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그 우표는 제작자의 실수로 거꾸로 인쇄되어 나왔다. 5센트짜리로 발행된 이 우표가 잘못 인쇄됐음을 처음 알아차린 사람은 캐나다 위니펙에 사는 당시 20세의 속기사 밀드레드 메이슨이었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이 문제를 크게 다뤘고, 이미 시중에 팔려나간 250장의 우표는 수집가들의 사냥대상 1호가 됐다.
국제적으로 망신을 당한 캐나다 정부는 문제의 우표를 수거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는데 그럴수록 수집가들의 수집욕은 더욱 강해졌다. 결국 캐나다는 이 실수로 인해 미국과 캐나다의 우호를 상징하는 기념우표를 발행하는 권리를 미국 우정국에게 넘겨주었다.
이 우표에는 미국과 캐나다의 상징인 대머리독수리와 단풍잎이 그려져 있는데 바로 이 이미지가 거꾸로 인쇄되어 있다. 캐나다 우표수집가 모임의 대표인 찰스 버지는 문제의 우표를 가리켜 “캐나다 우표 제작 역사상 가장 큰 실수”라면서 “이 같은 실수는 빨간색과 파란색이 따로 인쇄가 되면서 일어났다”고 밝혔다. 즉 파란색 이미지가 먼저 프린트된 후 빨간색 이미지가 프린트되었는데 빨간색을 프린트할 때 이 우표가 거꾸로 놓아진 상태에서 인쇄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 소동으로 인해 짭짤한 재미를 본 사람이 곳곳에서 나타났다. 250여 장 가운데 꽤 많은 수의 우표가 약삭 빠른 위니펙의 우표상 카시미르 빌레스키의 손에 들어갔다. 그는 이 우표들을 미국 국립우정박물관 같은 곳에 비싼 가격으로 되팔았다. 아직도 60장 정도는 그 소유자가 불분명한 상태인데 전문가들은 이것들 대부분이 그 가치를 몰라본 사람에 의해 폐기되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번 경매에 나오는 우표는 2003년 사망하기까지 세계에서 가장 값어치 있는 우표들을 수집했던 특이한 취미의 귀족 가웨인 베일리 경의 것이다. 이번 경매에서 이 우표는 장당 6000만 원 이상을 호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발행가보다 무려 30만 배나 높은 가격이다. 수집가들은 이 우표가 ‘세계의 가장 고전적인 실수 중 하나’라며 설레고 있다.
문암 해외정보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