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봉하마을 전경. 이곳으로 친노 인사들이 모여들어 궁금증을 낳고 있다. | ||
검찰은 특히 강 회장이 노 전 대통령의 고향인 김해 봉하마을 개발을 위해 설립한 (주)봉화에 70억 원의 자금을 투입한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자금 출처 및 출자 배경에 대한 의혹도 철저히 규명한다는 방침이다. 강 회장을 겨냥한 검찰 칼끝이 노 전 대통령의 386 측근들과 봉하마을로 향하고 있는 형국이다.
사정당국 일각에서는 ‘강금원-386실세-(주)봉화’로 얽혀 있는 수상한 돈 거래 의혹이 자칫 ‘제2의 장수천’ 사건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강 회장의 개인비리 의혹을 넘어 ‘참여정부 게이트’로 확전될 수 있는 새로운 화약고로 부상한 (주)봉화를 둘러싼 미스터리 속으로 들어가 봤다.
검찰이 강 회장 횡령 의혹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은 강 회장이 100억 이상의 회사 돈을 비정상적으로 회계 처리한 혐의를 포착한 데 이어 강 회장이 10억여 원을 허위 변제 처리한 정황을 잡고 사실 관계를 정밀하게 분석하고 있다. 검찰은 강 회장이 2004년 이후 창신섬유와 충북 충주에 소재한 시그너스골프장 자금 100억여 원을 가불 등 형식으로 빌려갔다가 이중 10억여 원을 채워넣지 않은 채 회계 장부상에는 모두 변제한 것으로 기재한 정황을 잡고 횡령 및 허위 변제 여부를 집중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강 회장의 집과 시그너스골프장 등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6박스 분량의 회계 장부와 관련 서류, 컴퓨터 하드 디스크에 대한 분석 작업을 빠르게 진행시키고 있다. 또 강 회장의 외아들 강석무 씨와 경리 책임자인 강 아무개 씨를 참고인 자격으로 여러 차례 소환해 창신섬유 등의 입출금 및 세금 탈루 여부를 집중적으로 조사하기도 했다.
강 회장에 대한 기초 조사가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면서 검찰의 칼날은 서서히 노 전 대통령 주변 인물들과 봉하마을로 향하고 있다. 검찰은 강 회장이 안 최고 외에 참여정부 시절 386 실세로 통했던 여택수 씨에게 수 천만 원을 건넨 정황을 잡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검찰은 강 회장과 안 최고의 돈 거래와 관련해 강 회장을 횡령 및 탈세 혐의 외에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추가할 수 있는지에 대한 법리 검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검찰은 법리 검토가 마무리 되는 대로 강 회장과 안 최고를 소환 조사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창신섬유와 시그너스골프장 등의 자금 흐름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여 씨가 사업자금 명목으로 돈을 받아간 정황이 파악된 만큼 이 돈의 성격을 확인하는 동시에 여 씨 외에 또 다른 노 전 대통령 측근들에게 돈이 건네졌는지 여부도 철저히 파헤친다는 방침이다.
강 회장이 (주)봉화에 투자한 70억 원의 출처 및 출자 배경에 대한 수사도 본격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강 회장은 참여정부 말기인 2007년 9월 노 전 대통령의 고향마을 개발사업 등을 목적으로 (주)봉화를 설립한 바 있다. <일요신문>이 확인한 (주)봉화 등기사항전부증명서에 따르면 강 회장은 2007년 9월 3일 자본금 50억 원을 투자해 부산시 사하구 신평동 창신섬유 바로 인근에 (주)봉화 설립 등기를 마쳤다. 이후 2008년 12월 10일 회사를 노 전 대통령이 거주하고 있는 봉하마을(김해시 진영읍 본산리)로 이전하면서 20억 원을 추가로 투자했다.
(주)봉화의 주요 사업은 농촌 자연관광, 생태 및 문화 보존, 전원주택 건설·분양·임대, 농림·수산 경영 등으로 기재돼 있고, 봉하마을로 등기를 이전하면서 전산관련업과 홍보 및 출판업을 추가했다. (주)봉화는 강 회장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고, 노 전 대통령의 고교동창인 기업인 K 씨와 창신섬유 경리 책임자인 강 아무개 씨가 각각 이사와 감사로 등재돼 있다.
강 회장은 봉하마을로 (주)봉화를 이전하기 위해 2008년 5월 본산리 일대 9필지 2722㎡(823평)를 집중적으로 매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신문>이 (주)봉화가 위치한 토지의 등기부 등을 살펴본 결과 본산리 93번지 일대 9필지가 2008년 5월 23일 일제히 매매된 것으로 확인됐다. 소유자는 (주)봉화였고 거래가액은 모두 9억 4000만여 원으로 기록돼 있다.
등기명의인이 (주)봉화로 등재돼 있지만 강 회장이 이 회사의 실질적인 주인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10억 원에 가까운 토지 매입 자금의 출처가 또 다른 뇌관으로 부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가뜩이나 강 회장이 (주)봉화에 투자한 70억 원의 출처에 대해 검찰이 강한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는 만큼 10억 원에 달하는 토지 매입 자금에 대해서도 검찰 수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주)봉화라는 회사가 봉하마을 가꾸기 사업 등 노 전 대통령을 측면 지원하기 위해 설립됐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강 회장이 70억 원이라는 거금을 투자해 회사를 설립한 배경에는 분명 정치적 내막이 있을 것이란 게 검찰의 시각이다. (주)봉화 임원진이 노 전 대통령과 강 회장의 측근으로 구성돼 있는 점도 석연치 않다고 보고 있다.
