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교제를 하려는 남성을 심야에 항구로 유인한 후 폭행을 가하고 돈을 뜯어내려 한 혐의로 지난 4월 7일 야마구치현 시모노세키의 청소년 6명이 체포됐다. 이들은 15~19세의 소년 넷 소녀 둘이었다. 충격적인 사실은 경찰의 조사 과정에서 이들이 한 남성의 죽음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이 밝혀진 것. 이들은 살인혐의까지 받다 도주했지만 결국 모두 검거되고 말았다.
사건은 규슈의 후쿠시마현에 사는 다케다 요시히로 씨(30)의 실종에서 비롯됐다. 지난 1월 27일 다케다 씨가 행방불명이 되자 가족들은 경찰에 조사를 의뢰했다. 3일 후 경찰이 기타규슈의 시내 항구에서 그의 차를 발견했지만 그의 행방은 알 수 없었다. 그러던 중 2월 16일 야마구치현의 바닷가에서 다케다 씨가 익사체로 발견되면서 점차 사건의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차 안에 있던 휴대폰의 통화기록을 통해 실종 당일에 A 양(15)과 통화한 사실이 밝혀졌다.
2월 말 경찰이 A 양의 집을 찾아갔고 그녀는 다케다 씨를 만난 것을 인정했다. A 양은 경찰에서 “원조교제를 미끼로 돈을 뜯어내려는 소년들과 다케다 씨 사이에 싸움이 벌어졌었다. 이를 피하기 위해 다케다 씨가 바다에 뛰어들었는데 다신 떠오르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이는 원조교제 일당의 리더인 B 군(19)이 주위 사람들에게 다케다 씨 사망 상황에 대해 언급한 것과 일치한다. B 군은 “상대(다케다)가 너무 강해서 질 뻔했다. 열세에 몰리는 바람에 모두 달려들어 폭행을 가했다. 그러자 그는 도망치듯 바다에 뛰어들었다”며 “때린 것은 맞지만 죽이지는 않았다”고 몇 번이나 강조했다고 한다.
다케다 씨 사건에 대한 조사 과정에서 A 양이 실토한 또 다른 강도미수 사건이 체포의 결정적 단서가 됐다. 강도미수 사건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다케다 씨가 실종되기 약 일주일 전인 1월 21일 일당 6명은 야마구치 시내에 모여 ‘다이얼 Q2’(집전화를 이용한 전화방서비스)를 통해 원조교제 대상을 물색했다. A 양이 기타규슈에서 원조교제 상대를 만나 그의 차를 타고 인적이 드문 항구로 유인하는 동안 나머지 일당이 차로 그들을 미행했다. 항구에 거의 도착했을 무렵 미행을 눈치 챈 이 남자가 급히 차를 돌렸다. 소년들은 순순히 포기하지 않고 자신들의 차로 도로를 막고 금속배트를 이용하여 남성의 차의 앞유리를 깨는 등 폭행을 가하기 시작했다. 남자는 운 좋게 도망쳤고 나중에 경찰에 신고했다. 이로 인해 일당 6명은 강도미수 혐의로 체포됐다.
일당의 리더인 B 군은 중학교 때부터 유명한 불량배였다고 한다. 하루종일 오락실 앞에서 시간을 보내며 여성이 지나가면 헌팅을 했고 남성이 지나가면 돈을 빼앗았다. 지난해 말에 헌팅으로 만나 사귀게 된 A 양과 함께 친구를 모아 ‘원조교제 강도단’를 만들게 됐다. 이들은 주로 ‘다이얼 Q2’를 이용하여 ‘먹이’가 될 어른들을 물색했다. 자신들의 정체가 드러나지 않도록 선불식 휴대폰을 사용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이들이 범행을 저지른 무대는 자신들의 동네인 시모노세키가 아니라 좁은 해협의 맞은편에 있는 기타규슈의 항구였다. 이 해협의 거리는 불과 1㎞였지만 아무도 자신들을 알아보지 못할 것이라는 해방감과 자신감으로 인해 이들은 더욱 과감하게 범행을 저질렀던 것이다.
3월에 접어들면서 B 군 일당은 결국 도주를 결심하게 된다. A 양이 경찰에 모든 것을 이야기했다는 사실을 친구를 통해 들었기 때문이다. 얼마 안 가 돈은 금방 바닥이 났고 급기야 주유소에서 휘발유를 훔쳐 차로 이리저리 도망다니는 생활을 계속했다. 주위 사람들은 자수하라고 설득했지만 자수는커녕 B 군 일당은 경찰에 자신들의 범행을 모두 얘기한 A 양을 찾아 복수할 생각으로 불타고 있었다. A 양도 친구들에게 “B가 나를 죽일 것”이라고 말하며 불안에 떨었다고 한다. 끝까지 경찰의 포위망을 피할 수 없었던 그들은 결국 체포됐지만 여전히 살인 혐의에 대해서는 강하게 부정하고 있으며 반성의 기미도 보이지 않고 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은 1월 21일의 강도미수 사건 혐의를 거의 인정하고 있지만 다케다 씨 살인 혐의에 대해서는 절대 죽이려는 의도가 없었다고 전면 부정하고 있다. 다케다 씨가 스스로 바다에 뛰어들어 죽은 것이지 자신들의 책임은 아니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범죄심리학자인 사쿠다 아키라 씨는 이번 사건에 대해 “요즘 청소년들의 문제는 자신들이 저지른 범죄 행위에 대해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할지 전혀 생각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거나 논리적인 생각을 할 수 없는 요즘 청소년들을 상징하는 듯한 사건”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박영경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