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이 강금원 회장과 안희정 최고위원 간의 불법 정치자금 거래 의혹을 수사하면서 참여정부의 비자금 문제가 다시 터지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돌고 있다. 사진은 노무현 전 대통령. | ||
검찰 주변에서는 강 회장이 참여정부 386 정치인들과 가깝게 지냈다는 사실을 토대로 이른바 ‘강금원 리스트’가 나돌고 있다. 여의도 정가 일각에서는 강 회장이 안 최고에게 건넨 수억 원이 ‘2002년 대선 잔금’과 관련이 있을 것이란 섣부른 관측도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강 회장과 안 최고의 수상한 돈 거래 의혹이 단순한 불법정치자금 사건을 넘어 노 전 대통령과 참여정부 심장부를 겨냥하고 있는 형국이다. 제2의 ‘친노 게이트’로 확전될 불씨를 안고 있는 ‘강금원-안희정 커넥션’ 의혹 속으로 들어가 봤다.
강 회장과 안 최고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수사 중인 대전지검 특수부는 강 회장이 총 10억 원에 가까운 돈을 수시로 안 최고에게 건넨 정황을 잡고 이 돈의 불법성 여부를 확인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검찰은 강 회장과 관련된 광범위한 계좌추적을 통해 강 회장이 2005년 안 최고의 추징금 납부를 위해 빌려줬다는 1억 원 외에 수차례에 걸쳐 많게는 2억여 원씩 모두 10억 원에 육박하는 돈을 안 최고에게 건넨 사실을 밝혀냈다. 검찰은 또 안 최고가 강 회장으로부터 돈을 전달받을 때 백원우 민주당 의원의 보좌관 윤 아무개 씨 계좌가 이용됐고, 이 돈의 출처는 강 회장 소유의 S 골프장 공금인 사실도 밝혀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두 사람 간의 수상한 돈 거래와 관련해 자금의 불법성 여부, 자금거래에 이용된 계좌의 실체 등을 살펴본 뒤 강 회장과 안 최고를 포함한 관계자들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강 회장과 안 최고에게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법리 검토에 착수한 상태다.
검찰 주변에선 벌써부터 ‘강금원 리스트’가 설득력 있게 나돌고 있고, 정치권 일각에선 검찰의 칼끝이 ‘참여정부 비자금’을 겨냥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까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강금원 리스트’는 노 전 대통령의 오랜 후원자인 강 회장과 참여정부 386 정치인들과의 각별한 친분관계에서 기인한다. 강 회장이 안 최고 외에 또 다른 386 실세들에게도 정치자금 내지는 검은 돈을 전달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검찰은 증권거래법 위반 및 횡령 등의 혐의로 지난 1월 기소된 휴대전화 제조업체 VK 전 대표인 이철상 씨(구속)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강 회장의 수상한 돈 거래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에 대한 자금 추적 과정에서 강 회장 소유의 S 골프장 쪽에서 적지 않은 돈이 VK 쪽으로 흘러들어간 단서를 잡고 강 회장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했다는 것이다.
