 관계자는 “강제집행은 소유가 아닌 점유로 판단한다. 소유자가 원한다고 해서 점유자를 무시하고 집행할 순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조 씨는 부산을 지역구로 둔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B 씨와의 친분을 자신의 배경으로 활용한다고 알려졌다. 그가 만든 한 서류에서 B 의원 지역사무실 팩스 번호가 발견되기도 했다. 실제 지난 총선 때 B 의원 선거 캠프에서 활동한 조 씨는 B 의원과는 부산외국어대 동문이자 동네 친구다. B 의원은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조 씨와 오랜 인연을 가지고 있고 선거 때 도움을 받긴 했지만 이 사업과 난 아무런 연관이 없다. 지역사무실을 오가다가 팩스만 사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객실 293개 가운데 조 씨와 위탁운영을 해지한 객실 209개 투자자들은 “호텔에 들어가면 조 씨가 영업방해라고 투자자들을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하여 자신들의 방조차 확인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일부 투자자는 제주 동부경찰서에 소환돼 조사까지 받았다. 한 70대 투자자는 방을 요구하자 호텔 관계자가 “새로 호텔운영권을 양도 받은 A 사와 계약서를 써야만 방을 내준다”며 호텔 로비에서 자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조 씨는 “돈을 빼돌리려고 시도한 적 없다. 제주 전체 호텔방이 50%도 안 채워지는 최악의 상황이다. 제주 경기가 죽어 있는데 그렇게 빼먹을 돈조차 없다”며 “호텔 매출을 개인적으로 가져간 바 없고 수익금으로 분배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B 의원 지역사무실로 팩스를 받은 적 있다. 하지만 이 일과는 아무 관련 없다. 팩스를 받을 곳이 없어서 팩스 기계만 사용했을 뿐이다. 그 외에 의혹은 경찰 조사 등에서 나올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조 씨는 “호텔 전기를 차단하는 등의 행위를 하여 영업방해로 신고한 사실이 있을 뿐 투자자들이 자신의 방에 들어가지 못하게 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투자자들은 현재 계속되는 대출이자에 시달리고 있다. 투자자 대부분이 객실당 투자한 평균 1억 7000만 원 가운데 1억 원가량을 대출로 채운 탓이다. 대출 받은 1억 원과 자신의 노후자금 7000만 원을 합쳐 투자한 뒤 자식들의 부담을 덜어보겠다던 노인들의 꿈은 매월 빠져 나가는 이자와 함께 타 들어가고 있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