사정당국 일각에서는 ‘강금원-386실세-(주)봉화’로 연결된 돈 거래 의혹이 자칫 ‘제2의 장수천’ 사건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섣부른 관측까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장수천’ 사건은 참여정부 초인 2003년 특검 수사까지 진행됐던 권력형 비리 사건으로 노 전 대통령 주변 인물 상당수가 이 사건에 연루돼 사법처리되면서 노 전 대통령과 참여정부 도덕성에 치명상을 안긴 바 있다.
강 회장도 이 사건에 연루돼 검찰에 기소된 전력이 있다. 1995년 10월 설립된 샘물회사 ‘장수천’은 노 전 대통령이 직접 경영에 관여하기도 했으나 경영 부실로 34억 4000여만 원의 빚을 지게 된다. 노 전 대통령 지인들과 측근들은 이 빚을 갚기 위해 실타래처럼 복잡한 채권채무 관계로 얽히게 됐다. 2000년 8월 장수천이 빚을 갚지 못하자 장수천에 보증을 섰던 노건평 씨와 일부 측근들이 공동소유로 가지고 있었던 경남 김해시 진영읍 땅과 상가가 압류돼 11억 3000만 원에 팔리기도 했다. 당시 강 회장은 노 전 대통령의 후원회장이었던 이기명 씨의 경기도 용인 땅을 사는 형식으로 19억 원을 제공해 빚 탕감에 나섰다. 당시 이 땅은 계약이 해지돼 소유권 이전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강 회장은 19억 원 전액을 지급했다.
검찰은 무상대여에 따른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2004년 강 회장을 기소했지만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강 회장이 99년과 2002년 두 차례에 걸쳐 비용을 과다계상하는 방식으로 회사 돈 49억여 원을 빼돌린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가 확정됐다.
3월 4일 기자와 만난 검찰의 한 관계자는 “과거 ‘장수천’ 사건과 현재 진행되고 있는 강 회장 횡령 사건은 흡사한 부분이 많다”며 “검찰 수사 과정에서 강 회장과 386 정치인 등 참여정부 실세들이 (주)봉화를 매개로 검은 거래를 한 사실이 드러날 경우 ‘제2의 장수천’ 사건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검찰은 강 회장과 가족 명의의 계좌, 회사 회계장부 등을 분석한 결과 창신섬유와 시그너스골프장 자금 100억여 원의 회계 처리가 불명확하다고 판단하고, (주)봉화 투자금도 이와 연관돼 있을 것이란 의구심을 감추지 않고 있다. 따라서 검찰은 강 회장이 (주)봉화에 투자한 돈이 창신섬유와 시그너스골프장에서 횡령 등의 형태로 불법적으로 투입됐을 가능성을 열어 놓고 돈의 흐름을 파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검찰의 이 같은 수사 움직임에 대해 강 회장은 일부 언론을 통해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강 회장은 (주)봉화 설립 배경과 관련해 “기업 이익의 사회환원 차원에서 이사회 의결을 거쳐 창신섬유에서 50억 원, 골프장에서 20억 원을 출자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횡령 혐의에 대해서는 “과거에 검찰 수사 등을 받으면서 비용이 많이 들어 회사에 80억 원가량의 빚을 지게 됐는데 골프장 대표이사에서 물러나면서 받은 퇴직금 40억 원가량과 개인 소유 토지를 회사에 빌려주고 받은 임대료를 합쳐 다시 회사 빚을 갚았을 뿐”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강 회장 측은 “강 회장은 개인 돈이나 퇴직금으로 가불금을 대부분 갚았고, 경리 책임자에게 부당하게 회계 처리하라고 지시한 적도 없다”며 “2007년부터 (주)봉화에 투자한 70억 원은 창신섬유 등의 이익 잉여금을 정당한 절차를 거쳐 처리했고, 감사보고서에도 명확하게 기재했다”고 해명하고 있다(실제 창신섬유의 2007년 12월 감사보고서에는 (주)봉화에 50억을 투자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강 회장은 특히 “전국 300여 개 골프장 중 두 번째로 세금을 많이 내고 있는데도 검찰이 어떻게든 꼬투리를 잡으려고 표적수사를 하고 있다”며 검찰 수사에 강한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검찰이 강 회장을 구속할 만한 확실한 물증을 확보하지 못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검찰이 6개월여 동안 강 회장과 주변 인물들의 계좌를 샅샅이 뒤지는가 하면 압수수색 등을 통해 관련 회계장부 등을 대거 확보했으면서도 정작 강 회장 소환은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게 석연치 않다는 것이다. 검찰이 강 회장을 상대로 장기간 전방위 수사를 진행하고도 강 회장의 개인 비리 정도만 밝혀내고 더 이상 진전을 보이지 못할 경우 ‘참여정부를 겨냥한 전형적인 정치 보복성 수사’라는 비난에 직면할 수도 있다.
과연 검찰이 강 회장 사건을 개인비리를 넘어 ‘참여정부 게이트’로 확전시킬 수 있을지 아니면 이번에도 ‘용두사미’ 수사로 막을 내릴지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