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은 4월 재·보선을 이명박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로 규정하면서 ‘심판론’에 방점을 찍고 있는 반면 여당인 한나라당은 ‘일꾼론’을 기치로 수도권 사수에 ‘올인’ 승부를 걸고 있는 분위기다. 각각 2곳에서 재선거가 실시되는 영·호남 지역은 본선보다 치열한 극심한 내부 공천 전쟁을 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민주당은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장고 끝에 고향(전주 덕진) 출마를 선언함에 따라 적전분열 조짐 등 거센 후폭풍에 빠져들고 있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의 전략 공천 가능성과 맞물린 수도권 거물급 ‘맞짱’ 이벤트가 성사될지 여부도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정국 주도권 향배를 가늠할 수 있는 ‘미니 총선’에서 누가 웃고 누가 울게 될지 피 말리는 4월 재·보선 전쟁 속으로 들어가 봤다.
4·29 재·보선이 확정된 지역은 영·호남 각각 2곳과 수도권 1곳 등 모두 5곳이다. 영남은 경북 경주와 울산 북구, 호남은 전주 덕진과 전주 완산갑, 수도권은 인천 부평을에서 재·보선이 치러진다. 여기에 안형환 의원에 대한 상고심이 이달 26일로 예정돼 있어 대법원이 이날 항소심 선고(벌금 150만 원)를 확정할 경우 서울 금천도 4·29 재보선 지역에 포함된다.
재·보선 지역이 윤곽을 드러내면서 여야 정치권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4월 재·보선은 18대 총선 이후 치러지는 첫 전국 단위 선거라는 점에서 변화된 민심 및 향후 정국 주도권의 향배를 가늠하는 척도가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여야가 사활을 건 대혈투도 불사한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는 것도 이러한 관측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텃밭인 경북 경주와 전주 덕진·완산갑 재·보선은 본선보다 치열한 내부 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경북 경주는 친이(친 이명박 대통령)계와 친박(친 박근혜 전 대표)계 간의 진검 승부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친이계인 정종복 전 의원과 친박 성향의 정수성 전 육군대장이 피할 수 없는 한판 승부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3월 11일 오후 경주 지역에 대한 후보자 추천 신청을 마감한 결과 정 전 의원은 공천 신청을 했지만 정 전 대장은 공천 신청을 하지 않았다. 친이계 핵심인 정 전 의원을 상대로 공천 받기가 쉽지 않다고 판단한 정 전 대장 측이 무소속 출마를 선택한 셈이다.
▲ 대선후보로 나섰던 정동영 전 대표(왼쪽)와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4월 재보선에 출마하기로 가닥을 잡으면서 거물들의 생환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
박 전 대표의 경주행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도 이러한 시각과 맞물려 있다. 박 전 대표는 3월 20일 경주에서 문중행사가 예정돼 있는데 이날은 공교롭게도 정 전 대장의 선거 사무소 개소식이 잡혀 있다. 박 전 대표는 이전에도 여러 차례 문중행사에 참석한 전례가 있다. 박 전 대표가 비록 문중행사 참석을 명분으로 경주를 방문한다 해도 파급 효과는 상당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재·보선 정국을 앞두고 박 전 대표가 친박 정서가 강한 경주를 방문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친박 후보인 정 전 대장에게 큰 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야 지도부는 이 두 곳에 전략공천 가능성을 열어놓고 막판까지 거물급을 투입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이번 재·보선에 출마를 할지 또 출마할 경우 어느 지역을 선택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박 대표는 재·보선 출마 여부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지만 출마 쪽에 방점을 찍고 지역구 선택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박 전 대표 측은 경주행 여부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지
만 경주 문중행사 참석 여부를 둘러싼 ‘박심’ 논란은 재·보선 기간 내내 뜨거운 감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두 곳에서 재선거가 실시되는 전북지역은 그야말로 피 말리는 내부 공천 전쟁을 예고하고 있다.특히 4·29 재선거 최대 화두였던 정동영 전 장관이 고향인 전주 덕진 출마를 선언하면서 민주당 내 계파 갈등은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정세균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정 전 장관이 출마를 강행함에 따라 적전분열 조짐이 감지되는 등 극심한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정 대표를 중심으로 한 신주류 측과 386 소장파 의원들은 ‘정동영 공천 불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는 반면 정 전 장관 측은 이미 칼을 빼든 이상 무소속 출마도 불사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 대표 측에서는 전주 덕진 후보로 유재만 전 서울지검특수1부장이나 한명규 전 전북도 정무부지사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당 지도부와 정 전 장관 측이 공천 과정에서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할 경우 덕진 재선거에선 신주류와 구주류 간의 전면전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잠재적 대권주자인 정 대표와 정 전 장관의 권력암투가 심화될 경우 ‘분당’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전주 완산갑 공천은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리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국민의 정부 시절 김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역임한 바 있는 한광옥 전 새천년민주당 대표와 친노 인사인 이광철 전 의원이 치열한 공천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 전 대표는 김 전 대통령과 동교동계의 물밑 지원을 받고 있고, 이 전 의원은 유시민·김두관 전 장관, 안희정 최고위원 등 친노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사격을 받고 있어 예측불허의 공천 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부평을과 울산 북구는 4·29 재·보선의 최대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다. 경북 경주와 전주지역 2곳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집안싸움 양상으로 치러질 것으로 보이지만 이 두 곳은 여야 모두 ‘올인’ 승부를 다지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 전문가들도 이 두 곳의 결과에 따라 4·29 재·보선의 성패가 좌우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박 대표는 당초 부평을 출마를 놓고 고민해 왔지만 최근 울산 북구가 재·보선에 포함되자 정몽준 최고위원의 전폭적인 지원을 전제로 울산 북구 출마도 검토하고 있다는 후문이다.