▲ 강금원 회장(왼쪽), 안희정 최고위원(오른쪽) | ||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VK는 부도 6개월여 전인 2005년 말 국내의 한 대형 통신업체로부터 ‘100억 원 무상 대여’와 ‘미국 시장에 쓰일 휴대전화 납품’이라는 파격적인 긴급 지원을 받았다. 검찰은 이 씨가 참여정부 실세들과 가깝게 지냈다는 점에 미뤄 VK 지원 과정에 이들 정치인들의 입김이 작용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검찰은 강 회장의 돈이 386 정치인 등 참여정부 실세에게 전달됐는지 여부 및 이 씨가 돈 전달 과정에서 모종의 역할을 한 게 아닌지에 대해서도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2월 18일 기자와 만난 검찰의 한 관계자는 “중수부에서 이 씨가 회사에서 빼돌린 자금을 386 정치인들에게 전달한 정황을 잡고 불법정치자금 여부를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강금원-이철상-386 정치인’으로 연결되는 커넥션 고리가 수면 위로 부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안 최고와 가까운 백원우 의원은 2월 17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이철상 씨와 안 최고의 친분관계는 80년대 학생운동 과정에서 알게 됐지만, 학번의 차가 커서 직접적인 활동을 (함께)한 적은 없고 사회에 나와 안면 정도는 알고 지내는 사이로 알고 있다”며 이 씨와 안 최고 사이에 얽힌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검찰의 칼끝이 2002년 대선 잔금 등 참여정부 비자금 수사로 확전될지 여부도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선 강 회장과 안 최고 간의 돈 거래가 10억 원대에 달한다는 점에서 거래된 자금의 성격이 2002년 대선 잔금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2002년 대선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 측이 선거자금 명목으로 기업체에서 받은 자금을 강 회장에게 맡겼다가 이를 반납 받는 과정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해 9월 강 회장의 아들과 이병완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딸 결혼식에 주례를 설 정도로 막역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참여정부 출범 초기에는 경제 관료들이 강 회장에게 경쟁적으로 줄을 댈 정도로 ‘재야 경제부총리’로 통하기도 했다.
안 최고 역시 노 전 대통령의 의원 시절부터 자금 관리를 맡아왔고 2002년 대선 당시 기업들이 노 전 대통령 측에 제공한 정치자금 가운데 절반 이상이 안 최고를 통해 들어온 사실이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나기도 했다.
따라서 검찰은 강 회장과 안 최고가 노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란 점과 지난 대선 때 역할, 10억대에 달하는 거금 거래 등의 정황에 비춰볼 때 단순히 개인적인 돈 거래를 넘어 대선 잔금 등과 연관돼 있을 것이란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돈의 성격을 철저히 파헤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서슬 퍼런 검찰의 칼날이 내친김에 대선자금 등 참여정부 비자금 뇌관을 건드릴 수도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2002년 대선 과정에서 불거진 노무현 캠프의 정치자금 의혹은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는 상태다. 2003년 대선자금 수사를 통해 여야를 망라한 정치권의 검은 정치비자금 커넥션이 일부 사실로 드러나긴 했지만 그 실체가 완전히 드러난 건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이 2002년 대선을 전후해 여야 정치권에 건넨 의혹을 받고 있는 800억 원대 무기명 채권의 향방도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검찰은 삼성이 2002년 대선을 앞두고 명동 사채시장에서 800억 원대의 무기명 채권을 매입한 사실을 확인하고 사용처 추적을 벌인 결과 한나라당에 324억 원, 노무현 캠프에 21억 원이 흘러들어갔다고 발표하고 나머지 400억 원이 넘는 채권은 끝내 추적하지 못한 채 수사를 종결했다.
일각에서는 대선 때 한나라당에 집중적으로 정치자금을 쏟아 부었던 삼성 측이 노 전 대통령 당선 직후 무기명 채권 중 상당액을 노 전 대통령 측에 전달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실제로 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은 2002년 12월 26일 SK그룹으로부터 ‘당선 축하금’ 명목으로 11억 원을 수수한 사실이 드러났고, 여택수 전 청와대 제1부속실 행정관이 2003년 8월 롯데 측으로부터 수수한 3억 원도 ‘당선 축하금’ 성격이 짙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 노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이광재 의원이 받은 삼성 채권 6억 원 등 대선 직후 노 전 대통령 측근 인사들이 대기업으로부터 받은 후원금은 밝혀진 것만 수십억 원에 달했다. 한나라당 일각에선 노 전 대통령 측이 2002년 대선 직후 대기업 등으로부터 ‘당선 축하금’ 명목으로 거둬들인 자금이 1000억 원에 달한 것이란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과연 검찰이 강 회장과 안 최고의 수상한 돈 거래 의혹 사건을 기폭제로 대선잔금 등 참여정부 비자금 뇌관을 건드릴 수 있을지 검찰 수사 추이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홍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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