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담 디시’로 알려진 포주 데보라 진 팰프리가 위싱턴 고위층들의 명단이 포함된 고객 전화번호를 일부 공개해 논란이 일고 있다. AP/연합뉴스 | ||
워싱턴 정가가 때아닌 ‘섹스 스캔들’로 벌벌 떨고 있다. 일명 ‘DC(워싱턴DC)마담 스캔들’로도 불리는 이번 스캔들은 고위급 정치 인사를 비롯해 군관계자와 최고경영자들 1만여 명이 얽혀 있는 메가톤급 스캔들이다. 이들의 혐의는 다름 아닌 ‘성 매수’. ‘DC마담’이라는 별명을 사용하고 있는 데보라 진 팰프리(50)라는 여성 포주를 통해 콜걸을 소개받고 정기적으로 성관계를 맺어왔다는 것이다.
팰프리가 ABC 방송을 통해 자신의 고객 명단 중 일부를 공개하자 워싱턴 정가는 금세 쑥대밭이 되었다. 여기에는 랜달 토비아스 전 국제개발처장, 할런 울먼 전 해군사령관, 딕 모리스 정치 컨설턴트 등 정치계의 거물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줄리아 여사’라고도 불리는 팰프리는 지난 13년 동안 워싱턴을 무대로 활동해온 매춘 사업가다. ‘패멀라 마틴&어소시에츠’라는 이름의 성매매 조직을 운영해왔으며, 주로 정·재계 거물들만을 상대로 했기 때문에 이 바닥에서는 나름대로 알아주는 ‘왕마담’으로 통해왔다.
고객층의 수준이 높다 보니 그녀 밑에서 일하고 있는 매춘 여성들 역시 고급 콜걸들이었던 것은 물론이다. 대부분이 대학을 졸업한 고학력 여성들이었으며, 이 중에는 교수, 과학자 등 엘리트 출신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종업원 수는 약 130명 정도. 나이는 적게는 20대 초반에서 많게는 50대 중반까지 다양했다.
여성들을 모집하는 데에는 주로 메릴랜드 대학의 학보인 <다이아몬드백>이나 <워싱턴 시티 페이퍼>를 이용했으며, 고객들을 끌어 모으는 데에는 <옐로 페이지>나 웹사이트에 광고를 싣는 방법을 택했다. 광고에서 팰프리는 “최고의 성인 에이전시”라고 자신의 회사를 소개해왔다.
주문은 반드시 전화나 이메일을 통해서만 받았으며, 서비스 가격은 90분 기준에 275달러(약 25만 원) 혹은 시간당 300달러(약 30만 원)였다.
소개비 명목으로 팰프리가 지난 13년 동안 벌어들인 액수는 약 19억 달러(약 1조 7000억 원). 더욱 놀라운 것은 이에 비해 13년간 들어간 투자 비용은 200만 달러(약 18억 원)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이를 1년 단위로 환산해보면 연간 평균 16만 달러(약 1억 5000만 원)의 비용이 들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현재 검찰에 의해 불법적인 매춘 조직을 운영한 혐의로 기소돼 있는 팰프리는 자신의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는 상태. ‘에로틱 서비스’를 제공한 것은 사실이지만 ‘마사지’와 같은 합법적인 테두리 내에 있는 서비스를 제공했을 뿐 직접적인 성매매를 알선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그녀는 “내 사업은 결코 불법이 아니었다. 성적인 팬터지를 충족시켜주는 성인 사업일 뿐이었다”고 주장했다.
▲ 랜달 토비아스(왼쪽), 할런 울먼 | ||
하지만 지난해 한때 팰프리 밑에서 일했던 박사 출신의 폴라 네블이라는 여성은 “돈을 받고 섹스를 한 적이 있다”는 직접적인 발언을 해서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이에 팰프리는 이 여성을 ‘계약 위반죄’로 고소했다.
하지만 현재 무엇보다도 가장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그녀가 보유하고 있는 ‘고객 명단’이다. 그녀의 고객은 1만 명 정도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현재 그녀가 보유하고 있는 고객의 전화번호는 1만~1만 5000개가량인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처음 팰프리가 고객들의 명단을 공개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탈루 혐의와 불법 매춘 혐의로 재산이 압류되자 변호사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법원이 이를 불허하자 그녀는 ABC 방송국에 공짜로 고객 명단을 넘기는 것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유인즉슨 “혼자만 죽기는 억울하다”는 것이다. “왜 고객들은 체포하지 않고 나만 갖고 그러느냐”면서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는 그녀는 “나의 불법 혐의가 기각되지 않으면 예정대로 1만여 명의 고객 명단을 전부 공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이어 그녀는 “고객의 비밀을 보장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검찰이 합리적인 모든 제의를 거부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고객들과의 통화 기록을 활용하기로 마음 먹었다”고 말했다.
현재 ABC 방송에 전달된 명단을 통해 밝혀진 이름들에는 앞서 말한 랜달 토비아스 전 국제개발처장이 있다. 그는 ABC 방송이 명단 확인 과정에서 직접 전화를 걸어오자 하루 만에 사임 의사를 밝히면서 스스로 정계에서 물러났다. 그는 팰프리의 고객이었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성행위는 하지 않았다. 그저 콜걸들을 불러 마사지만 받았을 뿐”이라고 변명했다.
또한 2003년 이라크 전쟁에서 ‘충격과 공포’라는 군사적 전략을 개발한 할런 울먼 전 해군사령관 역시 명단에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그는 이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상태다.
이밖에도 팰프리 측 변호사는 “명단이 ABC 방송국에 넘어갔다는 소식이 퍼지자 자신의 이름이 명단에 있는지 혹은 이름을 공개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는 전화가 다섯 통 이상 걸려 왔다”고 말했다.
앞으로 팰프리의 ‘물귀신 작전’에 말려든 워싱턴 정가의 거물들이 얼마나 추풍낙엽처럼 떨어질지 미국인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