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준 국무차장은 지난해 6월 권력에서 물러났지만 ‘야인’ 시절에도 여전히 ‘실세’로 활동해왔던 흔적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이에 대해 “박 차장은 이 대통령의 뇌리에 여전히 ‘조직 전문가’로 박혀 있다. 그래서 그가 물러날 때도 이 대통령은 ‘멀리 가 있지 말라’며 재기용의 뜻을 밝힌 바 있다. 이런 ‘배경’ 때문에 그는 쉬는 동안에도 정부에 인사 요인이 생기면 어떤 인물을 넣을 것인지 살피는 등 물밑으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라고 말했다.
특히 박 차장은 ‘쉬는 동안’ 인사 개입의 구설수에 끊임없이 시달렸다. 그가 비록 비서관직에서 물러나긴 했지만 그 ‘후배’들이 여전히 청와대 인사 라인에 포진해 있어 막후 인사에 ‘쉽게’ 개입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가 여의도 한 사무실에서 공기업 인사 검증을 하고 있다는 구체적 의혹도 나왔다. 심지어 일부 거대 공기업의 경우 박 차장이 자신보다 훨씬 정치권 선배인 해당 후보에 대해 면접까지 했다는 소문까지 떠돌았다.
또한 그는 정부에 나가 있는 당 출신 장관 보좌관들을 통해 관가의 핵심 정보들도 정확하게 꿰뚫고 있었다고 한다. 그 보좌관들은 그가 정권 초기 인사라인에 있을 때 직접 선발한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정보 확보가 가능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자신이 술자리에서 가볍게 했던 이 대통령 관련 비판 발언을 박 차장이 족집게처럼 알고 나중에 그 얘기를 자신에게 해서 굉장히 놀란 일화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러한 보이지 않는 파워는 권력이 용인하지 않으면 행사될 수 없다. 이상득 의원은 당 일각으로부터 박영준 차장이 일정한 직함도 없이 여권 인사를 스크린하는 등 파워를 행사한다는 첩보가 있다는 항의를 받은 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에 대해 이 의원은 “설마 그렇다고 해도 데리고 있던 사람을 완전히 내몰지는 못 한다. 그리고 앞으로 먹고 살게는 해줘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항변하며 완전히 박 차장을 내칠 의사가 없음을 간접적으로 토로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러한 권력의 측면 지원을 받은 박 차장은 자신의 방식대로 ‘이명박 성공시대’를 장외에서 이끌어왔던 셈이다.
그러나 주변의 반응은 정가의 얘기와 사뭇 다르다. 그동안 박영준 국무차장이 외부의 전화통화에도 잘 응하지 않고, 휴대폰도 수시로 꺼놓는 등 자신과 관련된 구설수가 나오지 않도록 최대한 활동을 자제해왔다는 것이다. 그의 한 측근은 시중의 온갖 의혹에 대해 “박 차장은 그동안 최대한 자중하며 지내온 것으로 안다. 우리도 연락을 잘 하지 못할 정도로 대외 활동을 자제하며 구설수를 피하려고 했던 것으로 안다. 한때 권력의 핵심에 있었기 때문에 견제 세력이 많아지는 과정에서 생긴 억측에 불과하다”라고 말했다.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
청 밖에서 여권인사 스크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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